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인재원, '불교정치리더십'강의

한 나라의 왕자였던 부처님은 불평등한 사성계급사회의 모순을 깨고 완전한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깨달음을 이뤘다.
부처님 재세시의 불교는 가장 현실적인 가르침을 바탕으로 대중들을 매료시켰다. 아쇼카왕 등 위정자를 비롯한 정치가와 장자들이 불자로 불법을 외호했던 것은 현실과 밀착한 가르침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라가 어려울 때면 호국불교라는 이름으로 불살생계를 열고 애국과 애민하는 하화중생의 가르침을 펼쳐왔다. 하지만 불교를 두고 “현실과 동떨어졌다” “산속에만 갇혀있다” “스님은 현실을 벗어나 깊은 산 속에서 홀로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지적이 여전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현대에 이르러 불교는 사회로부터 멀어지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격리돼 왔다. 미래불교의 근간인 인재불사는 고사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산 속에서 자족하는 수행에만 안주해 왔다.
다행히 최근 이웃종교의 사회참여에 자극 받은 눈 밝은 교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대외적 활동을 넓히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불교발전의 청신호로 비쳐지고 있다.
사회 활동 중인 재가불자 가운데 특히 불자 정치인들은 ‘불자로서 정치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세상 모든 이치와 해답이 있다는 팔만대장경, 부처님 가르침에 이에 대한 해답은 없는 것일까?
조계종 중앙신도회 불교인재원(이사장 허경만)이 6월 23~24일 불교역사문화박물관에서 일상생활이나 사회, 정치권에서 불교와 불교의 가치 실현을 위한 ‘불교정치리더십’ 강의를 개최한 것은 이 질문에 대한 적절한 해답이 될 듯하다.
행사에 참여한 김진선 강원도지사, 민주당 강창일 의원 등 재가불자 리더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정치리더십과 불자정치인들이 현실정치 속에서 어떻게 불심을 발휘하는지 대한 솔직한 경험담과 불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은 이번 강연회의 발표 요지.

◇"오직 '상구보리 하화중생' 뿐"
민주당 강창일 국회의원(제주시 갑)

1970년대 한국의 정치는 파행의 길을 걷고 있었다. 혈기왕성한 대학생 강창일의 화두는 ‘데모’였다. 출가를 꿈꿨던 젊은 시절 사회와 대중을 위해 불교가 해야 할 일을 골몰했다. 송광사에서 긴 참선 끝에 얻은 답은 ‘상구보리 하화중생 (上求菩提 下化衆生)’이었다.
예산ㆍ법안 처리 등을 놓고 사사건건 날선 대립만 하고 있는 국회는 탐(貪)·진(瞋)·치(痴)로 병든 사바세계의 축소판이었다. 이 속에서 불자로서 나는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가?
개인의 사회적 성공을 넘어 함께 하는 이웃과 국가를 위한 회향의 삶을 살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부처님의 가피를 갚기 위해 난 지금 이 자리에 서있다.
정쟁의 대립 속에서는 부처님의 자비와 관용으로 너그럽게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하화중생의 투철한 사명감과 초발심을 성찰해야 한다. 불자정치인의 리더십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평등, 자비, 용서를 되새기며 하심의 자세로 국민을 섬기는 종으로 국민의 편에 서있는 데서 비롯된다.
정치를 위해서는 종교, 학연, 지연, 혈연, 명분 등 다양한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자신이 지어놓은 공덕이었음을 절감한다. ‘3대가 업을 쌓아야 스님 하나를 만든다’는 말처럼 우리의 이웃을 위해 끊임없는 인연공덕을 지어놓음은 정치 입문의 바탕임을 명심해야 한다.


