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사자의 성불

삽화=강병호

어느 왕궁에 아자탸샤트루 왕자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데바닷타가 왕자를 찾아와 말했다.
“이제부터 내가 이 세상의 새로운 부처다. 나와 함께 나라를 다스려보지 않겠느냐.”
“지금 부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계십니다. 어찌 제가 나라를 다스린단 말입니까.”
“부왕을 죽이고 네가 새로운 왕이 되면 되지 않겠느냐.”

아자탸샤트루 왕자는 데바닷타의 말에 넘어가 결국 아버지를 죽이고 왕의 자리를 차지했다. 백성들은 아자탸샤트루 왕자를 꾀어내 부왕을 죽이도록 시킨 데바닷타를 몹시 미워했다. 그리고 부처와 스님들을 쳐다보려 하지도 않았다.

스님들은 탁발을 하러 마을에 내려오면 빈 발우만 들고 산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스님들은 먹을 것이 없어 매일 굶주리게 되자 부처님을 찾아갔다.
“데바닷타가 아쟈탸샤트루 왕자를 꾀어내 부왕을 죽이도록 시켜 온 나라 백성들이 저희들을 미워합니다.”
“스님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과 아라한을 미워하는 것과 같다. 그 마음으로 여러 성현들을 대하기 때문에 많은 죄업과 과보를 받게 된다. 하지만 스님에게 믿는 마음을 낸다면 한량없는 복을 받게 된다. 나도 아주 오랜 옛날 스님을 공경하고 받들었기에 지금 부처가 된 것이니라.”
“어떻게 스님들을 공경하셨습니까.”

먼 옛날 견서라는 사자가 살았다. 사자의 몸에서는 금빛이 났다. 사자는 다른 동물과 사람들을 절대 해치지 않았다. 오로지 과일과 풀만 먹으며 지냈다. 어느 날 한 사냥꾼이 숲을 지나가고 있었다. 사냥꾼은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있었다. 사냥꾼은 사자를 발견하고 매우 기뻐했다.

“세상에! 저런 사자가 있다니! 오늘 정말 운이 좋은 날이구나!”
사냥꾼은 가사 안에 숨겨뒀던 활을 꺼내 독을 묻혀 사자를 향해 쏘았다. 이 광경을 본 사자는 깜짝놀라 얼른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사냥꾼이 가사를 입은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저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탈할 것이다. 저 옷은 분명 스님의 가사이다. 내가 스님을 해치면 큰 과보를 얻게 될 것이다.’
결국 사자는 몸을 피하지 않고 화살에 맞아 죽었다. 사자가 죽자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렸다. 사냥꾼은 이를 더욱 신기하게 여겨, 사자의 가죽을 벗겨 왕에게 찾아갔다.

“짐승의 몸이 금빛이면 큰 보살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사자의 가죽을 임금님께 바치겠습니다. 저에게 어떤 상을 내려 주시겠습니까?”

임금이 사냥꾼에게 물었다.
“사자가 죽을 때 이상한 일은 없었는가?”
“갑자기 하늘이 흔들리더니 꽃비가 내렸습니다.”
“이런 어리석은 자를 보았나. 이 사자는 하늘사람들과 인간들의 공경을 받아야 할 존재이다. 그런 사자를 죽여 놓고 상을 내려달라 하다니!”

왕은 사자의 죽음에 매우 슬퍼했다. 왕은 즉시 신하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7가지 보배로 높은 기둥을 만들어 사자 가죽을 걸어 놓았다. 왕과 신하, 백성들은 사자의 가죽에 꽃과 향을 올렸다.
왕은 또 금으로 관을 만들어 사자 가죽을 담아 탑을 세웠다. 백성들은 모두 그 탑에 절을 했다. 왕과 백성들은 오랜 시간이 흘러 모두 천상에 태어나게 됐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사냥꾼이 스님은 아니었으나, 사자는 스님인 줄 알고 좋은 마음을 냈다. 사자는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왕으로 태어나 중생들을 다스렸다. 그때의 사자가 지금의 나이며, 왕은 미륵보살이 됐다. 스님 행세를 하며 사자를 죽인 사냥꾼은 지금의 데바닷타이다.”

부처님의 이야기를 들은 백성들은 모두 자신의 잘못을 참회했다.
“저희들이 어리석어 성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저희를 가엽게 여겨, 저희가 지은 죄의 참회를 받아주십시오.”

부처님은 모든 백성들의 참회를 받아 주셨다. 사람들은 다시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올렸으며, 그때 많은 사람들이 도를 얻어 참되게 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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