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한이 된 500명의 상인

▲ 삽화=강병호

어느 나라에 500명의 상인들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상인들은 모두 모여 중요한 회의를 열었다.
“혹시 다들 그 얘기 들었소?”
“무슨 얘기 말이오.”
“동쪽 바다에 작은 섬이 있는데, 그 곳에 아주 진귀한 보물이 가득 묻혀있다 하오.”
“그 말이 사실이오?”
“내가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 확인해 봤소. 우리가 그 보물을 캔다면 모두 부자가 될 것이오.”

상인들은 의논 끝에 모두 바다에 나가기로 결정했다. 며칠이 지나 그들은 출항준비를 마치고 동쪽 바다로 향했다. 출항한지 일주일쯤 지나 그들은 동쪽 바다 복판에 이르게 됐다. 그때 갑자기 맑았던 하늘이 검게 변하고, 파도가 심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배가 심하게 흔들리자 상인들은 몹시 당황해 우왕좌왕 했다.

“아니 갑자기 날씨가 왜 이리 험하게 변한단 말인가?”
그때 멀리서 몸집이 크고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머리에 뿔이 달린 바다괴물이 상인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바다괴물은 배에 다다라 상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내가 무서워 절대 이 바다를 지나지 못할 것이다.”

한 상인이 나서 괴물에게 말했다.
“세상에는 당신보다 무서운 것이 얼마든지 많소. 때문에 우리는 당신이 전혀 두렵지 않소.”
“나보다 더 무서운 것이 대체 무엇인가?”
“나쁜 죄를 지으면 죽어서 지옥에 떨어져 만 가지의 고통을 받는다 하오. 그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힘들다 들었소. 몸이 찢기고, 불구덩이에 들어가기도 하며 온갖 고통을 다 받고 수천만 년을 지낸다고 하오. 나는 당신보다 이런 사실이 더 무섭소.”

이 말을 들은 바다괴물은 상인들의 배를 놓아주고 형체를 숨겼다. 그렇게 시간이 며칠이 흘러 배가 다시 몇 리를 지났을 때 상인들은 바짝 말라 죽어가는 한 사람이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상인들은 그 사람을 바다에서 건지고 치료해 줬다. 그 사람이 의식이 돌아왔을 때, 상인들이 물었다.
“어쩌다 바다에 빠져 이토록 마른 것인가?”
“나보다 더 마른 이를 본적이 있소?”
그때 또 한 상인이 대답했다.
“당신보다 더 여윈 것이 있소. 세상에 태어나 남의 것을 탐하고 질투하고 보시할 줄 모르면, 훗날 지옥에 떨어져 몸은 큰데, 목구멍은 바늘구멍 같아 수천 년 동안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들었소. 그래서 형상이 당신보다 더 여위었을 것이오.”

이 말을 듣자, 물에 빠졌던 사람은 배 안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상인들은 다시 배를 몰고 길을 떠났다. 몇 리를 지나자 아름다운 인어가 배를 가로막았다. 상인들은 인어의 아름다운 모습에 모두 반했다. 인어가 물었다.
“나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그때 한 상인이 나서 말했다.
“그대보다 아름다운 것이 많소. 항상 남을 공경하고 지혜롭게 살면 훗날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천상에 태어난다고 들었소. 당신은 그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외모를 갖고 있소.”

그때 갑자기 인어는 바다의 신으로 번해 본래 모습을 드러내 물었다.
“내가 지금 한 모금의 물을 마실 것이다. 이 한 모금의 물이 많은가? 바닷물이 더 많은가?”
“한 모금 물이 많습니다.”
“어째서 바닷물보다 이 한모금 물이 더 많단 말인가.”
“만일 세상에 태양이 여러 개가 뜬다면 모든 물은 마를 것입니다. 하지만 진실된 마음으로 한 모금의 물을 누군가에게 공양한다면 그 마음은 억 겁의 세월이 흘러도 마르지 않을 것입니다.”

바다신이 상인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이냐.”
“저희들은 보석을 구하기 위해 섬으로 향하던 길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바다를 건너왔지만 섬이 보이지 않아 헤매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바다신은 갑자기 바닷물을 일으켜 배를 순식간에 섬 앞에 다다르게 했다.
“지혜로운 너희들에게 내가 특별히 주는 선물이다. 그러니 너희 나라로 돌아가 좋은 곳에다 이 보석을 쓰도록 해라.”

상인들은 모두 기뻐하며 바다의신에게 감사해 했다. 상인들은 보석을 자신의 나라로 가지고 돌아가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보시했다. 그러자 모두 욕심이 없어지고, 마음이 열려 그 자리에서 출가해 훗날 아라한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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