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포교원장 지홍 스님

불광사 일요법회… 주제: 부처님 십대제자들이 걸어간 길
 

누구나 자신을 닮은 사람과 자연스레 어울린다. 악인은 악인끼리, 선인은 선인끼리 모이기 마련이다. 부처님에게도 부처님을 닮은 10대 제자가 있었다. 부처님의 10대 제자는 두타제일, 다문제일, 지혜제일, 해공제일, 설법제일, 신통제일, 논의제일, 천안제일, 지계제일, 밀행제일이다. 조계종 총무원 포교원장 지홍 스님은 10월 1일 서울 불광사 일요법회서 ‘부처님의 십대제자들이 걸어간 길’이라는 주제로 법문했다. 스님은 “부처님의 10대 제자는 모두 복혜양족으로 집착 없고 해탈하신 분들이다. 우리는 지계제일 우바리 존자처럼 계를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진형 기자
지홍 스님은… 광덕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석암 스님을 계사로 1970년 범어사서 사미계, 1975년 쌍계사서 구족계를 수지했다. 2004년 서울 불광사 회주 소임을 맡아 불광사를 대표적인 도심포교도량으로 일궜고, 월간 〈불광〉 발간 등으로 문서포교에도 앞장섰다. 2014년에는 포교대상을 수상했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과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 제11~16대 중앙종회의원 등을 역임했다. 〈현대불교 자료사진〉

십대제자는 복혜양족으로
집착 없고 고통서 해탈해
지계제일 우바리 존자처럼
우리도 계를 지켜야 한다


〈증일아함경〉 속 십대 제자들
오늘은 부처님의 십대 제자들이 걸어간 길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증일아함경〉 목우품에 보면 다음과 같은 부처님의 십대 제자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부처님이 사밧티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그때 사리풋타는 많은 비구들을 데리고 산보를 하거나 담소를 하고 있었다. 마하목갈라나, 마하카사파, 아니롯다, 레바타, 카차야나, 푸루나, 우팔리, 수붓티, 라훌라, 아난다 등도 각각 그 무리들과 함께 산보하거나 담소하고 있었다. 또 데바닷타도 많은 비구들과 함께 있었다. 이를 본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했다.

“사람은 근기와 성정이 서로 비슷한 점이 있다. 그래서 착한 사람은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은 악한 사람과 자주 어울린다. 마치 젖은 젖과 어울리고 소는 소와 어울리고, 똥은 똥과 어울리는 것과 같다.”

사람은 근기와 성격이 비슷한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했습니다. 악인은 악인끼리, 경전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경전공부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말입니다. 이렇게 같은 사람끼리 많이 어울립니다. 수행자도 마찬가집니다. 열 명의 수행자들은 각각 개인들의 특징이 달랐습니다. 십대제자는 똑같은 특징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사리풋타를 따라 산보하는 비구들을 보라, 그들은 모두 지혜로운 수행자들이니라.” 사리풋타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리불입니다. 지혜제일이죠.

“마하목갈라나를 따라 산보하는 비구들을 보라, 그들은 모두 신통을 갖춘 수행자들이니라.” 목련존자를 말합니다. 목련존자는 신통제일입니다. 어머니가 지옥에서 고통 받고 있는 모습을 관하고 부처님께 가서 “내 능력으로는 어머니를 구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하고 물으니 부처님께서 “칠월 백중날 모든 스님들이 백중 기도를 들어가서 회향을 할 때, 그때 모든 스님들이 포살을 위해 한 곳에 모인다. 그때 스님들이 3개월간 정진한 법력으로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영가천도를 하면 너의 어머니가 극락세계로 왕생할 수 있다”고 가르쳐 주십니다. 그래서 하안거 해제날 목련존자는 모든 스님들이 해제와 포살을 하기 위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공양을 올리고, 자기 부모에게 축원을 해달라고 합니다. 모든 스님들의 법력이 함께 모이면 그 위신력은 지옥을 부숩니다. 그렇게 목련존자의 어머니를 지옥에서 구출할 수 있었습니다.

