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현 스님 글  / 불광출판사 / 1만 6000원
자현 스님 글  / 불광출판사 / 1만 6000원

성(聖)과 속(俗), 그 사이를 오가며 누구보다 뜨거운 삶을 사는 수행자가 있다. 불교계 유명 방송인이자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자현 스님이 그 주인공이다. 특유의 입담과 재치 있는 멘트로 불교를 가장 재미있고, 유쾌하게 소개하는 스님은 항상 대중과 호흡하는 불교계의 ‘인플루언서’이자 ‘엔터테이너’이다. 스님을 표현하는 또 다른 말은 ‘학자’이다. 지금까지 7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학술 등재지에 발표한 논문만 190여 편에 이르는 참 부지런한 불교학자이다.

그런 스님의 이번 신간은 특별하다. 산사와 속세를 오가며 잠시 동안의 침묵 사이에 떠오른 말들, 짧지만 진지한 단상(斷想)을 엮은 수상록(隨想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문ㆍ종교 분야의 교양서와 학술 연구서를 주로 선보인 스님에게 볼 수 없던 새로운 면모이다.

이 책에 실린 100여 편의 글들엔 평소 호탕한 웃음 뒤에 숨겨진 수행자로서의 진지한 고민과 다짐이 담겨 있다.

바람과 같이 걸림 없는 완전한 해방을 향해 쉼 없이 나아가는 수행자의 길. 그 위에서 간혹 서럽고, 나약해지지만 수행자는 ‘나락이 도정되어 백미가 되듯’ 자기 자신의 ‘두꺼운 껍질을 벗고 머트러움을 깎아’내 간다. 그리하여 스스로를 끊임없이 덜어내는 것. 그것이 출가인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약자로서의 권리보다는 현자로서의 배려가 있을 때 진정한 어른이 된다. -본문 중에서

스님은 멋들어진 힐링 대신 강직한 지혜와 용기를 준다. 이 책의 제목처럼 이미 ‘태양’과 같은 빛을 소유한 우리에게 ‘밤’의 어둠은 깃들 수 없다. 단지 미망에 가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깨닫지 못한 것이라면 ‘빛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임을 알아차려야 할 일이다.

우리는 모두 ‘용’이다. ‘너무 오래 가문 탓에 승천의 뜻을 잊어 용이라는 자각마저 희미해진’ 그런 용. 하지만 ‘우렁찬 천둥과 섬광의 벼락’같은 진리를 마주할 때 ‘비로소 깊은 잠에서 깨어날 것’이다. 그때 우린 ‘영원의 행복과 평안 속으로 날개 없이 날아’갈 수 있다.

이 책은 지난 6년간 독자·불자들과 소통해 온 SNS에 남긴 스님의 짧은 글을 〈불광〉의 사진 80여 컷과 함께 엮은 결과이다. 감성적인 글과 사진은 독자 모두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다시 한 번 발돋움할 수 있는 속 깊은 용기를 선사해 줄 것이다. 법당 안에서 펼쳐지는 꼿꼿한 법문이 아닌, 길 위에 두런두런 모여 앉아 이루어지는 자현 스님의 감성 법문을 만나보자.

임은호 기자 

자현 스님.
자현 스님.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