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日 나가노 금강사 신임주지 법현 스님

“일본불교는 좋게 표현하면 민족성이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지만 부처님 재세 시 특성이 많이 사라진 점은 아쉽습니다. 수행보다는 천도재나 상장례 문화가 발달했으니까요. 나가노 금강사 주지로서 수행과 힐링을 중심으로 한 한국사찰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서울 열린선원 선원장인 법현 스님이 오는 4월 8일 열린선원 자매사찰인 일본 나가노 금강사 신임주지로 취임한다. 금강사는 1970년대 말 재일교포들이 십시일반 모연해 지은 한국 사찰로서 그동안 태고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스님들이 다수 주지를 맡아 운영했다. 한때는 운영이 어려워 경매에 넘어가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사업에 성공한 몇몇 불자들이 구해냈다. 특히 법현 스님은 20여 년 전부터 금강사 주지직 요청을 받았지만 그간 사양해오다 일본 한국사찰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냈다.

교포들이 세운 뜻깊은 사찰
법당 개방, 스님 상주하며
한국불교문화 담아 차별화
4월 8일 주지취임법회 예정

법현 스님은 “금강사는 나가노에 거주하는 교민들에게 위로가 되는 중요한 사찰이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 양쪽 사찰 일을 맡기엔 능력이 부족해 금강사 주지를 거절했지만 최근 운영이 어렵다는 소식에 원력을 세웠다”면서 “매월 정기법회를 통해 참선지도와 설법, 축원 등을 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일본불교와는 차별화 된 한국불교의 수행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현 스님은 이와 함께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상황에서 금강사가 비어있지 않도록 1년 내내 기도를 맡을 스님과 와세다대학서 유학한 상좌 스님이 상주하도록 할 예정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대부분 법당을 공개하지 않는 일본사찰과 달리 언제든지 방문객이 법당과 스님을 만날 수 있는 열린 사찰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법현 스님이 서울서 운영하는 ‘열린선원’ 이름과도 궤를 같이 한다.

법현 스님은 “일본사찰은 법당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하지 않는다. 당연히 부처님을 만날 수도 없다. 다만 법당 앞 불전함에 동전을 던지게 해 그 소리를 부처님이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전부”라며 “그나마 불상을 12년에 1번 공개한다. 그걸 보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불교 본질과는 다르다고 생각해 열린 사찰을 계획하게 됐다”고 운영 취지를 밝혔다.

법현 스님은 이어 “경내에 온천수가 나오는 사찰은 금강사가 일본서 유일하다. 요사채를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해 힐링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변화를 주려 한다”며 “나가노를 찾는 한국인들에겐 특별한 성지순례 장소로, 일본인들에겐 이색적인 불교문화를 접하는 마당으로 거듭나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현 스님은 태고종 총무부장과 교류협력실장, 교무부원장, KCRP종교간대화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인천공항경찰단 지도법사와 서울 은평구 초대 인권위원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그래도, 가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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