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동국대 공짜로 다니려고 출가한 거 아냐?”

설령 아무리 막역한 친구 사이일지라도 상대방에게 큰 실례라서 좀처럼 입 밖으로 내뱉을 순 없을 이 말. 놀랍게도 조계종 사미·사미니계 수계산림에 입교한 젊은 출가자가 선배스님격인 어느 습의사에게 들은 말이라고 한다. 출가자 급감으로 인해 많은 사찰이 주지도 없이 비어가는 현 시대에 가당키나 한 말인가. 후배의 발심을 마치 ‘위장 출가’로 보기라도 한 걸까.

조계종이 ‘청소년출가’를 특별법으로 다뤄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만 19세 미만 소년출가자와 만 19세 이상부터 만 30세 이하 청년출가자의 경우 사미·사미니계 수지 후 종립대학에 진학하면 등록금과 수업료 전액을 종단이 지원한다. 그만큼 종단에는 젊은 출가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습의사의 저 말 한마디는 종단의 시대적 과제인 출가 장려를 걷어차는 것과 다름없다. 동국대 불교대학 학비를 전액 지원해주면 출가할 마음이 생길 것 같은지 전국의 고등학생에게 묻고 싶은 심정이다.

조계종 교육원이 2018~2022년 사미·사미니계를 받은 출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1%가 행자생활을 그만두고 싶었다고 답했다. 주된 이유가 ‘인간관계의 어려움’이었다. 여기에 세부적인 항목은 없었지만 절집 내에 잔재하는 권위주의적인 문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내가 선배니까 후배를 막 대해도 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을 습의사의 발언도 별다를 게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대표나 대선후보 시절에 한 말과 행동이 대통령 당선 이후 정반대여서 등장한 풍자의 표현 ‘박적박(박근혜의 적은 박근혜)’이 떠오른다. 종단은 출가 장려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데 정작 출가자가 후배들을 저렇게 생각한다면 이야말로 ‘출적출(출가자의 적은 출가자)’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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