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아문’ 붓다 설법 이어지듯 정법의 등불이…
‘여시아문’ 붓다 설법 이어지듯 정법의 등불이…
  • 신중일 기자
  • 승인 2012.09.15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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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다문제일 아난다- <하>부처님 열반과 경전 결집

부처님 수명 연장 못 청해
입멸 후 교단에서 과실 문책
1차 결집서 교학 경전 송출
후대에 佛法 전한 은인

비보가 전해졌다. 교단의 제1제자였던 사리불과 도반 목건련의 죽음이었다. 아끼던 제자의 죽음에 대해 부처님은 안타까웠다. 부처님은 아난다를 데리고 바이살리로 향했다. 도착 후 이틀째 되던 날, 부처님이 아난다에게 말했다.

“아난다여, 누구든지 사신족을 완성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한 겁(劫)정도는 머무를 수 있다. 그러므로 아난다여, 여래가 원하기만 한다면 한 겁 또는 그 겁의 남은 시간동안 계속 머물 수 있다.”

부처님은 같은 이야기를 조용하고 은근하게 세 번에 거쳐 말했다. 그러나 아난다는 부처님의 저의를 알지 못해 화답하지 못했다. 부처님은 아난다에게 물러갈 것을 명했다.

부처님 열반을 막지 못한 아난다
아난다가 물러난 후 조용히 생각에 잠긴 부처님에게 악마가 찾아왔다. 그리고 악마는 부처님께 열반에 드실 것을 청했다. 열반을 종용하는 악마에게 부처님은 단호히 말했다.

“물러가라 악마여, 여래는 스스로 때를 알고 있다. 나는 석 달 후 나의 본생지 쿠시나가라의 사리쌍수 아래에서 열반에 들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에는 거짓이 없는 것이니,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것도 멀지 않았구나.”

악마가 기뻐하며 물러가자 대지는 크게 흔들렸고, 아난다는 급하게 부처님을 찾았다. 헐레벌떡 들어온 아난다에게 부처님은 나지막이 자신이 석달 뒤 열반에 들것이라고 말했다. 아난다는 부처님께 수명을 연장해 곁에 머물러 줄 것을 세 번에 걸쳐 청했다.

“아난다, 네가 나를 시봉하고 나서 지금까지 내가 두 번 말을 하는 것을 들었는가? 나는 수명 연장을 청할 것을 너에게 먼저 말했다. 하지만 너는 아무런 말도 없었고, 청하지도 않았다. 여래는 말을 한 번 입 밖에 내놓으면 어기지 않는다.”

아난다는 부처님 발 아래에 조복해 눈물을 흘렸다. 자신이 미혹해 부처님의 수명 연장을 청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출가 이래 이렇게 까지 자신을 책망해 본 적이 없었다. 이런 아난다를 부처님은 안쓰러워하며 위로했다. 

“아난다, 너는 너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신을 집으로 삼아라. 그리고 법으로서 등불을 삼고, 법으로서 집을 삼아 스스로 이에 귀의해야 한다. 남을 의지하거나 남에게 귀의해서는 안된다. 게으름없이 깊이 자신을 관찰한다면 육신의 갈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이 자기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는다는 것이다.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 내가 가르친 성도(聖道)를 믿는 자가 있으면, 그는 나의 진실한 제자요 자손이다.”

진리의 새벽별이 지다
다음날 부처님은 바이살리의 북쪽 성문을 지나 길을 떠났다. 북쪽으로 내려간 부처님은 염부촌에 머물며 비구들에게 탐, 진, 치 삼독심(三毒心)을 끊어 낼 것과 네 가지 큰 교법인 사성제(四聖諦)에 대해 설했다. 많은 비구들이 이 설법을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

파바성으로 자리를 옮긴 부처님은 그 곳 대장장이의 아들 순다의 공양을 받는다. 하지만 공양은 독이 됐다. 심각한 설사 증세를 보였지만 부처님은 자신이 열반지로 선택한 쿠시나가라로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서 부처님은 늙은 바라문인 수밧다를 마지막 제자로 삼고 조용히 열반을 준비했다.

숲은 깊은 어둠에 휩싸였다. 부처님은 힘겹게 눈을 떴다. 그리고 비구들에게 아난다가 어디 있는지를 물었다.
“아난다는 어디 있느냐?”
“슬픔을 견디지 못해 울고 있습니다.”
“내가 찾는다고 전하거라.”

비구들은 사리나무 그늘에서 울고 있던 아난다를 찾았다. 부처님 앞에서도 아난다의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그런 아난다를 부처님은 지긋이 바라보며 웃었다.

“울지 마라. 아난다. 너는 오랫동안 나에게 정성을 다했다. 이 세상 누구도 너처럼 여래를 섬기지 못했을 것이다. 더욱 열심히 노력해라. 그러면 머지않아 무지와 탐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명심하라. 내가 떠난 뒤에는 법과 율이 너의 스승이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화합해 예의와 법도를 따르도록 하라. 이것이 출가한 사람들이 순종해야 할 법이다.”

아난다는 만감이 교차했다. 자신의 형제이자 스승이었던 부처님의 위로가 더욱 가슴에 사무쳤다. 주체 못하는 슬픔에 아난다는 목 놓아 울 수 밖에 없었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도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에게 마지막 할 말은 이것뿐 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게으름없이 정진하라. 나는 방일하지 않아 바른 깨달음에 이르렀다.”

부처님은 그렇게 열반에 드셨다. 어두운 세상, 그래서 더욱 밝게 빛났던 정각의 새벽별이 진 것이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지 80년, 성도한 지 45년, 기원전 544년 2월 15일의 일이었다.

