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피를 준 왕

▲ 삽화=강병호

옛날 어느 한 작은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는 곡식이 넘쳐나고 백성들이 모두 화목하게 지내 매우 평화로운 곳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평화롭던 나라에 이상한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돌아 백성들이 하나 둘씩 죽어가고 모든 농사는 흉작이 됐다. 결국 남은 백성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게 됐고, 목숨을 잃어가는 이들은 점차 늘어났다.

이 모든 일은 사람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5명의 괴물들이 벌인 일들이었다. 백성들은 나라 안에 괴물 5명이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소문을 듣고 더욱 불안에 떨었다.
결국 이 소문은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전하, 온 나라에 전염병이 돌고, 흉작이 이어져 백성들이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상한 괴물들이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아 더욱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백성들에게 전하거라. 내가 부처님의 열 가지 선행법을 일러줄 터이니, 이를 항시 실천하도록 하여라.”

왕은 모든 사람들에게 열 가지의 선행법을 실천하도록 명령했다. 모든 백성들은 왕의 말을 믿고 따랐다.
얼마 후, 신기하게도 백성들은 건강을 회복했고, 모든 농작도 풍년을 맞게 됐다. 백성들 모두 지혜로운 왕덕분에 자신들이 다시 살 수 있게 됐다고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때 5명의 괴물들은 이 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화를 냈다.
“사람들이 기운을 차렸으니, 우리는 이제 무엇을 먹고 산단 말인가!”
“그러게 말일세. 우리는 사람의 피를 먹고 살아야 하는데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네.”
“이것이 모두 왕 때문일세. 왕이 사람들에게 요상한 방법을 일러주는 바람에 우리가 굶게 됐어.”
“우리 모두 왕을 찾아가 따집시다. 이러다 진짜 굶어 죽게 생겼소.”

괴물들은 모두 왕을 찾아갔다. 왕이 괴물들을 보고 물었다.
“너희들은 어째서 나를 찾아 온 것이냐.”
“전하께서 백성들에게 열 가지 선행법을 일러줘 사람들이 모두 기운을 되찾아, 저희는 이제 살 길이 없습니다. 저희는 지금 무척이나 굶주려 있습니다. 아무리 나쁜 병을 퍼트려도 사람들이 죽지 않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칼로 자신의 팔을 찔렀다. 왕은 5개 그릇에 똑같이 피를 담아 괴물들에게 나눠 줬다.

“지금 너희들이 굶주림에 시달려 힘들어하니 이것이라도 마시고 기운을 차리거라.”
괴물들은 왕이 나눠 준 피를 단숨에 들이켰다. 다시 기운을 차린 괴물들은 왕에게 절을 하며 감사를 표했다. 왕이 괴물들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내 말을 잘 들어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나의 피를 나눠 주었으니, 이제부터 내 말을 따라야 한다. 너희들에게 선행법을 일러줄 터이니, 그대로 믿고 실천하거라. 또한 절대 백성들을 헤쳐서는 안되느니라.”

괴물들은 왕에게 선행을 하고 백성을 헤치지 않을 것을 약속한 뒤, 궁을 나왔다. 괴물들이 떠나고 왕은 그 자리에서 바로 서원했다.
“훗날 제가 만약 부처가 된다면, 선정의 지혜로 이들의 온갖 탐욕과 악행을 없애고 열반에 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하늘은 요동치며, 붉은 빛이 감돌더니 꽃비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숲속에서 아난다가 좌선을 하고 있었다. 아난다는 부처님의 설법시간이 다가오자, 좌선을 마치고 설법장소로 향했다.

설법 장소에 도착하자, 아즈냐타카운디냐 등 다섯 명의 비구가 먼저 도착해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아난다는 문득 다섯 명의 비구가 어떤 인연으로 부처님과 연을 맺게 됐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때 마침 지나가던 부처님이 아난다에게 말했다.

“저 다섯 비구와 나와의 인연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부처님은 다섯 명의 괴물들과 왕의 이야기를 아난다에게 상세히 들려줬다.
“괴물들에게 피를 나눠주던 왕이 지금의 나이다. 그리고 저들은 그때의 다섯 괴물들이다. 저들은 나의 서원으로 지금 비구가 돼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세상에 태어날때마다 ‘저들을 먼저 제도하겠다’고 서원했다. 때문에 저들은 나의 설법을 처음으로 듣기 위해 이곳에 와 있는 것이다.”

아난다는 생각했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며 그로인해 중생들이 모두 안락하게 됐다.’
아난다는 부처님의 이 말을 듣고 더욱 공경하며 수행에 정진하게 됐다. 또한 대중들도 부처님의 말씀을 더욱 믿고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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