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에 태어난 용

▲ 삽화=강병호

어느 날 한 나그네가 길을 가다 우연히 땅에 떨어진 과일을 발견했다. 과일은 아주 향기롭고 빛깔이 고왔다. 나그네는 난생처음 보는 과일이 신기해 얼른 자신의 보따리에 주워 담았다.

‘처음 보는 신기한 과일이니 아껴뒀다 시장에 내다팔면 큰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며칠 후, 나그네는 과일을 팔기 위해 시장에 나갔다. 나그네는 과일가게 상인에게 자신이 가져온 과일을 보여줬다.

“생전 맛보지 못한 진귀한 과일이오. 분명 사람들이 서로 사가려고 할 것이오.”
“아니, 이런 과일은 처음 보오. 이것을 어디서 구했단 말이오.”
“저기 산 넘어 숲에서 발견했소. 과일을 살것이오? 말것이오?”

상인은 과일 맛에 반해 나그네에게 돈을 두둑이 주고 과일을 샀다.
‘이 과일을 왕에게 바치면 분명 더 많은 포상금을 줄 것이다.’
상인은 바로 궁으로 향해 나그네에게 산 과일을 왕에게 바쳤다. 왕은 상인이 가져온 과일을 맛보고 말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과일은 처음 먹어 보는구나. 이걸 어디에서 구했느냐.”
“어느 나그네가 우연히 숲을 지나다 발견해서 저에게 팔았습니다.”
“근처 숲에서 나는 과일이라면 왜 지금까지 나에게 이 과일을 올리지 않은 것이냐.”
“그 이유는 소인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이 과일이 어디서 나는지 알았으니, 앞으로 매일 이 과일을 나에게 바치도록 하여라.”

상인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과일을 구하기 위해 나그네가 알려 준 숲으로 향했다. 하지만 숲을 다 뒤져보아도 과일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이 과일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왜 보이질 않는 것인가. 내일 이 과일을 왕에게 바치지 못하면 내 목숨은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상인은 날이 저물도록 과일을 찾지 못했다. 상인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그때 어디선가 한 용이 상인의 울음소리를 듣고 나타났다.

“자네는 왜 여기서 이렇게 울고 있는가?”
“왕이 저에게 과일을 구해오라고 명했는데, 제가 찾는 과일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자 용이 상인이 찾는 과일을 한 바구니를 주면서 말했다.
“이 과일을 왕에게 가져다 주거라. 대신 조건이 있다.”
“무슨 조건입니까?”
“왕과 나는 과거 매우 친한 친구였다. 왕은 팔관재계를 잘 지키고 익혀 지금 왕이 됐지만, 나는 제대로 공부하지 못해 용이 되고 말았다. 나는 다음 생에 반드시 천상에 태어나고 싶다. 그러니 지금 당장 왕에게 가서 팔관재계 책을 가져오너라. 만약 가져오지 못하면 이 나라를 바다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상인은 용이 준 과일을 들고 왕을 찾아갔다. 왕은 과일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 하지만 상인의 어두운 낯빛을 발견하곤 물었다.
“너의 표정이 왜이리 어두운 것이냐?”
상인은 왕에게 자신이 어제 겪었던 일들을 상세히 얘기했다. 왕은 상인의 이야기를 듣고 근심에 빠졌다.
“지금 나는 팔관재계 책을 갖고 있지 않다. 이를 어쩐단 말인가….”

고민에 빠진 왕은 결국 신하를 불러 이 사실을 알렸다.
“지금 이 세상은 불법이 없어져, 팔관재계 책을 구할 수가 없다. 만약 책을 구하지 못하면 용은 분명 이 나라를 바다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묘책을 내서 책을 구해 오거라. 만일 구해오지 못한다면 너의 목숨도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
신하는 왕의 명령을 듣고 매우 근심에 잠겨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 늙은 아버지가 아들의 걱정스런 얼굴을 보고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
“왕이 저에게 팔관재계 책을 구해오라 명했습니다. 지금은 불법이 없어져 책을 구할 방도가 없습니다.”
“집 뒷마당에 큰 바위하나가 있다. 이상하게도 그 곳에 항상 빛이 뻗친다. 그 바위를 보면서 어떤 바위일지 궁금했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 바위를 깨 보거라.”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 바위를 깼다. 그러자 바위 안에서 두 권의 경전이 나왔다. 하나는 팔관재계와 나머지 하나는 열 두가지 인연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신하는 곧장 왕을 찾아가 책을 바쳤다. 왕은 매우 기뻐하며 책을 용에게 바로 전달했다.

용은 책을 받고 매일 같이 수행하고 공부했다. 결국 용은 목숨이 다하자 천상에 태어났고, 훗날 스로타판나가 됐다. 왕도 경전을 발견하곤 다시 열심히 수행해 세상에 불법을 널리 알리고 중생들을 교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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