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대신 산책과 운동을

흡연, 니코틴 흡수를 위한 습관
한국서는 휴식 문화로 자리잡아
금연 하려면 흡연 대체습관 필요
운동, 게임 등 활용, 금연 습관화

담배는 고대 마야인들이 종교의식에 이용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구로 담배가 전파된 것은 1492년 콜럼버스가 인도를 찾아 인도의 반대쪽으로 떠났다가 우연히 발견한 아메리카 대륙에서 담배를 알게 된 후 부터이구요.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고추와 함께 들어온 것으로 생각됩니다. 유럽에서 초창기 흡연이 널리 보급되는 당시만 해도 담배의 긍정적인 측면이 어느 정도 인정되어 입냄새를 제거하거나 각성효과가 있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되기도 했지만, 그때에도 담배의 유해성은 여러 측면으로 사회문제가 되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1·2차 세계대전, 여성인권의 신장 등 여러 사회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담배는 전 세계 인구에게 급속히 퍼지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담배는 소화가 안 될 때나 회충으로 배앓이할 때 사용하였습니다.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담배에 대한 차별이 없어서 여성이 흡연하는 것을 나쁘게 보지 않았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담배는 한약재로 쓰이지는 않았지만 담배의 작용에 관한 조선시대 기록을 살펴보면 가래가 잘 뱉어지지 않을 때, 구역질, 소화불량, 위산역류 등의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하고 있습니다. 반면 담배의 단점으로 담배로 인한 악취, 경제적 손실, 담배를 구하기 위한 육체적 정신적 노력 등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도 현대와 크게 다른 삶을 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흡연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타르와 니코틴 함량이 낮은 담배가 인기가 높다는 점입니다. 몸에 나쁜 담배를 피우면서 건강을 생각한다는 건 어떤 면에서 굉장히 모순되어 보이기도 합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흡연자 중에 ‘타르와 니코틴 함량이 낮은 담배만 찾는다면 왜 담배를 피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담배 이름이 타르 함량이기도 하지요. 타르 함량이 0.5mg인 담배를 피우는 분이 나는 1mg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두 배를 피워도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현재 생산되는 담배의 품질 기준이 표시량의 ±2mg이라는 사실은 0.1짜리를 피우냐 0.5나 1.0짜리를 피우냐는 고민을 무색하게 하기도 하고, 담배 필터 주변에 뚫려 있는 작은 구멍을 막고 피우게 되면 말보로나 다름없는 타르 함량을 흡입하게 된다는 사실은 이제 흡연자들에게도 낯선 상식이 아닙니다. 반면 외국의 경우는 대부분 6mg 정도의 담배가 일반적이며, 한때는 한국으로 수입이 금지되었던 10mg 이상의 담배도 드물지 않습니다.


금연에 관한 글을 쓰면서 굳이 타르와 니코틴 함량에 대해서 이렇게 구구절절 언급하는 것은 한국의 흡연가들이 담배를 피우는 진짜 이유를 생각해보기 위함입니다. 


원래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니코틴을 흡입하여 니코틴의 작용을 신체가 얻기 위함이지요. 하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농도가 낮은 담배를 찾는다면 그건 니코틴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니코틴이 필요해서라면 니코틴 패치를 붙이면 되지 굳이 번거롭게 담배를 피울 필요가 없거든요. 


담배가 필요한 상황은 대부분 휴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것이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잠깐 재충전을 할 시간이 필요한데, 바쁜 한국사회는 이런 빈둥거리는 시간을 본인도 주위 동료도 쉽게 용납하지 못합니다. 이럴 때 담배를 피우게 되면 ‘담배가 몸에 좋지 않으니 끊으라’고는 하더라도 담배를 피우러 나가지 못하게 막지는 않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동안은 분명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놀고 있지도 않습니다. 불을 붙이고, 연기를 마셨다가 뱉고, 재를 털고, 깔끔하게 불을 꺼야 하니까요. 그리고 흡연은 길든 짧든 정해진 시간이 있습니다. 담배가 타고 있는 만큼의 시간이지요. 즉 많은 흡연자들의 담배 욕구는 담배가 타들어가는 시간만큼의 휴식이 필요한 것이고, 업무와 관련된 압박이 크면 클수록 더 잦은 휴식시간이 필요하게 되어 흡연량이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담배를 끊기 위해서는 흡연과 비슷한 활동이 필요합니다. 담배를 피우는 빈도와 한번 흡연하는 만큼의 시간을, 몸을 움직여서 업무와 무관한 곳에 집중을 하게 하는 그런 활동입니다. 대표적으로 산책이나 간단한 운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면 퍼즐이나 짧게 끝날 수 있는 게임 등도 있을 수 있구요. 

 

한때 수험생들에게 유행한 피젯 스피너 돌리기 같은 것도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할애할 수 있는 시간과 집중할 수 있는 활동 이 두 가지가 수반된다면 어떤 것이라도 가능할 수 있으며, 이왕이면 몸에 좋은 활동이 더욱 좋겠죠.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업무태만이 아니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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