◇"시민을 부처님처럼 공경해야"
김진선 강원도지사

매일 아침 새벽 5시에 기상해 10분 명상, 반야심경 독송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민선 3선의 신화와 함께 올해로 11년째 강원도 지사로 몸담고 있으면서 ‘운이 좋았다’는 말들을 듣곤 한다. 하지만 당선은 절대 운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항상 공덕을 쌓아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바로 효과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공덕은 절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불자 정치인이라면 거짓과 환심이 아닌 성실과 신뢰, 지역민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으로 보답해야 한다. 시민들을 부처님처럼 공경해야한다. 불자 정치인으로 겸손과 인연의 소중함을 알고 성실과 신뢰, 열정과 애정이 있다면 반드시 그에 대한 답변을 해준다. 또한 끊임없는 공부와 수행의 자세로 언제 어떤 사항에서도 대처할 능력을 준비해야 한다.
강원도를 11년간 지자체로 끌어가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방자치제를 성공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는 지역주민이 유권자, 곧 ‘지역의 주인은 지역민’이라는 것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지방자치 민선제는 유권자들의 뜻을 반영하고 이행하기위해 지역실정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지역의 실정에 맞게 4년간 정책을 펼쳐나가면서 각 지역의 안정적인 분산발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특별행정기관 이전 등 중앙과 지방의 권한 배분, 국세와 지방세의 합리적 조정, 자치입권 확대 등 개선할 점이 많다.
민선 3선으로 강원도 지사는 끝이지만 앞으로도 지방의 자치권 강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유치를 위한 서원을 이루도록 노력할 것이다.

◇"불자 정치인은 보살돼야"
최병국 국회의원(한나라당 남구갑 3선)

어머니는 늘 아들을 위해 사찰에서 기도를 하셨다. 이렇게 시나브로 불연을 맺어 지금은 국회의원 불자모임인 정각회 회장직 까지 맡게 됐다. 정치계 입문 10년, 법조계 생활 30년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정치리더십은 2600년 전 설한 부처님의 말씀 속에 다 있음에 놀라고 있다. 앞으로의 정치는 우주 삼천대천이 내 몸같이 하나라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사상과 이타행의 실천으로 거듭나야 한다.
요즘 정치는 ‘이미지 정치’ ‘감성 정치’의 경향이 뚜렷하다. 감성과 이미지에 호소하는 정치는 국민에게 허상을 보이며 펼치는 위험한 정치다. 국민들의 바른 판단과 정치인들의 바른 정치가 절실하다. 현실 정치는 비굴, 야비, 부패, 잔인성으로 물들어 최대다수를 위해 최대행복으로 이끄는 이상정치를 펼치기에 한계가 있다. 현실정치가 부패되고 감성정치가 판을 치지만 불자로서 하심의 자세로 국민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민심은 자연스럽게 진심을 바라보게 된다.
불가에서는 해물지심(害物之心), 작은 미물도 자신을 해치려는 마음은 안다고 했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과 행동은 민심이 판단한다. 재력과 권력, 언변으로 산 민심은 일시적인 것이다. 불자로서 정치에 입문을 하고 싶다면 불교교리를 내 것으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표출되도록 하라.
특히 불자 정치인은 보살이다. 민심을 읽고 민심이 원하는, 시대의 조류에 맞는 상생공존, 현실참여의 불교가 표방해야 하길 바란다.

◇"정치는 무상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김응철 불교인재원 원장,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

<금강경> 속에 정치가 있다? <금강경>속의 이야기는 현실의 이야기 들이다. 특히 <금강경>에 나타난 정치사상은 현실지향적인 세간과 출세간, 종교와 사회를 넘어 화합과 통합의 형태다.
수보리가 정치인이라면 ‘ 세존이시여, 국민을 위해 최선의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을 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 고 물었을 것이다. 부처님은 ‘ 약 정치인이 자신이 이념이나 생각에 집착하거나, 국민들을 내 편과 네 편 등 이분법적으로 분별하여 생각하거나, 국민들은 어리석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의 정치권력과 영향력이 영원하다고 생각하다면 이미 정치인이 아니다’ 고 대답하신다.
정치는 국민들의 괴로움의 근원을 파악하여 해소하기 위한 최선의 대한을 선택하고 구체적인 실현 방법을 제시하며,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반영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불자 정치인은 응공, 공양을 받아도 허물을 짓지 않는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아상, 아견, 아취에 벗어나 육바라밀을 행하는 정치인이 돼야 한다. 현장을 냉철히 꿰뚫어 보고 국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자신의 눈으로 확인 하는 것이 진정한 참불자 정치인의 모습이다. 이를 통해 문제의 근원을 찾아 올바른 방법을 모색해 제시해야한다. 정치인은 정치는 무상하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한다.
정치인의 팔정도의 자세로 민정에 임해야 한다. 사성제의 눈으로 끊임없이 변하는 국민과 세상을 바라고보 탐애, 분노, 우치, 교만, 의심을 버려야 한다. 사실에 근거한 바른 말과 행동으로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대변자로 정진하며 국민의 이익과 안락과 행복 속에서 환희심을 느낄 것을 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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