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잠 김시습(1435~1493)은 조선시대 천재 문인으로 생육신의 사람이었다. 21세 때 삼각산 중흥사에서 공부하던 김시습은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통분(痛忿)하여 나흘 동안이나 두문불출 단식한 뒤, 읽던 책을 모두 불태워버리고 방랑길에 올랐다. 스스로를 ‘방외인(方外人)’이라 할 정도로 세상의 격식에 자유로웠던 김시습을 문인 내지 기인으로는 여겨도 그를 불교 승려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 그는 설잠(雪岑)이라는 법명을 가진 승려였으며, 실제로도 〈화엄석제〉 〈일승법계도주병서〉 〈연경별
인터넷 마음공부 모임인 ‘목탁소리’를 이끄는 법상 스님이 내놓은 〈부자수업〉은 ‘마음이 부자이면 되는 것이니 돈에 대한 집착을 버리시오’라는 뻔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중의 경영서나 자기계발서와 같이 ‘돈 버는 방법’을 소개하지 않는다. 법상 스님은 “돈을 버는 방법 속에 비움의 지혜가 있고, 돈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서도 현실에서는 돈을 벌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가난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문제는 ‘나는 부족하다’라고 하는 결핍된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했다.법상 스님은 생각이 일어남과 동시에 어
불교 계율을 전공한 불교학자이자 현대적 언어로 부처님 말씀을 전달해 오고 있는 원영 스님이 오랜만에 에세이를 선보였다. 원영 스님의 〈내 마음의 크기〉는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고 성찰하는 불교의 수행자지만, 현실과 인간관계 속에서 흔들렸던 스님의 자기 고백이자 성찰이다. 실제 스님은 출가한 후에도 헛된 집착과 소유욕 때문에 마음이 바늘구멍만큼이나 옹졸해질 때도 있었고, 괴로움에 그만 모든 걸 뒤로하고 사라지고 싶을 때도 있었음을 털어놓는다. 그러다 좋은 인연들과 단절되고 치열하게 마주하던 마음도 더는 챙기지 않게 되었을 때 깨닫게 됐
박물관 굿즈를 좋아하는 후배 기자는 종종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온라인 상품관을 둘러본다. 후배 기자를 사로잡은 상품이 있어서인데, 2023년 뮷즈 공모 당선작인 ‘취객선비 3인방 변색잔 세트’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전 김홍도 필 평안감사향연도’를 활용한 것으로 잔에 차가운 술이 담기면 선비들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상품에 위트가 있다 보니 연일 매진 행렬이라고 한다. 물론, 후배 기자는 오늘도 구매에 실패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서 내놓는 굿즈의 지난해 매출액이 14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치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한국의 영웅 충무공 이순신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는 현재까지 총 13편이 확인된다. 이중 김한민 영화감독이 선보인 이순신 3부작 는 이전의 이순신 주제 영화, 드라마와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이전의 작품들이 주로 임진왜란이나 이순신 일대기를 다룬다면, 김한민 감독의 3부작은 명량해전·한산도대첩·노량해전을 중심으로 이순신의 면면을 조명해냈다. 해전을 통해 인물을 조명하다보니 전투 장면이나 인물묘사들이 더 촘촘하고 입체적이다.그랬기에 은 1700
“올해 태고종의 슬로건을 ‘미래를 열다, 조화와 화평의 세상’으로 정했습니다. 우리 종단은 다종교 다문화 계층과 세대 간 조화를 이루면서 미래를 향한 평화와 화합의 기틀을 다져나가는 전법교화를 펼쳐나가겠습니다”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1월 24일 서울 종로 하림각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올 한해 추진할 주요 종책과 사업 계획들을 발표했다.이날 상진 스님은 △종책 사업 시스템 구축 △종조 태고 보우 국사 선양사업 △국제교류사업 확대 △전법교화 및 사회 구호활동 전개 △문화유산 활용을 위한 대정부 정책 제안 등을 종책 과제로 제시했
문화유산 나눔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기증관이 새롭게 단장했다. 새 단장을 마친 기증관에서는 불교 경전과 불화를 만나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1월 12일부터 새 단장한 상설 전시공간인 기증관을 대중에 전면 공개했다. 이번에 문을 연 기증관은 2022년부터 2년에 걸쳐 이루어진 기증관 개편 사업의 결과물이다. 이번 전시 개편은 모든 세대의 관람객이 문화유산 나눔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면서 기증된 문화유산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공간 조성을 목표로 했다. 주요 전시품으로는 송성문 기
