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법인 스님 지음|불광 펴냄|1만 4천원
사유, 만남, 반성, 삶 등 4주제 구성
사유전문가 사(思)생활 비법 10 소개
“삶 바꾸는 것 모두 ‘생각의 힘’달려”

스마트폰이 발달함에 따라 사람들 습관이 바뀌고 있다. 지하철이건 버스안이건 공공장소에서 검색하는 이들을 쉽게 목격한다. 이렇게 되면 머릿속에 단순 정보들은 늘어날 수 있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사색하는 사유의 능력은 저하된다. 사유를 잃어간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능력을 상실한 것과 다름이 없다.

다독가, 따듯한 직설가, 공부하는 스님으로 통하는 법인 스님은 이 책에서 ‘검색’과 관련된 키워드인 경직, 고착된 생각서 벗어나 활발히 움직이는 내 머릿속 ‘사유의 회복’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펴낸 책이 바로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이다. 이 책에서 스님은 어떻게 생각하며 살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고 성실하게 답한다.

‘스님’은 사유 전문가다. 수행자로서 모든 일상이 사유와 공부에 맞춰져 있어서다. 법인 스님은 그 속에서 체득한 사유의 열매를 그동안 세상과 나눠 왔다. 세상의 고민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과 따뜻한 처방으로, 청년들 사이에서 ‘병’ 주고 ‘약’ 주는 스님으로 통한다. 이 책에서 스님은 자신의 ‘사(思) 생활’을 들려주며, 늘 생각하고 성찰해 ‘헛것’에 홀려 살지 말 것을 ‘직설’과 ‘공감’으로 변할 것을 권한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이 아닌 내적인 성찰을 통해 마음을 돌보라고 한다. 사유, 사색, 성찰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가장 든든한 생존의 무기임을 이 책에서 스님은 강조한다. 또한 스님은 말한다.

“붓다는 제자들에게 “나(붓다)의 말도 의심하라.”고 말했습니다. 사유하며, 생각하며 살라는 것입니다. 유태인을 학살한 아이히만의 과거를 조사했더니 무척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왜 엄청난 죄를 저질렀을까요. 바로 ‘사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악을 인식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는 조직의 명령을 성실하게 따랐을 뿐이지만, ‘사유하지 않은 죄’를 범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 일상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다양하게 생각하세요.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세뇌당한 관습적 사고와 태도를 버리고 열린 눈으로 세상을 크게 봐야 합니다.”

이 책에 나온 칼럼식 글들은 주로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등에 연재한 것을 묶은 것이다. 논조는 합리적인 의심과 정직한 성찰로 모아진다. 우선, 지금 불안하고 행복하지 않다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대해 의심하고 성찰해 보라고 스님은 조언 한다. 행복의 조건, 사랑의 기준, 성공의 개념…… 등등. 우리 삶이 힘들고 괴로운 이유는 이런 첫 단추, ‘조건과 기준, 개념’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속도와 성장을 목표로 개인을 도구화하고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국가권력과 기업, 학교 등 사회 구조도 개인의 불행에 원인을 제공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사회는 개인이 살아남기 위한 특정한 삶의 방식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내 삶의 방향타가 사회의 요구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에 대한 냉엄한 진단도 스스로 진단해 보라고 스님은 말한다. “내 삶의 방향은 제대로 잡았는가? 나는 지금 남의 삶을 눈치 보며 흉내 내고 있지 않은가”라고.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 1장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편에서는 SNS나 온갖 스마트폰이 발달한 현대사회는 검색을 통해 많은 정보와 지식을 알게 되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으면서 점점 자기만의 생각법을 잃어간다고 충고하는 내용이다. 스님은 오히려 많이 아는 시대에 적게 생각하고, 많이 아는 시대에 사고가 협소해지는 이른바, ‘검색의 시대’, 사유가 중요해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2장 ‘쉽지 않지만 가야만 하는 길을 선택하라’에서는 〈안도현의 연어〉 〈비노바 바베 평전〉 〈김예슬 선언〉의 독후감을 소개한다. 화려한 삶을 버리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살아간 비노바 바베에게선 삶의 가치를, 대학을 거부하면서 수동적 삶과의 안녕을 고한 김예슬을 통해 서는 스스로 선택한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은 만남이 주제다. 이 장에서 스님은 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만남들이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그 길은 세상에 대한 연민과 자애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스님의 전언이다.

마지막 4장 ‘스님의 반성문’을 읽다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수행자로서, 세속화된 종교에 대한 반성문들이다. 해탈과 천국에 이르는 길은 오직 깨어 있는 사유와 성찰로서만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깨달음이 먼저인가, 자비가 먼저인가’라는 물음에 새는 양 날개로 날아간다는 비유, 가톨릭의 성 프란치스코 기도문을 반야심경으로 치환해 모든 종교의 목적이 자비에 있음을 보여 준다.

종교의 본질에 대한 스님의 마지막 말은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종교는 삶에 지친 사람들의 위로처이다. 힘없는 사람들의 의지처이다. 종교는 아무 힘이 없음으로 해서 가장 특별한 힘을 갖는다.”

법인 스님
법인 스님의 사(思)생활 비법 10
1. 행복하고 좋아 보이는 것, 모두가 동의한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뒤집어보라.
2. 삶의 변화는 익숙함과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데서 시작한다.
3. 위로 받기 전에 냉엄하게 스스로의 문제를 진단해 보라.
4. 모호하게 말하지 말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말하라.
5. 나의 말도 의심하고 한 번 더 헤아려 보라.
6. 만족과 감사의 기도만이 나의 최선인가?
7. 이미지와 감성에 속지 마라.
8. 물어라. 묻지 않으면 길은 열리지 않는다.
9. 생각 그리고 사랑, 연습하면 무르익는다.
10. 해탈과 천국은 ‘지금, 바로, 여기’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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