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않고 마음 쓰라…‘금강경’에 담긴 부처님 가르침”

“씨앗 뿌리면 인연법 사라지 않는다”
스승 탄허 스님 원력 이어 譯經 매진
2016년부터 ‘화엄경소론찬요’ 번역 중
‘중생은 평등’… ‘화엄경’의 핵심 요지

금강경,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줘
‘집착 않고 마음쓰라’ 한결같이 강조해
“대승의 첫 경전… 반드시 외우고 실천”
중단됐던 독송대회, 올해부터 재개 예정

혜거 대종사는… 1959년 삼척 영은사에서 탄허 스님을 은사로 득도, 김제 흥복사 등에서 수선안거했다. 1988년 금강선원을 개원했고, 〈한암대종사문집〉과 〈탄허대화상문집〉 편찬위원장을 역임했으며, 2005년 탄허불교문화재단 제7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불교방송 ‘자비의 전화’ 상담과 경전 강의, 불교TV 경전 강의 등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파했다. 현재 금강선원 선원장을 비롯해 동국역경원장, 한국전통불교연구원 원장, (사)아시아태평양공동체 이사, 대원정사 회주, 탄허기념박물관 관장,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청소년 심성개발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으며 2018 포교대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혜거 대종사는… 1959년 삼척 영은사에서 탄허 스님을 은사로 득도, 김제 흥복사 등에서 수선안거했다. 1988년 금강선원을 개원했고, 〈한암대종사문집〉과 〈탄허대화상문집〉 편찬위원장을 역임했으며, 2005년 탄허불교문화재단 제7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불교방송 ‘자비의 전화’ 상담과 경전 강의, 불교TV 경전 강의 등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파했다. 현재 금강선원 선원장을 비롯해 동국역경원장, 한국전통불교연구원 원장, (사)아시아태평양공동체 이사, 대원정사 회주, 탄허기념박물관 관장,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청소년 심성개발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으며 2018 포교대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눈이라도 한바탕 내릴 것 같은 날씨에 서울 자곡동에 위치한 탄허기념불교박물관을 찾았다. 탄허기념불교박물관은 도심에 있지만, 큰길에서 조금만 걸어 들어가니 산중 사찰처럼 고요하다.   

서울 금강선원장 혜거 대종사의 인터뷰는 탄허기념불교박물관에서 진행했다. 혜거 스님은 삼척 영은사에서 탄허 스님을 은사로 득도, 탄허 스님 회상에서 사교와 사집을 공부했다. 

요즘 근황이 어떠신지 여쭈었더니, “건강이 좋지 않아 작년 12월 이후 외부 사람을 처음 만난다”고 하셨다. 현대불교신문 독자들을 위해 시간을 허락해주신 혜거 스님께 감사한 마음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교차했다.

죄송한 마음을 추스르고 질문을 이어갔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열린 탄허 스님 열반 40주년 특별기획전에서 본 탄허 스님의 ‘섭심귀공(攝心歸空)’이라는 휘호의 의미가 궁금해서다. 필자의 질문에 스님은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마음을 가다듬어 공(空)의 세계로 돌아가라는 의미입니다. 보통 마음을 쓴다는 것은 탐진치의 마음을 쓰는 것입니다. 섭심이란 탐진치가 제거된 마음으로, 이런 마음을 쓸 때 공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금강경〉이 중요한 이유는
탄허기념불교박물관의 외벽에는 〈금강경〉 전문이 새겨져 있다. 혜거 스님께서는 금강경 병풍을 800벌이나 썼다. 금강선원은 매년 ‘〈금강경〉 독송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스님께 〈금강경〉을 중시하는 이유를 여쭸다. 

 “〈금강경〉은 대승시경입니다. 대승불교가 중국으로 오게 된 것부터 알아야 합니다. 불교가 발생한 인도에서 불교가 없어진 것은 중생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나를 위한 공부이기에 그 자리가 없어진 것입니다. 대승은 ‘나’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중생을 위한 공부입니다. 〈금강경〉에서는 반복해서 ‘아상(我相) 인상(人相) 중생상(衆生相) 수자상(壽者相)’을 없애야 한다고 합니다. 사상이 없어진 그 자리가 무아(無我)입니다.”

대승의 첫 번째 경전이 〈금강경〉인데, 반드시 외우고 실천해야 하는 경이란다. 그래서 ‘〈금강경〉 독송대회’를 열어 대중들에게 〈금강경〉을 외우고 실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금강경〉에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씀합니다. 특히 ‘제10 장엄정토분’에 나오는 사구게는 이 경의 핵심이 들어있습니다.”

불응주색 생심(不應住色生心)
불응주성향미촉법 생심(不應住聲香味觸法 生心)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특히 ‘응무소주 이생기심’, ‘응당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낼지니라’ 구절에 대해 혜거 스님은 설명을 이어갔다. 