태고종 종정예하 운경 스님이 2024년 갑진년을 맞는 태고종도들에게 종도교육 증진과 생활불교 구현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태고종(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1월 22일 서울 백련사 무량수전에서 ‘갑진년 종정예하 배알 신년하례법회’를 봉행했다.이날 신년하례법회에는 종정예하 운경 스님을 비롯해 총무원장 상진 스님, 호법원장 혜일 스님, 중앙종회의장 시각 스님, 행정부원장 능해 스님 등 종단 주요 소임자 스님들과 이성헌 서대문구청장, 김영호 국회의원 등 사부대중 200여 명이 동참했다.부처님께 삼배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한 이날 신년하례법회는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후보에 정오 스님이 추천됐다. 범어사는 1월 22일 부산 휴휴정사에서 제17차 임회를 열고 신임 주지로 정오 스님을 추천했다. 이날 임회는 총원 22명 중 18명이 참석해 성원이 됐으며, 금정총림 방장 정여 대종사가 차기 주지로 추천한 정오 스님을 만장일치로 추천을 동의했다. 범어사 주지로 만장일치 추천된 정오 스님은 “방장스님께서 제가 4년간 원주 생활을 하는 것을 지켜보신 바 있으시다. 그래서 범어사 살림살이를 잘 알고, 친화력이 있어 어른스님과 선방수좌들을 잘 모실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소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아픈 역사다. 1942년 2월 3일 해저탄광인 일본 우베 탄전의 조세이 탄광에 바닷물이 유입돼 침수 사고가 일어났고, 이로 인해 조선에서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 136명과 일본인 노동자 47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당시 일본은 전쟁 중이어서 보도 통제가 심해 일반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배상과 사과는 없었고, 183명의 유해 발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1월 15, 16일 조세이 탄광과 관련해 유의미한 행사가 국회에서 잇달아 열렸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
17세기 조선시대 건축 양식을 간직한 ‘서산 문수사 극락보전’이 보물로 승격·지정된다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충청남도 유형문화유산인 ‘서산 문수사 극락보전’을 국가지정문화유산인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1월 16일 밝혔다.서산 문수사는 문수사 금동여래좌상의 복장유물을 통해 사찰의 창건 시기가 1346년(고려 충목왕 2) 이전이었음을 알 수 있고, 이후 1619년(광해군 11)에 편찬된 〈호산록〉에 사찰이 화재로 1동만 남았다는 기록 등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옛 사찰로서의 명맥을 현재까지 잘 유지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서산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센터장 박종서)는 〈백지은니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이하 ‘백지은니 수능엄경’) 권10 보존처리〉 보고서를 발간했다.‘백지은니 수능엄경’은 1356년(고려 공민왕 5) 이방한(李邦翰)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위하여 은니로 필사한 것으로, 능엄경(楞嚴經) 10권 중 마지막 권만 전해진다. 경전의 뒷부분에 간행 경위가 적혀 있고 필자와 연대가 명확하여 1963년에 보물로 지정됐다.이번에 발간된 보고서에는 ‘백지은니 수능엄경’의 재료 분석결과와 보존처리 과정, 손상 상태, 보존처리
아미타 부처의 나라에는 언제나 갖가지 기묘하고 여러가지 빛깔을 지닌 백학과 공작새, 앵무새와 가릉빈가 등이 밤낮으로 하루종일 아름답고 고상한 음성을 낸다.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다양한 등장인물에 얽힌 이야기와 설화를 모은 〈경률이상〉에 나오는 대목이다. 아미타 서방정토에서 노래하는 새 중 가릉빈가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동물이다. 가릉빈가는 산스크리어인 ‘카라빈카(kalavinka)’를 음역한 것으로 한자로는 호음조(好音鳥), 미음조(美音鳥)라고도 한다.경전 속 가릉빈가는 부처님의 음성을 빗대어 표현할 때도 자주 보인다.
