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사상 연구 40년 ‘외길’

“능력 없는 사람이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바쁘기만 하다보니 벌써 정년이네요.”평생을 한국천태사상 연구에 바쳐온 이영자(동국대 불교대학원장) 교수가 28일 정년 퇴임한다. 40여 년 세월을 불교학 연구와 후학 육성으로 외길을 걸어온 이 교수는 “부처님 품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는 것을 업으로 삼을 수 있었다는 건 큰 행운이었다”면서도 “순수 천태학을 공부하는 제자들을 많이 길러내지 못해 가슴 아프다”고 아쉬워했다.

60년 동국대에 입학, 불교학과 인연을 맺은 이 교수는 65년 동국대 대학원에서 <천태대사의 교판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일본 다이쇼(大正) 대학에 유학해 82년 <한국천태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는 등 지금까지 한국 천태사상 연구에만 매달려 왔다. “학문에 대한 욕심보다 신앙생활의 일환으로 불교 강의를 한다면 어디든 쫓아 다녔다. 그러다 조명기 박사의 천태교판 강의를 들으며 엄청난 감동을 받았고 그것이 나를 천태학으로 이끌었다.”는 이 교수는 <천태사교의>(중앙일보사) <한국천태사상의 전개>(민족사) 등을 통해 천태사상이 한국에서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를 체계적으로 탐구해 온,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천태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 나라 최초의 여성 불교학자라는 평가 외에도 이 교수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또 붙는다. ‘불교여성학’ 분야다. 박사 논문을 쓰기 전, 동국대 여학생감을 맡으면서부터 불교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게 돼, 84년 이화여대와 숙명여대에 이어 남녀공학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동국대에 여성학 강좌를 개설케 했다. 이후 85년 한국여성학 창간호에 실린 ‘불교의 여성관의 새로운 인식’을 비롯해 불교 여성문제에 대한 논문과 평론 등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솔직히 시원섭섭하다”는 이 교수는 퇴임을 앞두고도 여전히 바쁘다. 불교여성학 관련 글들을 모은 <불교와 여성>(민족사)과 강의교재를 보충해 새로 엮은 <천태불교의 이해>(가제·불지사)가 3월에 출간되기 때문이다. 순수 학술 논문들은 올 가을쯤 <천태법화사상과 불교>(동국대 출판부)로 묶여 나온다.

권형진 기자(jinny@buddha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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