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찰건축도 ‘디자인’ 가미를
불사할 때 좋은 설계사도 찾아야
문화재 건축 정책에도 변화 필요

시, 음악, 회화, 조각, 건축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활동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 것은 르네상스 이후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의 위대한 천재들이 회화, 조각뿐 아니라 건축에서까지 창조성을 발휘하던 시기와 겹친다. 이전까지 장인들의 기능으로 여겨지던 회화와 조각, 건축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고상한 활동으로 승격되면서 그것을 지징하는 새로운 개념이 출현했는데, 바로 ‘ars del designo’가 그것이다. 오늘날 예술은 공예·사진·영화·산업·디지털까지 확장되고 심지어 예술을 아름다움과 연관짓기를 거부하고 있지만, 흔히 생각하는 시각적 형식을 넘어 사상과 문화, 기술과 물질을 포괄하는 ‘디자인’ 개념은 예술과 관련하여 여전히 중요한 것 같다.


최근에는 ‘디자인’ 개념으로 한국 전통예술을 정의하려는 시도도 보인다. 몇 년 전부터 불사를 하면서 한옥에 관한 여러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데, 한옥의 본질적 요소를 지붕과 기둥의 비례에서 찾는 건축가도 있고 창호 형식이라고 보는 건축가도 있으며 최근에는 건축물들을 병치하는 구조라고 주장하는 건축가도 있었다. 아직 모두가 동의하는 한옥의 본질을 찾지 못했더라도, 아니 본질을 찾는 모든 노력이 그렇듯이 영원히 찾지 못하더라도, 이런 시도들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목조 기와지붕이나 처마선을 한옥의 특징으로 내세우는 과거 미술사가들이 재료와 형식과 같은 단편적인 요소를 중시한 것에 비해 진일보한 해석이기도 하거니와 이런 탐구를 통해서 비로소 한옥다움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오늘날의 필요와 미감에 맞는 새로운 형식이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한옥은 살기 좋은 친환경적 건축을 넘어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가장 힙한 건축이다. 한옥이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할 문화재가 아니라 현대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소구되면서 한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나는 이런 발전이 한옥을 디자인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한 건축가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사찰 건축에 대한 생각도 바꾸어야 할 때다. ‘전통을 고수할 것인가, 새로운 창작을 허용할 것인가’라는 낡은 질문을 멈추고 디자인의 관점에서 공간을 설계하고 현대적인 건축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재능 있는 건축가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집을 짓는 과정을 직접 겪어보니 한옥의 가구구조는 여전히 목수의 솜씨에 달렸지만 쾌적한 생활공간이 되려면 단열, 기밀, 방음, 방수 등 현대 건축기술과 콘크리트와 목조, 석재 등 건축재료를 조합하는 구조기술이 적용돼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불사를 할 때 좋은 목수를 찾는 스님들이 많지만 좋은 설계사를 찾는 스님들은 드물다. 압축적 근대화를 겪으면서 거품이 많은 분야가 건축이지만 문화재 건축은 특정한 자격을 갖춘 건축설계사와 시공자에게만 맡기다보니 생긴 현상이다. 더 좋은 사찰 건축을 짓기 위해서는 설계와 감리를 모든 건축가에게 개방하고 심의를 통해 좋은 설계안을 선정한 뒤, 현대 건축기술을 갖춘 시공사에게 시공을 맡기는 등의 문화재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최근 한옥 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전국 각지의 한옥마을과 북촌에 건축되는 한옥들이 그렇게 건축되는 현실을 보면 시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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