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노위, 3월 21일 인종차별철폐의 날 기자회견
조계사 대웅전 앞...인종차별 철폐·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유엔에서 인종차별을 막고 다양한 인종이 함께 화합하는 세상을 위해 제정한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매년 3월 21일)을 맞아 불교계가 서울 한복판에서 인종차별 철폐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은 3월 21일 조계사에서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인종의 벽을 뛰어넘어 사랑과 자비의 정신으로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한국 사회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은 사노위스님들의 인종차별철폐의 마음을 담은 기도로 시작됐다. 사부대중은 기도에 동참해 인종차별로 피해를 입은 수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인종차별이 없는 세상을 발원했다.

사노위 위원장 지몽 스님은 “부처님은 인종의 차별뿐만 아니라 어떠한 형태의 차별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화합과 평화를 강조하셨다”며 “배고프고 추운 짐승들도 보호해 주어야 하거늘 땅바닥에 내몰린 사람들을 더 궁지로 내모는 지금 인류의 모습은, 사람의 참 모습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스님은 이어 “한국사회의 인종차별도 정부가 적극나서서 해소해야 하지만 역대 정부는 이주노동자, 난민 등에 대하여 아주 배타적이고 반 인권적이었다”며 “정부는 경제적 수치만을 가지고 선진국이라는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되며, 소수자, 약자들에 대한 배려, 자비, 더불어 삶이 국가의 중요한 지표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노위 위원장 지몽 스님이 발언하고 있다.
사노위 위원장 지몽 스님이 발언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누구보다 인종차별의 벽을 마주했을 이주민 대표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사라 한국이주인권센터 여성아동지원팀장은 “누구나 신체적,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그러한 차이를 근거로 특정 집단을 멸시하고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차이를 빌미로 일부 집단을 차별하고 박해하는 현상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다야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한국 내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피해와 차별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촉구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며 “한국 정부는 인종차별 및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를 조장하는 제도를 개선하고 그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차별금지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다야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우다야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인종차별에 근거한 정치에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며 “한국 사회에서 인종차별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조계종 사노위 및 이주민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주민 대표들의 발언이 끝난 후 혜문 스님과 박정형 한국이주센터 사무국장이 대표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사노위는 “모든 생물체들은 태어난 곳의 여러 기후, 환경, 조건과 업(業)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다. 그런 조건에 의하여 태어난 모습은 다양하기에 애초부터 선과 악, 옳고 그름, 차별은 있을 수 없으며, 해서도 안 되는 것”이라며 “지구상의 인종차별이라는 어리석음이 사라지고 인종문제로 벌어지는 모든 폭력, 고통이 없어져, 모든 인류가 평등, 평화, 평온의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혜문 스님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혜문 스님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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