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장애인 포교, 발전 위한 제언

전문가들의 개선방안

장애 인식 교육방법
승가-승려교육 장애인 분야 추가
재가-동영상 콘텐츠 법회에 활용 

장애인 접근성 향상
편의성 높인 사찰모델 개발
전문포교사 양성해 법회 지원
특수사목 같은 전담법사 제도

▲ 장애인불자들은 휠체어나 안내견이 필요해 법당 출입에 자유롭지 못하다. 편안한 마음으로 법회를 보는것이 그들의 소박한 바람이다. 사진은 연화원 이사장 해성 스님(왼쪽)과 시각장애인 스님·불자들이 지난해 법주사 성지순례를 하며 법회를 보는 모습. 사진제공=해성 스님

 

170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불교. 속세에서 벗어나 번뇌망상을 떨쳐내고, 해탈열반의 길에 들어서기 위해 고된 수행을 하는 불교는 우리나라에서 늘 산에 가야만 접할 수 있었다. 따라서 한국불교는 산중불교성격이 짙었고, 세간과는 거리가 먼 신비함을 간직한 것으로 인식돼 왔다. 포교보다 수행에 중점을 뒀던 역사에 비춰볼 때 당연히 장애인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다.

한국불교가 장애인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사회변화에 따른 도심포교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대중과 호흡하는 불교를 기치로 내걸었다. 조계종은 95년 장애인생활시설인 소쩍새마을을 인수, 98년 서울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을 수탁 운영하면서 장애인복지에 역량을 쏟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큰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개선해야할 문제가 많다.

장애는 의 결과가 아니다
장애인 포교에 매진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바로 인식이다. ‘()’을 강조하는 불교 특성으로 인해 불자들이 장애를 업에 의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의 대부분은 후천적인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상대방의 잘못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연기에 의해 얽혀 있고, 서로 작용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단지 나와는 상관없다고 치부해버릴 뿐이다.

청각장애인불자들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연화원 이사장 해성 스님(서울 광림사 주지)우선적으로 장애의 8~90%는 후천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장애는 연기에 따른 공업이기에 단순히 상대방의 문제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교통사고도 내 잘못만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불교의 평등사상을 가슴 깊이 새기고, 모두 같은 부처님 제자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인 스님도 본인 의도와 관계없이 다양한 원인이 얽혀 사고가 발생하는데 장애 역시 전생의 죄업에 대한 결과라고 해석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어 스님과 재가불자 모두 장애인을 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에 대한 불교계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우선적으로 승가의 경우, 승려 인증교육 연수에 장애인 관련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례로 현재 조계종 교육원 2016년 인증교육 연수에는 국제전법의 현황과 포교 전략(국제전법단) 불교임상지도자과정(병원전법단) 경찰포교와 법회 활성화 전략(경찰전법단) 등 포교원 산하 전법단이 운영하는 교육과정이 마련돼 있다. 장애인전법단 역시 체계적인 강좌를 기획하고 교육원 인증을 받는다면 불교계 장애인식 개선에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역량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포교원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최근 집행부를 새로 꾸린 포교원은 포교 비전을 준비하면서 장애인전법단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재가불자들을 위한 교육은 각 사찰 법회를 통해 실시할 수 있다.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아닌 인식 개선을 위한 것이기에 교육에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조석영 서울시장애인복지관협회장(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장)본 협회는 최근 서울시와 함께 장애인식개선 교육 및 캠페인동영상을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누구나 무료로 받아서 사용할 수 있다사찰 법회에서 스님이 직접 장애에 대한 바른 이해를 설명하거나 이 같은 동영상을 이용한다면 비장애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지만 있다면
대부분의 사찰이 산에 있기 때문에 불교는 타 종교에 비해 장애인들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해체 가능한 이동식 경사로 등의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 의지만 있다면 개선의 여지는 충분하다.

법인 스님은 장애인 포교 방안으로 전담법사 제도와 장애인 템플스테이를 제시했다. 스님은 가톨릭은 본당이 아닌 병원교도소 등 특정 단체에서 사목직을 담당하는 특수사목이 활성화 돼 있다. 하지만 장애인불자들은 지도법사 한 분 모시기도 힘든 게 현실이라며 전담법사 제도를 통해 장애인불자들 가까이서 부처님 가르침을 전한다면 무엇보다 값진 법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또 장애인을 위한 템플스테이는 그들이 불교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해성 스님은 불교계의 노력은 두말할 것도 없이 당연한 것이지만 장애인불자들도 계속 용기를 내 현실과 부딪쳐야 한다. 인근 사찰을 찾아가 신행활동 할 수 있도록 꾸준히 요청해야 한다그러다보면 불교계에서도 필요성을 느끼고, 관련 단체 등을 설립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석영 회장은 장애인을 배려한 사찰모델 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조 회장은 편의시설을 단순히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순 없다. 불교신자 고령화로 낮아질 수 있는 접근성을 되살리는 길이기도 하다면서 편의시설을 잘 갖춘 사찰모델을 개발하면 여건이 되는 일선 사찰부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결국 임산부나 유모차 등 모두를 위한 포교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전법단장 도륜 스님은 모든 일에 순서가 있듯 장애인 포교를 활성화하는 데도 순차적으로 접근해야 한다사찰이나 법당 출입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장애인불자들이 있는 곳에서 손쉽게 부처님 가르침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 포교사를 양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요한 건 마음의 평화
이처럼 장애인 포교 활성화를 위해 불교계가 관심을 기울여야할 제반사항은 분명 많지만 정작 장애인불자들이 바라는 건 아주 소박하다. 바로 마음의 평화. 편의시설보다 반갑게 맞이하는 얼굴 하나가 더 고맙고 감동적이라는 얘기다.

장애인 신행단체인 보리수아래 최명숙 회장은 장애인불자들이 절에 가면 비장애인들이 불편해한다. 그것은 장애인이 싫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도와줘야할지 몰라서, 또는 꼭 도와줘야한다는 생각에 미안하기 때문이라면서 계단 하나, 문턱 하나 없애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장애인들의 느린 말을 들어주고 환영해주는 자세가 더욱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장애인이라고 해서 굳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강태봉 시각불자회장은 예전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불교계의 인식은 많이 좋아졌다. 비록 더딜지라도 꾸준히 변하고 있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단어 표현이나 친절한 모습 등 사소한 것부터 바꿔 간다면 장애인불자들의 증가도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설명했듯 장애는 결코 업의 결과가 아니지만 과연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차별할 자격이 있을까?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존재하는 연기의 세계에서, 또 서로 무명을 밝혀 지혜를 찾아가는 불법(佛法)의 길에서 다른 이의 장애는 나를 괴롭히는 마구니도 아닐뿐더러 어쩌면 나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미래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육안이 멀어버린 아나율 존자가 나를 위해 바늘에 실을 꿰어줄 사람 없느냐고 외쳤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온 이는 바로 부처님이었다. 글자 하나를 외우면 다른 하나를 잊어버렸던 주다반탁가에게 먼지를 쓸고 때를 닦으라는 가르침으로 아라한과를 얻게 한 것도 부처님이었다. 부처님은 업을 강조했지만 결코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또 다른 공덕으로 나아가는 길을 걸었다. 부처가 되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불자들이 어떤 자세로 장애인을 대하고 각자의 삶에 임해야 할지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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