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행승의 전생…비구→개→장자의 아들
어느 수행승의 전생…비구→개→장자의 아들
  • 이은정 기자
  • 승인 2012.07.11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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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가 된 개

삽화=강병호

어느 나라에 여러 나라를 오가며 장사하는 상인들이 있었다. 상인들은 오랜 시간 바깥 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식량을 비축하고 있었다. 어느 날 개 한 마리가 길을 지나다 상인들을 발견하게 됐다. 그 개는 너무 배가 고파 상인들의 음식을 탐냈다.

‘배가 너무 고파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다…. 저기 저 고기 한 점만 베어 먹으면 소원이 없겠구나.’
개는 날이 저물기를 기다렸다. 상인들이 모두 잠이 들자, 식량 창고로 가 고기를 훔쳐 먹었다. 그때 창고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은 한 상인이 개가 음식을 훔쳐 먹고 있는 것을 보고 매우 화를 냈다.

“이 음식을 모두 훔쳐 먹다니! 너를 가만두지 않을 테다!”
그 상인은 화가 나 개를 몹시 때렸다. 상인에게 두들겨 맞던 개는 결국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상인은 개를 빈 들녘에 버리고 다른 상인들과 길을 떠났다. 개는 고통 속에서 괴롭게 죽어가고 있었다.

그때 샤리푸트라가 우연히 죽어가는 개를 발견하게 됐다. 샤리푸트라는 자신이 탁발해 온 밥을 개에게 먹이고 부러진 다리를 고쳐줬다. 샤리푸트라의 정성스런 간호덕에 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게 됐다.
“제 목숨을 살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나의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나에게 은혜를 갚는 대신 내 이야기를 잘 듣고 그대로 실천하면서 살거라.”

샤리푸트라는 개에게 부처님 법을 설했다. 개는 샤리푸트라의 말을 마음 깊이 새기고 부처님 법을 실천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시간이 지나 개는 세상을 떠나게 됐다. 그 후로 몇 겁의 시간이 흘러 개는 어느 장자의 집 아들로 태어나게 됐다.

그때 그의 아버지는 탁발하러 다니는 한 스님을 발견하게 됐다. 아버지가 물었다.
“스님께서는 매번 혼자 탁발하러 다니십니까?”
“그렇소이다.”
“그렇다면 혹시 제 아들을 데리고 함께 다닐 수 있겠습니까?”
“아들을 출가시키겠단 말이오?”
“네 그렇습니다. 제게는 균제라는 아들이 있는데 아직 나이가 어려 심부름을 시키기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니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스님께 보내겠습니다.”

그의 아들이 일곱 살이 되던 해, 스님이 장자의 집을 찾아왔다.
“자네는 몇 년 전, 나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는가? 자네 아들을 데리러 왔네.”
장자는 반갑게 스님을 맞이했다.
“물론입니다. 아들에게 떠날 차비를 하라 이르겠습니다.”
스님은 아들을 데리고 자신이 머무는 절로 향했다. 절에 도착한 뒤, 스님은 아들에게 부처님 법을 설했다. 그리고 앞으로 지켜야 할 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균제는 스님의 말에 따라 열심히 도를 닦으며 생활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행을 하던 균제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전생에 무슨 일을 했으며, 스승님을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일까.’
깊은 고민에 빠져있던 균제는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어째서 제가 스승님을 만나 출가하게 된 것이며, 전생에 저는 어떤 몸으로 살았습니까.”

스승님이 말했다.
“너는 전생에 개였으며, 과거에 나를 만나 부처님의 법을 알았기에 지금 출가하게 된 것이다.”
“저는 왜 전생에 개의 몸을 받은 것입니까?”
“먼 옛날 한 마을에 여러 명의 비구들이 모여살고 있었다. 그때 매우 청아한 목소리를 가진 젊은 비구가 있었다. 사람들은 젊은 비구가 들려주는 노랫소리를 좋아했다. 또 늙은 비구도 함께 살았는데, 그도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늙은 비구는 목소리가 매우 탁했다. 어느 날 젊은 비구가 늙은 비구에게 말했다. ‘당신의 목소리는 나처럼 청아하지 못합니다. 마치 개 짖는 소리와 같습니다.’ 그때의 젊은 비구가 지금의 너였으며, 그 후 500년 동안 개로 살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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