영화 ‘선종 무문관’ 12월 13일 개봉
‘할’의 윤용진 각본ㆍ감독, 우상전 등 출연
무문혜개의 ‘무문관’ 영화로
“현대인의 고뇌 선불교에 답 있어”

영화 '선종 무문관' 포스터

선가의 〈무문관(無門關)〉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한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좌들의 수행을 그린 ‘선종 무문관’이 12월 13일 개봉을 확정했다. 2017년 불교언론문화상 특별상을 수상한 ‘선종 무문관’은 2010년 장편 독립 극영화 ‘할’로 데뷔한 윤용진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선종 무문관’은 다양한 고뇌에 직면하는 현대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감독 자신의 질문에서 출발했다.
“경제와 과학 등 물질적인 발전으로 인해 인류의 삶 전체가 발전하고 윤택해질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은 분명 착각이었다. 이유나 병명조차 뚜렷하지 않은 각종 질환 그리고 특히 수많은 정보에 대응할 만큼 진화하지 못한 우리의 뇌가 고통을 호소한다. 이제 그 착각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편을 찾아야 한다.”
윤 감독은 불교에 그 방편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불교에서 찾아낸 것은 ‘선(禪)’이었다. 윤 감독은 선불교의 조사들이 남긴 어록의 뒤를 밟던 중 〈무문관〉에 가 닿았고, 영화는 시작된다.
“선종의 문이 없는 관문이란 부처께서 설하신 청정한 마음을 종지로 하여 문 없는 문을 법문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문이 없는 문을 어찌 통과할 것인가?”

〈무문관〉은 중국 남송(南宋) 때 임제종 무문혜개(無門慧開ㆍ1183~1260)가 지은 공안집으로, 48개의 공안을 뽑아 싣고 저자의 촌평을 붙였다. 간화선 수행에서 안목을 열어주는 〈무문관〉은 수행자를 위해 고칙 48칙을 염제(拈提ㆍ고칙을 제시하여 이를 評唱함)하고, 평창과 송(頌)을 더했다. 〈벽암록〉, 〈종용록〉과 함께 선종의 대표적인 책으로 꼽힌다. 특히 제1칙 ‘조주무자(趙州無字)’의 공안이 그 중 널리 알려졌는데, 여기서 염제되는 무(無)자야말로 종문(宗門)의 일관(一關)이며, 이 일관을 ‘무문관’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 일관을 뚫고 나아가면 몸소 조주(趙州)로 모실뿐 아니라 역대 조사와 손을 잡고 함께 행동하며 더불어 견문을 나누는 즐거움을 같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주에게 한 수좌가 “개[狗子]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하고 묻자, “없다[無]”고 대답했다. 여기서 ‘무(無)’는 유무의 분별을 절(絶)한 절대적 ‘무’를 가리킨다. 깨달음의 절대 경지를 ‘무’라고 표현한 것이다. 책 〈무문관〉에는 이 ‘무(無)’자의 탐구가 전편에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는 깨달음을 구하려는 다섯 명의 수좌를 통해 현대인의 힘겨움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문 없는 문 앞에 선 납자들의 모습으로 우리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교의 선을 소재로 했고, 수행일기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된 영화 ‘선종 무문관’은 각지의 수좌들이 무문화상을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깨달음, 즉 해탈을 위해 화상을 찾은 수좌들은 해탈의 문인 ‘무문’을 열기 위해 화상의 가르침과 진지한 수행을 통해 해탈의 길을 찾아간다. 화상과 수좌들의 선문답이 영화 전반을 채우고 평소 도심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산사의 자연 풍경들이 선문답 사이사이를 채우면서 영화는 끝없는 물음을 던진다.

출연 배우로는 우상전, 안홍진, 조용주 등 베테랑 연극배우들이 윤 감독의 지난 작품에 이어 또 한 번 열연한다.
“우리의 선불교는 그 수준이 세계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어려워서 일반인들이 다가가기 쉽지 않습니다. 또한 영화로 만들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불교를 알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너무나도 빈약한 실정입니다.”
윤 감독은 현대인들을 힘겨움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선불교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아니, 화상!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 “기와장을 갈아서 거울을 만들려고 하는 거지.” / “화상, 기와장을 간다고 어떻게 거울이 되겠습니까?” / “이놈아, 너는 좌선을 해서 부처가 되겠다는데 난들 어찌 기와장을 갈아서 거울을 못 만들겠느냐?” / “화상, 그럼 어찌해야 부처가 될 수 있습니까?”
영화는 ‘우리 모두 어떻게 하면 부처가 될 수 있을까’를 이야기 한다. 영화로 옮긴 조주의 ‘무’자가 오늘날의 힘겨움을 지나가는 모두의 일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영화로 옮긴 〈무문관〉이다.

윤용진 감독은 인하대환경공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디자인 전문학교 그래픽디자인과를 졸업했다. 1997년 광고제작사 바닐라엔젤을 창업해 TV CM 등 기업홍보물 100여 편을 제작했고, 2010년 장편 독립 극영화 ‘할’을 연출했다. 선수필집 〈공황장애는 가짜다〉 〈세상 벽암록〉 등을 출간했다. (02)56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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