2600년 역사 속의 불교는 초기불교, 부파불교, 대승불교, 선불교 등 시대마다 모습을 달리하며 저마다의 사상을 꽃피웠다. 다양한 개론서와 입문서들에서 이를 길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설명을 반복해서 읽어도 불교 공부는 어렵다. 게다가 불교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들은 한자를 봐도 이해하기 어렵고 원전어인 팔리어나 산스크리트 단어의 뜻을 찾아봐도 그 의미가 분명하게 와닿지 않는다. ‘어렵고 복잡해야 불교일까’라고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불교의 모든 것〉 〈이것이 불교의 핵심이다〉 〈시공 불교사전〉 등 여러 불교 안내서를 저술하며 3
사단법인 상월결사 신임 이사장에 돈관 스님이 선출됐다.사단법인 상월결사(이하 상월결사)는 1월 17일 봉은사 구생원에서 2024년도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총원 17명 중 16명이 참석해 이날 정기총회에서는 자승 대종사의 원적으로 공석이 된 이사장 선출이 이뤄졌다.앞서 상월결사는 지난해 12월 12일 열린 정기이사회 및 임시총회에서 이사장 직무대행에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을 선출하고 자승 대종사 49재 이후 신임 이사장을 선출할 것을 결의한 바 있다.이날 정기총회에서 이사들의 만장일치로 이사장에 선출된 돈관 스님은 취임 일성으로 자승
“자승 대종사이시어! 속환사바하소서!”지난해 11월 29일 원적에 든 해봉당 자승 대종사를 보내는 사부대중의 슬픔이 서울 강남 봉은사 경내를 채웠다. 그러면서도 사부대중은 자승 대종사가 남긴 유지인 ‘대학생 전법’ 원력을 계승할 것을 다짐했다.서울 강남 봉은사(주지 원명 스님)는 1월 16일 경내 법왕루에서 ‘해봉당 자승 대종사 49재’를 봉행했다.사부대중 1000여 명이 운집한 이날 49재에는 상월결사 총도감 호산 스님(봉선사 주지), 은해사 주지 덕조 스님,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 중앙종회의원 심우·선광·삼조·일화 스님, 봉은
〈초암다실의 미학〉은 차(茶), 다도(茶道)를 다루고 있지 않다. 차의 음다법·제다법·차 산지·차 도구 등이 아닌 차(茶)와 선(禪)이 이어지고 있음을 미학적으로 조명하고 있어서다. 〈초암다실의 미학〉은 차를 마시는 다도와 득도를 위한 선의 수행이 같은 경지라는 ‘다선일미(茶禪一味)’의 관점에서 초암다실의 미학적 구조를 체험토록 한다.‘초암(草庵)’이라는 다도를 위해 만든 작고 소박한 다실 공간을 미학적으로 접근해 공간 그 자체가 궁극적으로 선의 세계이며 불법 수행의 도량임을 보여주고 있다. 초암다실(草庵茶室)은 작고 소박한 다실로
“주말에 저의 유발상좌 결혼식에서 4명이서 축가를 불러야 하는데 ‘행복을 주는 사람’과 ‘사노라면’ 중 어떤 것이 좋을 것 같으세요? 저와 신부님은 결혼을 안 해서 모르고, 목사님은 결혼하신지 오래돼서 잘 모른다고 하네요.”1월 8일 열린 간담회에 만난 ‘만남중창단’의 성진 스님(남양주 성관사 주지)이 기자들에 물었던 첫 질문이다. '스님 제자 찬스'로 4대 종교인의 축가와 주례로 결혼할 불자는 평소 복밭을 잘 일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다른 종교 신도의 결혼식을 선뜻 찾아가 축가를 부르고 1분 주례를 해주겠다는 성진 스
다섯 봉우리로 둘러싸인 오대산은 봉우리마다 불교에 기반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중국에서 가지고 온 부처의 사리를 산에 봉안했다고 전하는 신라 승려 자장(慈藏)이 창건한 오대산의 중심 월정사, 조선 세조(世祖)와 문수동자의 만남을 간직한 상원사, 부처의 사리를 모시는 적멸보궁, 다섯 봉우리에서 머무는 5만여 부처와 보살을 모시는 암자 모두 각자의 이야기와 기억을 품고 있다. 오대산이 품어낸 절, 월정사의 불교문화유산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월정사 성보박물관(관장 해운 스님)은 국립춘천박물관과 공동으로 3월 31
불교총지종 제13대 종령에 지성 대종사가 추대됐다.불교총지종은 1월 11일 서울 역삼동 통리원에서 제152회 승단총회를 개최하고 만장일치로 지성 대종사를 종령에 추대했다. 통리원장 우인 정사의 주최로 열린 승단총회는 오는 2월 16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종령 법공 대종사의 후임을 추대하는 안건을 상정, 제13대 신임 종령을 추대했다. 신임 종령 지성 대종사의 임기는 2월 17일부터 6년간이다. 제13대 종령으로 추대된 지성 대종사는 1946년 경북 포항에서 출생했으며, 총지종 창종 당시부터 종단과 인연을 맺으며 입교해, 종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