“마음 쓰는 법과 세상사는 방법 이 두 가지를 가르치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마음을 머무는 바 없이 보시를 행하는 것으로 잘사는 법을 가르쳐주셨어요.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 어느 곳에도 물들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면서 마음을 쓰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이것이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잘 쓰는 법인데, 부처님께서는 〈금강경〉에서 한결같이 우리에게 내린 가르침입니다.” 

마음도 머무르면 집착이 돼 병이 되기에 머무름에서 벗어나야 한다. 머무름이 없으면 자유로운데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중생심이다. 그동안 코로나로 ‘금강경 독송대회’가 중단됐지만, 올해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라 한다.  

혜거 스님이 관장으로 주석하고 있는 탄허기념불교박물관 전경. 2010년 개관한 박물관의 외벽은 〈금강경〉으로 장엄돼 있다. 모든 구조물에 부처님 가르침과 탄허 스님의 법등이 드러나 있다.
혜거 스님이 관장으로 주석하고 있는 탄허기념불교박물관 전경. 2010년 개관한 박물관의 외벽은 〈금강경〉으로 장엄돼 있다. 모든 구조물에 부처님 가르침과 탄허 스님의 법등이 드러나 있다.

스승 같이 역경보살의 길로
혜거 스님은 2016년부터 〈화엄경소론찬요〉 120권을 번역해 책으로 펴내고 있다. 이미 번역은 끝나서 원고가 출판사로 넘어갔다고 하니 늦어도 내년까지는 완간될 예정이다. 〈화엄경소론찬요〉 역경은 불교계의 큰 불사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탄허 스님께서 〈화엄경〉을 번역해 침체된 한국불교의 화엄 사상을 꽃피웠듯이 혜거 스님의 역경으로 처처에 화엄의 향기가 가득할 것이다. 

“영은사에서 탄허 스님의 〈화엄경〉 결사가 끝난 후 〈화엄경〉을 펼쳐 볼 엄두를 내지 못했지요. 몇 해 전 무비 스님께서 범어사에서 〈화엄경〉을 강의하시면서 서울에서도 〈화엄경〉 강의를 열어보라고 하셨어요. 그때만 해도 〈화엄경〉 강의는 생각도 못했는데, 우연히 병풍 뒤에 있는 청대(淸代) 도패 스님의 〈화염경소론찬요〉를 보고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화염경소론찬요〉를 대본으로 해 탄허 스님의 번역서를 참고하면서 현대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 불사에 들어간 것이다. 

혜거 스님은 “씨앗을 뿌려 놓으면 새싹이 돋아나듯 인연법은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영은사에서 출가해 행자시절에 〈화염경〉을 청강한 것이 연이 돼 〈화엄경소론찬요〉 120권을 번역하게 됐다”고 했다.   

스승 탄허 스님의 ‘설령 알아듣지 못할지라도 들어두면 글눈이 생겨 안 들은 것보다 낫다’라는 말씀으로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방대한 〈화엄경〉을 읽을 수 없는 불자들을 위해 짧게라도 어떤 경전인지 말씀해 주시기를 요청했다.

“〈화엄경〉은 이 세상에 있는 불교 유교 도교 등 모든 종교의 총집합체이며, 종교의 종지를 가르치는 경전입니다. 부처님께서 〈화엄경〉을 가르치기 전과 가르친 후의 세상은 다릅니다. 부처님 이전의 사상은 전부 신본(神本)주의였어요. 신에 의해서 태어나고, 신에 의해서 살고, 신에 의해서 죽는 사상이 세계를 지배했습니다. 〈화엄경〉이 나오면서부터 신본주의에서 인본(人本)주의로 바뀌었는데, 그것이 바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마음에 의해서 나온다. 마음에 의해서 존재한다는 것’이 인본주의 사상입니다. 세상에 인본주의를 최초로 외친 분이 석가모니 부처님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화엄경〉에서 ‘일체중생은 평등하다’라고 설하셨는데, 이 말씀은 인도를 뒤흔들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모든 중생은 평등하다는 것이 〈화엄경〉의 핵심요지입니다. 일체중생이 평등하다는 이 사상 때문에 왕족들로부터 공격을 받았지요. 또 신본주의에서 인본주의로 바뀌니 바라문들이 공격을 했어요. 그들은 부처님을 없애려고 했습니다. 이런 것을 배경으로 한 것이 팔상도 중 하나인 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입니다. 나무 아래서 모든 마장을 한꺼번에 항복받은 분이 부처님입니다.”  

〈화엄경〉이 방대하고 심오하지만, 원력을 가진 사람은 〈보현행원품〉을 독송하는 것이 좋고, 참선 명상을 하는 사람이라면 수행의 열 단계를 자세히 적은 〈십지품〉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하신다. 

