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서울 길상사서 추모법회
생전 영상 보며 사부대중 눈시울
생전 즐기던 국수 영단에 헌공도

맑고 향기로운 청빈한 삶을 몸소 실천했던 법정 스님의 원적 14주기 기일을 맞아 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시간이 마련됐다.

서울 길상사(주지 덕조 스님)는 3월 6일 경내에서 ‘법정 대종사 14주기 추모법회 및 주지 이 취임식’를 봉행했다. 추모법회는 법정 스님의 마지막 당부에 따라 간소하게 진행됐지만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가꾸고자 했던 스님의 가르침을 기리는 추모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또한 맏상좌인 덕조 스님의 주지 취임식도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송광사 수좌 현묵 스님은 추모법문에서 법정 스님과의 추억담을 전하고 “스님은 간소하고 간결한 장례로 떠나시면서까지 부처님 가르침의 본질을 우리에게 알려주셨다”면서 “개인의 청정함으로 사회를 밝혔고 맑고 향기로운 울림을 줬다”고 말했다. 현묵 스님은 이날 주지로 취임하는 법정 스님의 맏상좌 덕조 스님을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스님은 덕조 스님에게 “사부대중, 큰스님의 뜻을 잘 받들어 길상사가 더욱 맑고 향기로운, 교육과 수행의 실천 도량일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법정 스님이 생전 팔만대장경의 의미가 함축돼 있다며 가장 좋아했다는 게송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읊어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조계종림 송광사 교구장 무자 스님은 법정 스님을 그리워하며 “스님이 강조한 맑고 향기로움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 감로의 법문으로 지속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법회에서는 법정 스님 생전과 다비식 모습이 담긴 영상도 소개됐다. 스승의 모습에 자리에 함께한 사부대중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마음속에 어른스님의 가르침을 새기고 그 가르침을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

추모법회에 이어 길상사 주지 이취임식이 봉행됐다. 제10대 주지로 길상사를 이끌어갈 덕조 스님은 “늘 새롭게 시작할 때 마음으로 소임을 보겠다”면서 은사인 법정 스님의 유지를 이어 길상사를 맑고 향기로운 근본도량으로 이끌어 갈 것을 약속했다.

덕조 스님은 “길상사를 창건한 은사스님의 유지와 길상화 김영한 보살이 대원각을 시주한 고귀한 뜻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모든 불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아름다운 도량 △정혜결사의 정신을 이은 일반 시민의 상설 수련도량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 도량 △맑고 향기로운 세상을 위한 보살대중의 큰 도량 △승속이 함께 하는 투명한 운영체제를 갖춘 도량으로 만들어 갈 것을 다짐했다.

덕일 스님은 8년간의 주지 소임을 마무리하며 사부대중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자연으로 돌아가 열심히 수행정진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법회에서는 길상사 합창단이 법정 스님이 작사한 ‘무소유의 노래’를 음성공양하기도 했다.

한편 법정 스님은 1956년 효봉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59년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며 생명 중심 나눔의 삶을 설했던 스님은 맑고 향기로운 사회 구현활동을 통한 순수 시민운동을 주창했다.

스님은 입적 전 “내 이름으로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해 달라”고 당부하며 마지막까지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다. 2010년 3월 11일, 길상사에서 세수 78세, 법랍 55세로 지수화풍으로 돌아갔다.

임은호 기자 imeunho@hyunbul.com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