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 전문 인터넷 유나방송 개국 10주년 공연 리뷰

힐링멘토 정목 스님이 설립한 마음공부 전문 인터넷 유나방송이 개국 10주년을 맞아 5월 20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서 피아노 연주자 마이클 호페를 초청해 기념공연을 가졌다.

그는 인기 드라마 ‘가을동화’의 삽입곡인 <잊을 수 없는 마음(Unforgetting Heart)>과 광고 배경음악 <링컨의 애가(Lincoln’s Lament)> <가장 사랑 받는(Beloved)> 등 감미롭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갖고 있는 명상 음악가다.

오랜만에 만난 진정한 치유
즐거운 소풍 같은 삶 살아낼 힘 선사

피아노를 치는 마이클 호페. 그를 국내서 처음 본 것은 2014년 4월이었다.


내가 그를 국내서 처음 본 것은 시계를 3년 전으로 돌린 2014년 4월이었다. 역시 정목 스님과 함께한 특별한 힐링콘서트인 유나방송 개국 7주년 축하 자리에서다. 당시 마이클 호페는 자신의 음악 애청자인 정목 스님과 만나 인연을 맺었고, 그 만남이 또 이번 공연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한다.

지구 저 반대편 멕시코서 날아온 노신사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사회자인 정목 스님의 볼에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승속이 엄격히 구분된 한국의 불교문화에서는 큰일날(?) 행동이지만, 이상하지 않았다. 관객들도 서로의 존경에 대한 예로 눈치 챘는지 환호와 박수가 객석에서 터져 나왔다.   

고희를 넘긴 노 피아니스트는 자리에 앉자마자 경쾌한 왈츠를 선사했다. <마그다의 왈츠> <달의 왈츠> <아이들의 왈츠> 등등. 이건 확실히 맛보기 애피타이저였다. 공연의 절정은 역시 TV와 광고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잊을 수 없는 마음(Unforgetting Heart)>과 <링컨의 애가(Lincoln’s Lament)>에서 느껴졌다. 어색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그의 얼굴엔 웃음꽃이 만연했지만 그가 피아노 앞에 다시 앉자 장내는 또 숙연해졌다. 마음 치유를 받을 준비를 한 것처럼 말이다. 방금 전보다 좀 더 깊은 피아노 선율들이 춤추기 시작했고, 수명이 다한 선율들은 그의 곁에 한 겹 씩 차곡차곡 쌓여 갔다. 노 신사의 관록이 작은 건반을 거쳐 해머가 현을 때릴 때 깊게 울려 퍼지는 피아노 공명은 그윽해서 슬펐다. 노 피아니스트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건반을 내려 칠 때 내 심장도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마이클 호페가 아무리 피아노를 신나게 내리쳐도 결국은 슬프게 전해졌다.

호페가 아무리 신나게 내리쳐도 결국은 슬프게 전해졌다. 피아노의 선율은 왠지 모를 한(恨)을 머금고 있었고, 그래서 피아노는 사랑을 노래하기보다 우리네 삶을 더욱 연주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슬픔은 우리를 짓누르는 처절한 슬픔이 아니라 기분 좋은 슬픔이었다. 한번 눈물을 펑펑 쏟아 낸 뒤 느끼는 카타르시스였다. 

물론 뉴에이지 거장으로 꼽히는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와 ‘앙드레 가뇽’ ‘조지 윈스턴’의 음악들이 대개 그렇다. 대표곡들만 해도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왠지 모를 슬픔이 가득 느껴진다. 그 슬픔들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이날 무대서 건반위의 음유시인 마이클 호페가 우리에게 선사한 피아노 선율은 분명 치유를 내포한 슬픔이었다. 이외에도 한국의 해금연주자 신날새와 함께 해금과 피아노의 협연으로 자신의 히트곡인 ‘언제나(Always)’, 뜨레보치 남성 3중창단의 <지금 이순간>과 <걱정말아요 그대> 역시 호페의 선율에 잘 버무려진 묵은지 같이 내면의 충만을 선물했다.

유나방송은 지난 2007년 마음공부 대중화를 목표로 설립됐으며, 현재 47개국서 7만 여명이 이 방송을 통해 마음공부의 길을 걷고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 된 디지털 시대지만, 상처받은 영혼들의 위로와 치유 만큼은 역시 내 손끝이 직접 다가가는 느낌, 그런 아날로그 방식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정목 스님은 삶의 자체로 감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목스님은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비난과 판단치 말고, 그저 그것 자체로 감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모두가 나를 위해서 반드시 일어날 일이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축복할 때 치유는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치유는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라는 정목스님의 말은, 자신 곁의 파랑새를 두고 그것을 찾아 먼 길을 떠나 헤매던 우리에게 일러주는 삶의 정답과도 같았다.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세월과 고통, 그 안에서 품게 되는 사랑과 용서들.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생채기를 입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끝에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말하고, 또 누군가는 괴로운 시간이었다 말한다. 그것은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에 달린 일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분명코 오늘 밤, 내가 선택한 이 공연장의 선율들은 우리에게 충분한 치유가 되어 주었고, 내일부터 즐거운 소풍과 같은 삶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을 선사했다. 앞으로 이런 엄청난 마력을 뿜어내는 유나방송이 20년, 30년 아니 영원히 존재하길 발원한다. 아울러 제2, 제 3의 유나방송 처럼 우리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다독거려줄 곳도 많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으며 살아가고, 또 치유를 고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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