“명상 궁금하면 읽어볼 수 있는 ‘명상사전’ 필요”

시대마다 말이 달라 번역은 항시 이뤄져야
직역 원칙의역, 시간 지나면 의미 달라
“‘
명상사전’, 中日에도 없어우리가 만들자

간화선, 〈화엄경〉 입법계품에 있어
간화선의 수행법은 제자들이 어른스님들에게 묻고 공부하는 것이다. 간화선은 대부분 스승들이 제자에게 ‘이것은 무엇이다’라고 가르쳐 주지 않는다. 혜거 스님은 간화선의 수행법이 〈화엄경〉의 〈입법계품〉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스님은 “자기 스스로 깨달아서 아는 것이 공부이지, 남이 가르쳐 주어서 깨닫는 것은 깨닫는 것이 아니지요. 〈입법계품〉에 보면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다니면서 공부해 깨닫게 돼요”라고 말씀했다. 〈입법계품〉의 구조가 간화선의 선문답이나 법거량에 해당되는 것이란다. 

옛 선사들은 질문을 던지면 자상하게 가르침을 주지 않았다. 그 이유가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무문관〉에 나오는 ‘조주의 발우’를 통해 알 수 있다. 

조주 선사에게 한 스님이 물었다.
“저는 이제 막 총림에 들어왔습니다. 스님의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조주 선사가 “죽은 먹었느냐?”하고 물었다.
스님이 “먹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조주 선사는 말했다. “발우나 씻어라.”
그 스님은 문득 깨달았다. 

선재동자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찾아다니면서 공부를 했기에 깨달음이 가능했다. 이처럼 조주 선사에게 물음을 던진 스님도 공부가 간절했기에 ‘발우나 씻어라’라는 한마디에 깨달은 것이다. 예부터 참선 공부는 발심(發心), 분심(憤心), 대의심(大疑心)이 있어야 진전이 있다고 했다. 

“선을 수행하는 데는 많은 방법이 있으나 좌선 수행법이 가장 기초적이고 가장 대표적인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작정 수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서원을 정립하고 그 위에 삼매 정진의 노력을 더 해야 합니다. 삼매를 닦아서 중생을 제도할 것이며 자신만을 위해 해탈을 구하지 않겠다는 원력을 세워야 합니다. 원력이 있으면 참선 명상 중 일념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좌선의 핵심은 대원력과 대정진이란다. 원력이란 건물을 쌓기 위한 기초와도 같은 것이기에 원력 위에서 삼매를 닦아야 함을 일렀다. 〈기신론〉에서 네 가지 지혜 ‘사지원성(四智圓成)’을 언급했는데 이는 명상 수련의 4단계에 해당된다. 명상을 하기 전에 먼저 참선에 대한 기본을 알고 하는 것이 좋다면서 〈기신론〉의 핵심을 말씀해 주셨다.  

지난해 11월 8일 열린 탄허 스님 열반 40주년 특별전 개막식에서 혜거 스님이 참석 대중에게 전시된 탄허 스님 관련 전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당시 전시에는 탄허 스님 사진자료와 원고, 유묵들이 전시됐다. 
지난해 11월 8일 열린 탄허 스님 열반 40주년 특별전 개막식에서 혜거 스님이 참석 대중에게 전시된 탄허 스님 관련 전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당시 전시에는 탄허 스님 사진자료와 원고, 유묵들이 전시됐다. 

“먼저, 불각(不覺)의 경지입니다. 이는 전5식(前五識)의 경지로, 마음의 근본 자리를 깨닫지 못했기에 불각이라고 합니다. 불각은 범부 중생의 경지며 5관(五觀)의 세계로, 심지어 미물의 감각기능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일곱 가지 악업인 살생, 도둑, 음란, 망어, 기어(綺語), 양설(兩舌), 악구(惡口)를 소멸해야 5관이 청정해집니다. 이것은 중생 범부의 첫 수행 단계에 해당합니다. 이를 ‘성소작지(成所作智)’라고 한다.

두 번째는 의식(意識)의 경지입니다. 5관이 청정해지면 지혜로 전환됩니다. 이는 제6 의식(意識)의 심소(心所)로써 보고 듣고 배운 바를 사량분별해 집착하면 범부가 되고, 집착하지 않으면 육식의 지혜가 됩니다. 이 경지는 탐(貪), 진(瞋), 치(痴), 만(慢), 의(疑), 악견(惡見) 등 여섯 가지 번뇌를 끊어야 초발심 보살의 지위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를 ‘묘찰관지(妙觀察智)’라 합니다.”