“마하카사파를 따라 산보하는 비구들을 보라, 그들은 모두 열한 가지 두타행을 실천하는 수행자들이니라.” 마하카사파는 가섭존자를 말합니다. 두타행이라는 것은 어려운 과정을 통해 수행을 하고 어려운 과정을 극복해가는 것입니다.

“아니롯다를 따라 산보하는 비구들을 보라, 그들은 모두 천안통을 갖춘 수행자들이니라.” 아나율입니다. 천안통이란 다 보는 것을 말하죠. 요즘은 지구 반대편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카메라를 통해 다 알 수 있는데 천안통은 그런 정보통신을 통해 보는 것이 아닙니다. 아나율은 맹인입니다. 늘 주변의 도움을 받았는데 법에 대한 간절한 생각이 항상 있었습니다. 결국은 육안으로 보지 않아도 심안으로 볼 수 있는 천안통을 얻게 됐습니다.

“레바타를 따라 산보하는 비구들을 보라, 그들은 모두 선정에 잘 드는 수행자들이니라.” 레바타는 선정제일이었습니다.

“카차야나를 따라 산보하는 비구들을 보라, 그들은 모두 의리를 잘 분별하는 수행자들이니라.” 의리제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서로의 의지를 다졌으면 죽어도 같이 죽는 의리가 있었습니다.

“푸루나를 따라 산보하는 비구들을 보라, 그들은 모두 설법을 잘 하는 수행자들이니라.”

“우팔리를 따라 산보하는 비구들을 보라, 그들은 모두 계율을 잘 지키는 수행자들이니라.” 
바로 지계제일 우바리존자입니다.

“수붓티를 따라 산보하는 비구들을 보라, 그들은 모두 공의 이치를 잘 아는 지혜로운 수행자들이니라.” 수보리입니다. 수보리는 금강경을 설합니다. 금강경이 부처님과 수보리의 대화이죠. 공의 이치를 설하는 것이 금강경입니다. 수보리가 공의 이치에 대해 제일 잘 아니까, 공에 대한 이치를 설할 때는 수보리가 나서서 부처님과 대화하게 됐습니다.

“라훌라를 따라 산보하는 비구들을 보라, 그들은 어려운 일을 잘 참는 수행자들이니라.” 라훌라는 부처님의 아들입니다. 라훌라의 이름의 의미를 아시나요? 라훌라는 고통이라는 뜻입니다. 부처님이 출가를 하시려 할 때, 처음에는 부처님의 아버지가 출가를 막았습니다. 대를 이어줄 왕의 후계자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출가를 하려면 애를 낳고 가라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부처님은 할 수 없이 장가를 가서 애를 하나 낳고 출가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출가를 하고 라훌라가 태어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부처님은 태어난 아들을 보고 ‘저 아들과의 인연은 끊을 수 없다. 이 인연과 끊을 수 없으면 집착을 끊을 수 없고, 애착을 끊을 수 없고, 도를 닦기 쉽지 않다. 저 아이가 태어남으로 인해 그 애착이 더 중첩이 됐다. 내 수행의 앞길이 힘들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아들의 이름을 고통이라는 라훌라라고 지었습니다.

“아난다를 따라 산보하는 비구들을 보라, 그들은 모두 많이 듣고 한번 들은 것은 잊지 않는 수행자들이니라.”


〈불설계소재경〉 지계의 중요성
여기까지가 십대 제자입니다. 십대 제자는 복혜양족이라고 복과 지혜를 완전하게 다 갖춘 분들이었습니다. 이미 고통에서 해탈한 분들이었습니다. 오늘은 특히 십대 제자 중에서도 우바리존자의 이야기를 해 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합니다. 우바리존자는 계율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습니다. 지계제일이었죠. 수계를 받고 계를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수계공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불설계소재경〉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떤 남자가 삼자귀와 오계와 십선계를 받아 일심으로 정진하여 감히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여러분들과 같은 사람이죠. 거사인데, 삼귀의계와 오계, 십선계를 받아서 열심히 계를 잘 지키는 사람이었습니다.

부처님이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다는 것을 알고는 부처님을 뵈러 가는데 역말을 지나게 되었다. 마침 해가 저물었으므로 하룻밤 머물고자 하였다. 거기에 한 여인이 단정하게 있었는데 그 여인은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의 부인이었다.

