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석-묻다’전 6월 8일까지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GMA

"이 혼탁한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스님 진영과 사물 통해

불교의 과제 고민

 

“우리 사회가 물신주의에 물들어 있잖아요. 지금의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죠. 이런 혼탁한 시기에 법정 스님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이 시대를 어떻게 봐라봐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되냐고 말이죠.”

‘김호석-묻다’전이 6월 8일까지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GMA에서 열린다. 김호석 작가〈사진〉는 조선시대 전통 초상화 기법을 오랜 기간 연구해 현대적으로 계승, 국내 인물 초상화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뿐만 아니라 일찍부터 현장과 현실에 바탕을 둔 수묵운동에 참여 역사화, 농촌풍경화, 가족화, 군중화, 동물화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회화세계를 확장시켜 왔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법정 스님의 진영과 의자, 옷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물을 통해서 이 시대 불교의 역할을 묻는다. “길상사의 요청으로 스님의 표준 진영을 그리게 됐어요. 작업을 하다보니 스님에게 묻고 싶은 말들이 생겼어요. 이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고 말이죠. 스님께서는 지금 여기에 안 계시지만 이 시대의 선각자이시고 아직까지도 불교계에서 영향력 있는 분이시니 이 질문에 대답을 해 주실 것만 같았어요.”

스님이 벗은 놓은 옷을 그려낸 ‘덧’은 껍데기만 남은 이 시대 불교 정신에 대해 묻고 싶은 마음을 담아낸다. “무심하고 소박한듯 보이지만 이 낡은 옷을 통해 스님에게 불교의 정신과 미학에 대해 논쟁을 하고자 했어요. 참선을 마치고 가볍게 일어선 뒤 자리에 남겨진 또 다른 스님을 만나고 있는지도 모르죠.”

▲ ‘김호석-묻다’전이 6월 8일까지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GMA에서 열린다. 법정 스님의 진영.
불일암 앞에 남겨진 배추 한포기를 그려낸 ‘불일암’ 역시 단순한 듯 보이지만 내면으로 향하라는 가르침을 준다. “무소유를 말씀하신 스님께서는 농사를 지어 항상 먹을 만큼만 김장을 하고 밭에 남은 배추를 짚으로 싸서 그대로 두셨어요. 겉은 생명이 말라있지만 내면에는 온기가 살아있는 이 또한 생명체라고 생각했어요. 스님께서는 내면에 눈을 돌리고 남과 또 다른 생명을 귀하게 여기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남의 허물을 탓하지 말고 내 탓으로 돌리고 자신을 성찰하는 배추가 곧 법정 스님입니다.”

‘이제는 의자가 쉬자’는 법정 스님이 서툴게 만들어 늘 쉬고 있던 낡은 의자를 그렸다. 이제는 불일암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법정 스님의 의자’에 앉아 스님을 만나고자 한다. 하지만 작가는 작품 속에서 이 의자를 뉘어 놓았다. 스님이 떠난 뒤 의자를 쉬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작가는 쉬고 있는 무소유의 법정 스님을 만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다양한 사물을 빌어 세상을 말하고 이를 통해 또다른 깨우침을 준다. 큰 화면에 머리만 남은 대구가 서로를 물고 뜯고 있는 ‘불이’는 몸은 하나로 2가지의 표정이 흥미롭다. 인간의 이중적 가식과 표정, 사악함과 온화함의 양면성은 서로를 물어뜯는다는 경고임에 분명하다. ‘거울 앞에서’는 자신을 보면서 허물을 보고 반성하면서 맑은 얼굴로 아름답게 살아가자는 스님의 가르침을 말한다.

“법정 스님은 불일암에서 홀로 수행하신 독거 수좌시잖아요. 눈빛이 강하고 섞여서 살기 싫어하셨고 또 혼탁한 걸 싫어하셨어요. 이런 스님은 우리에게 무소유의 삶을 가르쳐 주고 떠나셨죠. 이제 우리는 스님의 정신을 계승한 새로운 법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작가는 법정 스님을 통해 이 시대 불교가 가야 할 길을 묻는다. 그리고 작가는 시선을 돌려 우리에게 질문한다. 당신의 내면에 불교 정신이 살아 있느냐고? 혼탁한 세상에 불교는 어떤 길을 가야 하냐고? (02)725-0040

 

▲ ‘이제는 의자가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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