스님께 악견이 무엇인지 가르침을 구했다. 다섯 가지의 악견이 있는데, ‘나’라는 것과 ‘나의 것’이라고 집착하는 신견(身見), 사후의 세계를 믿지 않는 단견(斷見) 즉 변견(邊見), 인과를 믿지 않은 사견(私見), 아견(我見)에 집착한 견취견(見取見), 잘못된 계율 내지 종교관에 의한 계금취견(戒禁取見)이다. 

“잘못된 인식과 그릇된 사고를 떨쳐내고 건전하고 바른 정신을 가져야 참선 명상에 매진할 수 있어요. 세 번째는 보살(菩薩)의 경지입니다. 법신보살의 깨달음 지혜인데, 수분각(隨分覺)이라 말합니다. 지혜, 자비, 공덕 등 어느 한 부분에 정통한 경지이며, 제7 말나식으로서 잠재력 예지력의 마음입니다. 아직도 깊숙이 남아있는 ‘나’라는 번뇌의 뿌리를 없애고자 수행하는 단계입니다. 수행으로 네 가지 번뇌인 아견(我見), 아취(我痴), 아만(我慢), 아애(我愛)를 없애면 무념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피차의 분별이 끊어지고 마음의 병이 소멸하기에 평등성지(平等性智)라고 합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구경(究竟)의 경지입니다. 이는 참선 명상의 최고 경지인 원성실성(圓成實性)이며 구경각(究竟覺)입니다.”

혜거 스님은 “모두가 큰 서원을 세워 참선 명상의 수행으로 정진한다면 전쟁과 분쟁, 질병, 천재지변 등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공부가 어려워도 금생에 보살의 대원력을 세워 공부하는 인(因)을 뿌려 놓아야 함을 강조했다. 

譯經, 왜 중요한 것일까
혜거 스님은 스승 탄허 스님의 역경 원력을 이어가고 있는 선지식이다. 〈화엄경〉을 좀 더 읽기 쉬운 언어로 출간하고 있고, 현재 동국역경원장을 맡아 역경불사에 여념이 없다. 그래서 스님께 역경의 필요성과 어려움에 대해 물었다. 이에 스님은 역경이 시대에 따라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중국말과 우리나라 말을 비교하면 중국말은 4천 년 전의 글자가 하나도 변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 뜻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어요. 우리말은 10년 전의 말과 지금의 말이 달라요. 1960년대에 나온 〈한글대장경〉을 읽어보면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지금과는 달라요. 지금 현재 있는 말 중 보편적인 언어로 번역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또 번역 작업을 해야 할 것입니다.”

혜거 스님은 역경에서 의역이 아닌 직역을 원칙으로 하는 이유가 있단다. 의역하면 지금은 알아듣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뜻을 지니게 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도, 중국과 일본에도 ‘명상사전’은 없어요. 일본에는 〈선학사전〉은 있는데, 선학과 명상은 달라요. ‘명상사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첨언하기도 했다.   

이내 스님이 물었다. “큰스님들이 법상에 올라가면 ‘억’하고 소리를 치지요.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요?”

모른다고 답했더니, 혜거 스님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춘추전국시대에 서진 군대를 이끄는 장군은 수천 명의 군사로 수만 명의 군사에게 포위됐다. 서진장은 어차피 우리는 다 죽는데, 소리라도 한 번 크게 지르자고 제안했다. 수천 명의 군사가 소리를 지르니 상대 진영에서 놀라서 모두 도망을 가버렸다. 이를 ‘대성일갈(大聲一喝)에 만군 격퇴’라 하는데, 이것이 할의 첫 번째 유래이다. 

그 다음은 윷놀이를 하는데 윷이 옆으로 설 때가 있는데 이때 ‘악’하고 소리를 지르면 윷이 넘어간다. 이것이 ‘할’을 쓰게 된 유래이다. 임제 스님의 ‘할’은 여기서 전래됐다. 이것은 중국의 사고전서(四庫全書)에 나온단다. ‘명상사전’을 만들어 이러한 것까지도 정리해야 한다는 게 스님의 주장이다. 

“모든 참선의 근본은 무심입니다.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라고 할 때 여기에서는 진일보는 ‘무심’을 뜻합니다. 천길 우물 속에 빠지면 잡념이 없는 무심이 될 수밖에 없어요. 이것이 선의 구조입니다. 선의 구조를 이해시켜 놓으면 참선이 쉬워져요. 명상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 누구라도 읽어볼 수 있는 ‘명상사전’이 필요합니다.”

혜거 스님의 깊은 가르침을 오래도록 듣고 싶었지만, 스님의 건강이 염려돼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스님은 돌아나서려는 범부에게 “기도를 열심히 하라”며 “참회 기도로 금생의 업은 소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자라면 염불의 공덕, 기도의 공덕을 믿어야 한다”고도 했다. 

내 자신의 기도 공덕이 세상에 번져 사그러들지 않는 횃불이 되길 서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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