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령 경전이야기꾼 선별한
경전에 담긴 동물 이야기들
비유 따라가면 우리 본성 확인

숲 속 성자들/ 이미령 지음 / 담앤북스/ 1만6800원
숲 속 성자들/ 이미령 지음 / 담앤북스/ 1만6800원

한반도에는 원래 고양이가 없었다고 한다. 주로 삵과 같은 육식 들고양이가 주류였다. 그렇다면 요즘 ‘코리아숏헤어’ 일명 ‘코숏’이라고 부르는 한국 고양이들은 언제 한반도로 유입됐을까. 한반도에 고양이들이 유입된 것은 불교의 전래와도 관련 있다. 귀중한 불교 경전을 육로나 해로를 통해 가져오는 과정에서 쥐들이 갉아먹는 것을 막아야 했고, 이를 위해 고양이들은 경전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5~6세기 가야 토기에는 고양이가 새겨있을 정도다. 


불경을 지켰던 고양이는 불교 경전 〈맛지마 니까야〉에도 나온다. 붓다 제자들이 참선의 경지에 들어 이리저리 사색하는 것을 “마치 고양이가 문기둥이나 쓰레기통이나 하수구에서 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생각하고 궁리하고 이리저리 궁구하듯”한다고 묘사하고 있다. 

실제 불교 경전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특히 석가모니 붓다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자타카(본생담)〉는 ‘이솝 우화’에도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흥미로운 동물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처럼 경전에는 숱한 동물이 나오지만, 불교는 동물을 말하는 종교가 아니다. 동물에 빗대어 ‘사람’을 말하는 종교다. 붓다의 가르침을 좀 더 친근하게 설명하기 위해 동물을 비유로 쓰고, 동물의 입을 빌려 사람의 어리석음을 꼬집기도 한다. ‘동물은 그저 거들 뿐’ 본질은 그 속에 담긴 깨달음의 지혜인 셈이다.

본지 필진인 이미령 경전이야기꾼의 〈숲 속 성자들〉은 불교 경전에 담긴 동물들의 이야기를 동물별로 선별해 재미있게 풀어낸다.  

일반적으로 우화(寓話)는 ‘아이들이 읽는 동화’라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내려놓으면 ‘전지적 동물 시점’으로 본 인간의 본성과 삶의 지혜, 붓다의 가르침을 들을 수 있다. 우리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원숭이는 사람 흉내를 내는 간악한 존재가 되기도 하고, 부처님께 꿀물을 공양한 인연으로 아라한의 경지에 오르는 현자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이 ‘숲 속 성자들’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삽화 제공=담앤북스
삽화 제공=담앤북스

책은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작고 여린, 그래서 아름다운’에는 새와 벌, 거북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너무 흔하고 약해서 보잘것없는 존재로 치부되곤 하지만 경전 속 비둘기는 자신의 목숨 무게가 왕의 그것과 같음을 보여주고, 아난존자의 법문을 밤낮없이 외워 마침내 인간으로 태어난 앵무새는 마음공부의 중요성을 일러준다. 또 꽃의 빛깔과 향기를 다치지 않고서 달콤한 꿀만 취하는 벌에게서는 탁발하는 자세를, 단단한 등딱지에 사지를 당겨 넣는 거북에게서는 생각을 거둬들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2부 ‘지금 당신 옆의 따뜻한 생명들’에서는 고양이와 개, 토끼, 사슴 등 친숙하고 귀여운, 그래서 우리에게 조용한 위안을 주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열매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온 숲의 동물들을 위험에 빠뜨릴 뻔한 토끼는 ‘실체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떠돌이 개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왕에게 “정의를 실천하는 데 게으르지 말라”고 당부한 우두머리 개가 석가모니 붓다의 전생이라는 일화도 흥미롭다.

3부 ‘그렇게만 보지 말아요’는 원숭이, 여우, 곰, 뱀, 나귀 등 사람들의 편견으로 고통받는 동물들의 이야기다. 교태로 사람들의 혼을 빼놓는다 여겨지는 여우는 경전에서 오히려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존재로 그려진다. 또 미련하다 오해를 받는 곰은 배신한 인간을 일깨우는 수행자이며, 악의 화신으로 상징되는 뱀은 석가모니 붓다가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이레 밤낮을 보호한 구도자임을 알 수 있다.

4부 ‘동물, 그 이상의 존재’는 말, 소, 사자, 호랑이, 코끼리와 같이 불교를 상징하는 동물이 소개된다. 세속의 재물을 상징하는 소는 우리에게 “참다운 성품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화두를 안겨 주고, 백수의 왕 사자가 벌레 한 마리에 잡아먹힐 수 있다는 사실은 “교만에 사로잡혀 마음공부에 게을러지면 끝내 무너지고 만다”는 경고를 전한다. 

여린 사슴을 쫓더라도 커다란 코끼리를 쫓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사자처럼 당신의 하루하루도 그렇게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하면 어느 사이 당신의 말씀은 사자후가 되고 당신의 자리를 사자좌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정진하고 성찰합시다. 사자처럼. 
-‘사자-근심도 집착도 않는 사자’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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