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된 아우

삽화=강병호

어떤 마을에 장사꾼 형제가 살고 있었다. 형은 그 마을에 사는 한 여자를 흠모하고 있었다. 그는 그 여자와 결혼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딸의 나이가 어려 결혼을 미루자고 얘기했다.
“조금 있으면 다른 상인들과 배를 타고 멀리 떠나야만 하는데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얼마 후, 형은 결혼이 성사되지 않은 채로 상인들과 물건을 팔러 다른 나라로 떠나게 됐다. 형이 그렇게 떠난 지 몇 해가 흘렀다. 여자의 나이는 이미 혼기를 훌쩍 지나 결혼하기 어렵게 됐다. 여자의 아버지는 걱정했다.

“그때는 나이가 어려 결혼을 시키지 못했는데 지금은 나이가 너무 많아 결혼을 시킬 수가 없구나.”
여자의 아버지는 고민 끝에 아우를 불러 말했다.

“그대의 형이 떠난 지 몇 해가 지났지만 아직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구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대로 기다리기만 한다면 우리 딸은 평생토록 결혼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네가 우리 딸과 혼인 하도록 해라.”
“그럴 수 없습니다. 형이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르는데 어찌 제가 형이 마음에 두었던 여자와 결혼한단 말입니까.”
“하지만 내 딸이 평생 네 형만 기다릴 수는 없다.”

여자의 아버지는 끈질기게 아우를 설득했지만, 아우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그녀의 아버지는 형이 죽었다는 소문을 온 마을에 퍼뜨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우도 형이 죽었다는 소문을 듣게 됐다.
“우리 형이 죽었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때 여자의 아버지가 아우를 찾아왔다.
“자네도 형이 죽었다는 소문을 들었는가? 형만 기다리며 혼기도 놓쳐버린 우리 딸을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그대가 우리 딸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면 그 아이는 평생 혼자 살게 될 걸세.”

아우는 고민 끝에 그의 딸을 아내로 삼기로 했다. 결국 아우와 여자는 결혼하게 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는 아이를 갖게 됐다. 그때 다른 나라로 떠났던 형이 돌아오게 됐다. 아우는 형이 살아 돌아와 기뻤지만 결혼한 사실을 들켜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컸다. 결국 아우는 다른 사람들 몰래 다른 나라로 도망쳐 버렸다. 남편이 자신을 버리고 도망쳐 버린 사실을 안 아내는 그 충격으로 아이까지 잃게 됐다.

형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아우는 도망쳐 버리고 여자는 아이까지 잃어 건강이 나빠져 있었다. 형은 아우가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와 결혼한 것까지 모자라 그녀를 버리고 도망친 사실에 몹시 분개했다.
“내 동생의 목을 베어오는 자에게는 상금으로 500냥을 주겠소.”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상금을 노리고 아우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한 사냥꾼이 아우를 찾기 위해 사방으로 다니던 중 좌선을 하고 있는 스님을 발견했다. 사냥꾼이 스님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니 아우와 닮아 있었다. 그때 아우는 부처님을 찾아가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출가해 스님이 돼있었다.
“어떻게 스님을 죽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스님을 죽이지 않으면 500냥을 벌 수 없다.”

사냥꾼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때 형이 고민에 빠져있는 사냥꾼을 발견했다.
“지금 뭐하고 있는가? 얼른 내 아우를 죽여라.”
사냥꾼은 결국 상금을 포기할 수 없어 스님을 향해 활을 쏘았다. 그때 스님을 향해 날아가던 활은 되돌아 와 형에게 꽂혔다. 결국 형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형은 죽어서도 억울한 마음을 풀지 못해 독벌레로 태어나 아우를 죽이려 했다. 독벌레가 된 형은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독을 쏘아 아우를 죽였다.

이 사실을 안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비구는 과거에 사냥꾼이었다. 그는 세상에 온갖 짐승을 잡으려 했다. 그 사실을 안 프라데카 부처는 사냥꾼의 사냥을 막기 위해 짐승들을 쫓아버렸다. 이에 화가 난 사냥꾼은 프라데카 부처를 활로 쏘아 죽였다. 그 업으로 비구는 500년 동안 독으로 죽게 됐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도를 얻겠다는 서원을 해 이생에서는 비구가 될 수 있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