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지도법사를 하면서 꿈꾸는 일들이 많아졌다. 대학생들에겐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스펀지처럼 받아들이고, 생각보다 더 기발한 아이디어와 진중한 사유 체계가 이들에게선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교를 대하는 태도가 스님인 나로 하여금 스님의 상을 벗게 만든다.

2024년을 시작하며 대학생 법우들과 해외봉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종단에서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불교문화행사 국고보조금 지원사업 공모가 있어 도전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주변에 10년 넘게 스리랑카 해외봉사를 꾸준히 하고 있는 스님이 계셔서 조언을 구했다. 스님께서는 의료봉사와 문화교류를 하고 있는데 대학생들이 같이 봉사를 한다면 더 풍부해지고 좋을 것 같다며 현지 초·중학생 대상으로 학습지원 봉사와 학교 벽화 그리기 봉사를 제안하셨다. 덕분에 봉사지역과 구체적인 대상, 어떤 봉사를 할지 개괄적인 내용은 비교적 쉽게 구성할 수 있었다.

법우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방학을 이용해 해외봉사도 하고 다른 나라의 불교도 경험하면서 현지 대학과 교류의 시간을 갖게 되면 얼마나 즐겁겠는가! 여기에 학생들에게 아침 명상과 자자 포살 같은 불교적인 청규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다만 문제는 비용이다. 우선 법우들이 항공비와 숙박비는 자부담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체류비와 활동비 등을 모아야 했다. 이 과정이 숙제였는데 생각 외로 법우들이 다양한 모연 방법과 봉사활동 홍보 채널들을 알고 있었다.

기업별, 국가에서 하는 청년 해외봉사기구 KOICA, 특히 크리에이터와 함께 하는 해외봉사는 후원을 받기 쉽다는 정보 등등…. 처음엔 ‘공모전에 당선되면’이란 생각에서 시작한 계획이 설사 안 되더라도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출가 후 산사에 지내며 20년 넘게 세상과 등지고 살았다. 갑자기 은사스님께서 3년간 하고 싶은 것 해보라는 말씀에 도심지에 월세로 포교당을 시작한 게 소년원 법회와 대학생 법회로 확대됐다. 특히 대학생 법회를 하며 새로운 꿈을 실현하려 애쓰다보니 지금은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사는 법 중 하나가 젊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라는 어느 심리학자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일에 접근하는 방법이 기성세대와는 달리 쉽고 즐겁게 그리고 과감하다. 물론 대학생들에게도 스님이 줄 수 있는 큰 장점도 있다. 위기에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자기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수행자로서의 태도다. 두 상반된 관계가 참 좋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

시현 스님/성신여대 불교동아리 지도법사
시현 스님/성신여대 불교동아리 지도법사

어느덧 공모전 결과가 발표되었다. 아쉽게도 탈락이란다. ‘으악~~~!!’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른 방법이 있는 걸 이미 알기 때문이다. 넘어지고 상처받고 힘들어도 이 또한 과정이다. 아직 결승점에 도달하지 않은 것뿐이지 실패한 게 아니다. 다른 방법을 모색하며 더 견고한 성을 쌓을 수 있고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다. 이게 젊음이고 대학생 법회의 가장 큰 장점이라 단언한다! 속은 쓰리지만….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