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12월 13일 성역화불사 십만팔천염주 꿰기 봉행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성역화 불사를 위해 모인 조계사 신도들은 아미타불을 정근하며 염주알을 한 알씩 옆으로 전달했다. 수십 분이 지나고 실은 염주알로 채워졌지만 신도들의 정근 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 사진=박재완기자.

한겨울 대웅전 바깥에는 영하 10도의 찬바람이 몰아친다. 강추위가 닥친 12월 13일 저녁 8시 조계사 대웅전 안은 뜻밖의 훈훈한 열기로 가득하다.

어린 아이부터 청장년과 노인불자까지 대웅전 안에 가득 모여 앉았다. 합장하고 부처님께 예불을 올리는 불자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설렘이 내비친다.

이들은 저마다 자발적인 관심으로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불사에 동참하려고 모였다. 조계사 대웅전 삼존불 중 하나인 아미타불 복장에 들어갈 십만팔천염주를 꿰어 봉안한다니, 선택 받아 모여든 불자들인 양 뿌듯한 자부심이 넘치는 분위기다.

대웅전에 모인 대중들은 곧 금강경을 읽기 시작한다.

서울 조계사는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불사의 원만성취를 염원하며 11일 10만 8000개의 염주불사를 봉행했다. 3일째인 13일에도 그 열기는 이어졌다.

성역화 원만성취 발원
영하 날씨 속 염주불사
“공덕 짓는 마음으로 참여”

10만 8000 아미타 세계
직접 만든 염주로 장엄
12월 31일 복장불사 회향

조계사는 2015년 삼존불 내 금강경 복장불사를 진행, 1차 석가모니부처님, 2차 약사여래부처님 복장을 성료했다. 이번 10만 8000개 염주불사는 염주 완성 후 12월 31일 아미타불 복장에 금강경과 아미타경, 그리고 염주를 함께 봉안하는 3차 불사다.

복장 불사 첫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나온 김전희 보살은 “이런 기회가 또 한 번 있을까 싶어 벅찬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불자로서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며 “평소에도 나무아미타불하며 염불 수행을 자주 하는데 특히 이번 복장 불사를 진행하며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보시금으로 마련한 염주알을 정성스레 헌공하는 보살. 사진=박재완기자.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큰 비구들 1250명과 함께 계셨다’는 금강경 첫 구절처럼 오늘 대웅전 앞에 모여든 불자들의 모습이 그날 부처님 앞에 모여든 비구들처럼 겹쳐진다.

아미타경 독송이 이어진다. ‘사리불과 비구들과 모든 세간의 천상사람들과 아수라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를 올리고 물러갔습니다’라는 마지막 합송이 대웅전 내에서 장엄하게 울려 퍼진다.

곧 이어 염주알 헌공이 시작되고 불자들은 저마다 정성스레 가슴에 품고 온 보시금으로 염주알을 마련해 헌공함에 소중하게 넣었다. 그리고 성역화 불사의 원만성취를 염원하며 염주알을 꿰기 위해 모여 앉았다.

손에서 손으로 염주를 이어 꿰는 시간은 반야의 공지로 보살행 수행을 다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염주가 꿰어지고 완성되는 동안 불자의 가슴에 염주알보다 더 영롱한 사리같은 불심이 피어오른다. 불심은 염주를 꿰는 손길에서 손길로 이어져 마침내 모두 하나가 되는 평등심을 이룬다. 평등심이 발현되는 동안 모두의 정성으로 염주가 완성됐다.

완성된 염주가 주지인 지현 스님에게 전달되는 순간은 모든 대중의 정성스런 마음이 하나의 축원으로 합쳐진 순간이었다. 지현 스님의 손에 의해 불단에 올려진 완성된 염주는 한 알 한 알 염주를 꿰어낸 불자의 불심들이 하나로 모인 듯 빛난다.

염주 봉안 불사에 동참한 불자들은 하나같이 환희심으로 밝게 웃는다. 대웅전을 나서자 다시 영하의 날씨다. 그래도 불자들의 얼굴은 따뜻하고 밝은 기운으로 발그스레하다.

십만팔천 염주 봉안을 위해 마련된 염주들. 사진=박재완 기자.

가장 앞자리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염불을 외던 지명화 보살은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를 위해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다. 모든 것이 원만성취되길 바란다. 이번 조계사 삼존불 금강경 복장 불사는 불교계의 숙원사업이다. 조계사는 도심지에 있어 다른 사찰에 비해 협소해 항상 마음에 걸렸다. 이번 성역화 사업을 통해 서울시 지원도 받고 서울의 문화 1번지 조계사가 되길 바란다”며 “불자라면 누구나 극락세계로 가고 싶어 한다. 지금 이런 수행이 그 길로 가는 공덕을 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쁨으로 충만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불자 염원, 성역화 불사로 회향”

Interview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 사진=박재완 기자.

“10만 8000주는 아미타불이 계신 길을 상징합니다. 여러분은 그 길을 가는 것입니다. 기도를 통해 한 알 한 알 그 길을 직접 만들고 있고 그 공덕은 무량할 것입니다.”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은 이날 복장 불사 참여의 의미를 이렇게 강조했다. 지현 스님은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도감을 맡아 그동안 총본산 성역화를 진두지휘해왔다.

스님은 “12월 31일이면 부처님 복장 불사의 회향을 마친다”며 “마치고 나면 다시 또 하고 싶어도 못하기에 이렇게 참여하신 여러분은 복이 많은 것”이라고 참석 대중들의 공덕을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얼마전 조계사 신도가 아닌 분이 성역화의 얘기를 듣고 찾아왔다. 허리가 굽은 어머니를 모시고 온 처사님은 1억 원을 약정하셨다”며 “처사님의 어머니께서 아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셨다. 그 모습을 보니 ‘총본산 불사가 잘 되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어머니를 모시고 온 거사님이 떠올라 금강경 독송에서 이들을 위해 축원했다. 이런 불자대중의 마음이 바로 불교를 살리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끝으로 “불사 시작 첫 날인 12월 11일에 앞줄의 보살님은 계속 눈물을 흘리셨다. ‘왜 그렇게 우시냐’고 물어보니, ‘벅찬 마음에 흐르는 감동의 눈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행복감에 흘리는 눈물은 달콤하다고 한다. 우리 조계사 가족들의 눈물이 항시 달콤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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