사람을 잡아먹는 나찰의 부인이었던 것이죠. 산 사람의 따듯한 피를 먹어야만 살 수 있는 귀신이 나찰입니다.

여인은 거사에게 그냥 지나가라고 했으나 남자는 삼귀의와 오계 십선계를 받고 해태하지 않았으므로 두려워하지 않고 머물겠다고 했다.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은 계의 위엄을 호위하는 신이 그 곁에 있는 것을 보고는 40리 떨어진 곳에서 묵고 돌아오지 않았다.

계를 잘 지키는 사람들의 주변에는 항상 호법신장이 따라다니면서 접근경호를 합니다.

다음날 남자가 길을 가는데 해골이 널려 있는 것을 보고는 털이 곤두서고 마음이 두려워 후회하며 물러나 생각했다. ‘내가 본국에 있는 집에 있으면 의식이 매우 쾌적하고 풍부했을 텐데 공연히 부처님이 사위국에 계시다는 말에 감회되어, 아직 기묘한 것은 보지도 못했는데 도리어 해골이 널려 있는 것을 보았으니,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저 여인을 본토로 데리고 돌아가 함께 살면 어떨까, 또한 즐겁지 않을까?’

두려움이 생겨서 마음이 확 바뀐 것입니다. 부처님을 뵙고자 하는 감동적인 마음이 사라진 것이죠. 이때부터 어떨까요? 계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계를 파괴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죠. 계를 파괴하고자 하는 음심이 동하고 두려움이 도래했습니다. 계를 버린 것이죠. 그 사람이 갑자기 마음이 바뀌니까 그 사람의 모습이 바뀝니다. 마음이 바뀌면 몸에서 나오는 인상과 냄새 모두 바뀝니다. 그러니까 주변을 지키던 호법신장이 모두 떠났습니다. 혈혈단신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즉시 길을 돌려 다시 역말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마음이 다시 미혹되어 음욕이 생기고 부처님의 삼자귀의 덕과 오계 십선의 마음을 다시 믿지 않으니 천신이 곧 가버리고 다시는 보호하지 않았다. 귀신이 돌아오자 여인은 남자를 항아리 안에 숨겨주었다. 귀신이 사람의 냄새를 맡고 아내에게 고기를 달라고 했다. 여인은 어젯밤에 왜 오지 않았냐고 묻자, 귀신은 부처님의 제자가 있어 천신이 나를 쫓아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인은 부처님 계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귀신은 내가 감히 말할 수 없다고 하였으나 여인이 계를 설하여 주면 고기를 주겠다고 하며 재촉하자, 먹고 싶은 욕망을 그칠 수 없어 삼자귀와 오중계를 설했다. 귀신이 처음 하나의 계를 설할 때 아내가 문득 받았으니, 다섯가지 계를 마음에 간직하고 입으로 외웠다. 남자도 항아리 안에서 따라서 받았다. 이때 하늘의 제석천왕이 두 사람이 마음으로 스스로 부처님께 귀의한 것을 알고, 곧 선신 50명을 뽑아 두 사람을 옹호하니 귀신이 마침내 달아나 버렸다.

계를 받아 지내면 선신이 지켜준다는 이야기로 〈불설계소재경〉에 나옵니다. 선신이 와서 귀신을 물리쳤다는 이야기는 실제로 계를 받는 즉시 우리 마음속에 악을 물리치는 힘이 생긴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계를 통해 죽을 상황에서 살아납니다. 귀신의 부인도 계를 통해 귀신에게서 벗어나고 인간으로 사는 계기가 됐습니다. 계를 지키면 그 즉시 지계공덕이 나타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법을 어기면 바로 처벌을 받지 않습니까. 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생을 하면 살생에 대한 처벌도 사실은 그 즉시 받습니다. 음행을 하면 자신의 마음속에서부터 그 즉시 변화가 생기고 주변에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계를 지키면 내 삶이 그 즉시 바뀝니다.

우리의 삶이 어떤지에 따라 우리 삶에 공덕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인과의 법칙 속에 계율의 지계공덕과 수계공덕이 다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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