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레슬러 부주지 아이디어
사찰 신도에 흥밋거리 제공
범죄 예방 주의사항 설명도

프로레슬링 이벤트가 열린 안코쿠지 전경. 사진출처=NHK방송화면 캡쳐
프로레슬링 이벤트가 열린 안코쿠지 전경. 사진출처=NHK방송화면 캡쳐

경내에 특설된 링 위에서 프로레슬러들의 격렬한 기술들이 난무한다. 일본 사이타마현의 코시가야시(越谷市)에 소재한 사찰 안코쿠지(安國寺)에서 열린 이벤트의 모습이다. 3월 3일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 ‘NHK 뉴스’ 등은 프로레슬링과 불교를 접목한 특별한 행사에 대해 소개했다.

3월 2일 안코쿠지 경내 주차장에 세워진 링에서 진행된 프로레슬링 경기. 경기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부주지 스님인 시즈쿠 아키 스님이다. 현역 여성프로레슬러로 활동 중인 시즈쿠 스님은 “매년 열리는 사찰의 행사에 점점 사람이 줄어드는 것에서 흥밋거리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것이 프로레슬링 이벤트”라고 행사의 계기를 전했다.

스님은 중학교 때 우연히 TV에서 본 여성 프로레슬링 중계방송을 보고서 프로레슬러의 길을 가게 됐다고 전했다. “화려한 복장, 상대를 제압하는 압도적인 기술,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경기방식 등이 모두 매력적이었다. 사춘기의 우울한 기분이 밝아지고 많은 용기를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아마추어 레슬링으로 시작하여 대학 졸업시엔 전일본 학생 레슬링 선수권 대회 67㎏급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안코쿠지 경내에서 프로레슬링 경기 이벤트를 개최한 것은 지난 2011년의 일이다. 매년 4회 정도 진행돼왔는데, 지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지되었다가 5년 만에 다시 부활했다. 경기는 2인 1조로 싸우는 ‘태그 매치’ 등 3경기가 열렸다. 150여 명의 관객들이 찾은 가운데 레슬러들은 로프 상단에서 상대를 향해 뛰어내리는 등 박력 있는 기술을 잇달아 선보였다. 시즈쿠 스님도 화려한 프로레슬러 복장은 물론, 승복을 입고서 경기에 임했다. 

특히 이번 경기 이벤트에는 고시가야 경찰소와의 합동으로 보이스피싱이나 호신술을 테마로 한 프로레슬링 단막극도 공연돼 더욱 볼거리를 더했다. 레슬러들이 각각 범인과 피해자 역을 맡아 연기를 하고 끝내 멋진 레슬링 기술로 범인을 제압하는 스토리에 경찰 측 강사가 범죄의 예방법과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사이타마시에서 가족들과 함께 이벤트에 참가한 관객은 “조용한 이미지의 절에서 이렇게 화려하고 격렬한 난투가 일어나는 모습이 신선하고 재밌다”며 이벤트에 또 참여하고 싶다며 소감을 말했다.

박영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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