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의 영화를 비롯한 드라마, 음악 그리고 연극 등 문화의 제 분야는 세계를 향해 능동적으로 진출하며 상당부문 인정받고 있다. 2004년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차지하고, 김기덕과 이창동으로 이어지는 각종 영화제의 수상 은 객관적으로 높은 수준임을 입증한다.

한류(韓流)는 이제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대중문화의 차원을 넘어 산업 전반에 걸쳐 주요한 관심사가 되며 콘텐츠 분야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나름대로 안정권에 접어들었지만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진 않다. 작금 일본과 중국에서 일고 있는 한류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류는 문화이면서 동시에 비즈니스다. 따라서 단순히 문화적인 논의로 보면 여러 어려운 문제가 생기고, 비즈니스로 접근해도 문화가 갖는 순수성을 놓치기 쉽다. 한마디로 두 가지를 균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시류에 편승해 상업적으로만 접근하고 있어 안타깝다. 비즈니스는 한마디로 시스템이다. 한류와 연결시키면 지속화를 위한 치밀한 마케팅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그러나 문화적이라면 현지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질 높은 콘텐츠에 의해서다. 이런 점들 때문에 문화는 항상 의외성을 유발한다. 실제로 드라마, 영화, 음악분야는 아시아권에서 잘 먹히지만, 미국과 유럽 쪽에서는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등이 훨씬 경쟁력 있다. 문화의 원동력에는 다양한 콘텐츠에 있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한류의 밑바탕에도 다양한 순수예술의 성과가 깔려있어 가능했다. 따라서 하나의 틀로 묶어 이끈다는 것은 무리다.

최근 한류는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아시아권에서 점차 미국과 유럽 등 비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위 ‘K팝’ 열풍이다. 지난해 미국 최고의 음악시상식 그래미 어워드에 우리의 아이돌 스타들이 무대에 섰다. 1만5000석의 좌석은 매진을 기록했고 관객들은 한국어로 된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공연을 즐겼다. 몸을 흔들며 노래하는 열광적인 풍경은 유럽에서도 재연됐다.

프랑스의 팬들이 파리 루브르박물관 입구 유리 피라미드 앞에서 벌인 시위로 유럽 내 한류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집중했다. 이들은 하루만 잡힌 파리 공연을 늘려달라며 거리로 나섰다. 유명 아이돌 가수들의 라이브가 파리에서 개최되면서 열정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느새 우리 대중음악이 유럽 전체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인들이 K팝의 어떤 면에 매료된 걸까. 한마디로 일단 색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유럽엔 춤추는 아이돌이 없다. 반면 우리 가수들의 잘생긴 외모와 자극적인 노래 그리고 선정적인 춤 등 모든 부분이 재미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젊은 마니아들의 일시적인 흥미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영국, 독일, 프랑스로 점차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그동안 정책적으로 각종 영화제와 문화교류 사업 등 한국의 문화를 알릴 기회를 늘렸던 것에 기인했을 것이다.

어떻든 드라마 콘텐츠를 중심의 한류가 지나고,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중심이 된 가히 새로운 열풍이다. 과거 한류의 기반이던 일본과 동남아를 넘어 이제 문화의 중심인 유럽까지 확대되었다는 것은 단순한 문화 현상이 아닌 사회, 경제적 이슈를 양산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리고 과거에는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후 해외에 알려졌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 때문이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소셜 미디어의 역할은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 홍보를 가능하게 했다. 이곳에 채널을 개설하고 뮤직 비디오를 비롯해 다양한 퍼포먼스 영상을 제공하며 쇼케이스를 여는 등 마케팅 툴로 적극 활용하였다.

한류 열풍은 관광이나 뮤지컬 등 관련 분야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아이돌 스타가 출연한 뮤지컬은 해외 팬들이 몰려 매진 사례를 빚을 뿐만 아니라 한국 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켜준다. 이제 뮤지컬 공연에서 유명 가수를 출연시키는 기획은 빈번하게 이뤄진다. 좋아하는 출연자의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 관광에 나서는 팬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렇지만 공연 후의 댓글들을 보면 아쉽게도 팬들은 자신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보지 말고 존중해달라고 요청한다. 아무리 좋은 것도 잇속만 앞세우면 금방 실망한다. 수준 높고 세련된 프로모션으로 팬들과 격의 없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편으로 한류가 국가의 이미지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보다 면밀한 대책이 요청된다. 이즈음 불교도 공연예술을 통한 멋진 작품이 불류(佛流)의 기세로 전 세계에 이어졌으면 하는 소망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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