그림 김홍인
흔들리는 승단, 번뇌하는 아난다
부처님 열반 소식에 세상은 큰 슬픔에 빠졌다. 쿠시나가라의 말라족은 6일 간 조곡을 올렸다. 부처님 열반을 추모하기 위한 많은 사람들의 행렬도 이어졌다. 7일째 되는 날, 부처님의 다비는 여법하게 치러졌다. 부처님의 사리는 여덟 등분으로 나눠 각국에 봉안됐다.

부처님 입멸 후 승단은 흔들리고 있었다. 심지어는 매일 잔소리 하던 늙은이에게 해방됐다고 기뻐하는 비구들도 있었다. 부처님 상수 제자 마하가섭과 장로들은 이 같은 상황에 통탄을 금치 못했다. 부처님이 이루신 법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없었다. 마하가섭은 승단의 장로들에게 제안했다.

“교단의 법과 율을 어지럽히는 비구들이 계속 생길 것입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교단은 무너집니다. 세존께서는 ‘법이 곧 스승이니, 높이 받들어 보호하라’고 하셨습니다. 교단의 영원한 스승이 될 부처님의 가르침과 계율을 결집하도록 합시다.”

장로들은 마하가섭의 제안에 모두 동의했다. 이어 마하가섭은 부처님에게 설법을 가장 많이 듣고 지혜가 뛰어난 아라한 500명을 추천할 것을 장로들에게 청했다. 지혜와 덕망이 뛰어난 장로들이 추천됐고, 마지막 500번째에 아난다가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마하가섭은 이를 거부했다. 아난다는 아직 깨닫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장로들의 잇따른 청원에도 마하가섭은 단호했다. 결국 500번째 자리는 비워졌고, 40일 후 칠엽굴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홀로 남은 아난다는 슬픔 속에서 번민했다. 스승의 수명을 연장하지 못했고, 살아계실 때 깨닫지 못했으며, 심지어는 부처님 말씀을 결집하는 데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 슬퍼 견딜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마하가섭이 가혹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부처님 재세 당시에도 마하가섭은 여성들의 출가를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 이를 부처님께 청한 아난다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수차례 드러낸 적도 있었다. 오죽했으면, 가섭 자신을 힐난하는 비구니에게 “나는 당신보다 아난다를 원망한다”고 했을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소소한 사항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아난다는 한시가 급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아난다는 인적이 드문 길을 골라 결집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절벽에 홀로 서서 발뒤꿈치를 들고 용맹 정진에 들어갔다. 하지만, 결집 날 새벽까지 깨달을 수 없었다. 그토록 부처님의 설법을 열심히 들었지만, 왜 깨닫지 못하는지 알 수 없었다.

뼈를 깎는 듯한 정진도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몸도 마음도 지쳤다. 아난다는 정진을 그만두고 잠시 머리를 베게에 뉘었다. 그 순간이었다. 한 순간 깨달음이 다가왔다.

“본래 있는 법을 부촉했지만(本來付有法)/부촉하고 없는 법을 말하니라(付了言無法)/ 각자 모름지기 스스로 깨달을 지니(各各須自悟)/깨달아 마치면 없는 법도 없느니라.(悟了無無法)”

다음 날 걸식을 마친 아난다는 칠엽굴로 갔다. 아난다가 들어서자 장로들이 일어나 반겼다. 마하가섭도 아난다의 성취를 한눈에 알아봤다. 500개의 자리가 모두 채워졌다. 가장 먼저 교단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율이 결집됐다. 율의 결집은 우바리가 맡았다. 자리에 정좌한 아난다는 우바리가 율장을 송출하는 동안 마음을 가다듬었다.

법을 결집할 때가 됐다. 장로들은 법을 송출할 사람으로 일제히 아난다를 꼽았다. 그러자 마하가섭은 아난다가 가진 6가지 과실에 대해 지적했다.

“아난다여, 당신은 부처님의 만류에도 끝까지 청해 여인을 출가시켜 정법을 500년이나 퇴보하게 했소. 부처님의 승가리를 갤 때 발로 밟았으며, 입멸 전 물을 찾으실 때에는 바로 드리지 않았습니다. 또한 부처님의 음장상(陰藏像)을 여인에게 보였고, 미혹해 부처님께 수명 연장을 늦게 청했소. 그리고 부처님께 소소한 계를 묻지 않아 대중 화합을 깨뜨릴 빌미를 남겼습니다. 그대 허물을 인정합니까?”
“제 허물을 참회합니다.”

아난다는 가사를 고치고 절하며 참회했다. 대중은 아난다의 참회를 침묵과 합장으로 받았다.
“아난다여, 법상으로 올라오시오.”

아난다가 법상으로 천천히 올랐다. 마하가섭을 비롯한 온 대중이 일어나 아난다에게 절을 올렸다. 법상에 앉은 아난다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첫 마디를 던졌다.

“나는 이와 같이 들었습니다.(如是我聞)”

팔만 사천 법문이 담긴 경전의 첫 구절이 송출됐다. 사사로움을 떠나 객관성이 드러나는 이 한 마디에 모든 대중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치 부처님의 설법이 이어지는 듯 했다.
다시 꺼지지 않을 정법의 등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참고문헌 〈부처님의 생애(조계종교육원)〉, 〈부처님 십대제자(성각 스님)〉, 〈붓다의 입멸에 관한 연구(안영규)〉,〈초기불교 교단에서 가섭과 아난의 관계(신성현)〉, 〈대열반경〉, 〈경률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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