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사상硏·성균관대 유교문화硏
2021년 공동세미나 논문들 보완

중국불교·유교 대화 여정 조명
불교·유교 관계 연구 서막 열어
대화와 소통 관련 연구 지속 예정

유교와 불교의 대화/ 김도일·유용빈 엮음/ 도서출판 장경각/ 3만원
유교와 불교의 대화/ 김도일·유용빈 엮음/ 도서출판 장경각/ 3만원

한국과 중국, 일본 동북아 삼국의 사상과 문화의 중요한 축은 불교와 유교에 기반한다. 불교와 유교는 동북아 삼국의 역사 속에서 정치이데올로기로 작동했으며, 민중들의 풍습, 의례에 영향을 끼쳤다. 그랬기에 불교와 유교는 대화와 소통하며 교류하기도 때로는 논쟁하며 자기 사상의 우월성을 부각하려하기도 했다. 끊임없는 대화와 논쟁 속에서 불교와 유교는 서로에게 영향을 줬고, 사상적 변주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도서출판 장경각(대표 원택 스님)이 근간한 〈유교와 불교의 대화〉는 주목할 만한 연구서다. 

이 책은 지난 2021년 11월 26일 성철사상연구원(이사장 원택 스님)과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소장 김도일 교수)가 ‘불교사상과 유교사상의 소통과 조화’라는 주제로 개최한 공동학술세미나의 성과물들을 바탕한 것이다. 

성철사상연구원과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는 ‘유교와 불교의 대화’ 편집위원회를 구성해 총론과 명말청조에 이뤄진 불교와 유교의 대화 양상을 보완했다. 

〈유교와 불교의 대화〉는 유교와 불교의 교류 양상을 ‘격의’와 ‘융합’을 화두로 삼아 거시적 관점에서 다섯 부분으로 나눠 조망했다. 

첫째 부분은 동아시아 사상사에서 유교와 불교의 대화 양상을 개괄하는 총론인 ‘중국 역사를 통해 본 유교와 불교의 대화’다. 두 번째 부분은 불교의 중국화 초기부터 당대(唐代)에 이르는 불성 개념을 통한 유불융합에 대한 탐구로, 석길암의 ‘불성 개념의 중국적 변용 과정’이다. 

세 번째 부분은 송·명대에 심화된 유불융합에 주목하는 내용들로 △이원석의 ‘유자휘에게 끼친 대혜종고의 영향’ △이해임의 ‘장구성은 대혜종고에게 무엇을 배웠는가’ △변희욱의 ‘송대의 간화와 격물’ △정상봉 ‘주희가 본 육구연의 심학과 선’ △김진무의 ‘조사선과 육왕 심학의 교섭관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네 번째 부분은 명말청초 불교계의 격의 양상을 고찰하며, 중국학자 진영혁(陳永革)의 ‘중국 전근대 유불 관계: 만명 불교의 양지심학론’, 유용빈의 ‘지욱 〈논어점정〉의 이불해유에 대한 고찰’ 등이 게재됐다. 다섯 번째 부분은 청말민초의 새로운 유학에서 시도된 유불융합에 대한 탐구로, 김제란의 ‘현대신유학에 나타난 유학·불교 융합의 방식들: 웅십력, 당군의, 모종삼 3인의 철학을 중심으로’가 수록됐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은 3월 6일 서울 전법회관 3층 보리수실에서 ‘유교와 불교의 대화’ 출간기자간담회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서재영 성철사상연구원장, 백련불교문화재단 사무국장 일엄 스님과 이사장 원택 스님, 김도일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과 유용빈 연구원.
백련불교문화재단은 3월 6일 서울 전법회관 3층 보리수실에서 ‘유교와 불교의 대화’ 출간기자간담회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서재영 성철사상연구원장, 백련불교문화재단 사무국장 일엄 스님과 이사장 원택 스님, 김도일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과 유용빈 연구원.

‘불교와 유교의 대화시리즈’의 첫 권인 이번 연구서는 불교와 유교라는 두 사상 간의 대화와 소통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면서 두 사상의 관계를 조명하는 연구의 서막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용빈 성균대 유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유교와 불교의 대화 양상을 동아시아의 사상사적 맥락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조망한 연구는 우리 학계에서 흔하지 않았다”면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유교와 불교 간의 상호 작용과 그 영향력이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엿볼 수 있는 안목을 열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오랜 갈등 관계였던 불교와 유교가 어떻게 대화하고 논쟁했는지를 살펴보면 현재 갈등과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지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도일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장은 “불교와 유교는 대립하는 것처럼 보여도 내면을 살펴보면 서로를 보완하고 성장시키는 측면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교훈은 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는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제공해 준다”고 강조했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불교와 유교라는 두 전통은 2000년에 걸친 세월 동안 치열한 갈등과 대립 속에 있었지만 그 내면을 보면 깊이 있는 대화가 오고 갔음을 알 수 있다”면서 “선인들이 보여주었던 그런 정신을 되살린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대립과 갈등, 분열과 투쟁이라는 사회적 병을 치유하는 데 양약이 될 지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책이 차이를 넘어 화합과 공존의 지혜를 찾는 데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나아가 이 같은 대화가 반향을 일으켜서 제2·3의 대화모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편, 두 연구기관은 대립과 소통, 조화와 공존의 흐름을 조명하는 연구를 시리즈로 기획해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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