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추본, 3월 5일 조계사서 평화기원법회
태효 스님 “전쟁으로는 갈등 해결 못해”

서울 한복판에서 사부대중들이 평화를 염원하는 목소리가 하늘에 닿았다. 목소리는 제각기 달랐지만 남북화합과 평화통일을 소망하는 마음은 모두가 똑같았다.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본부장 태효 스님)는 3월 5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남북의 평화와 화합을 위한 기원법회’를 봉행했다.

지난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헌법 개정을 통해 한국을 ‘제1적대국’으로 명기하고 ‘자주·평화·민족대단결’ 표현을 삭제하겠다고 밝히면서 남북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가운데 민족공동체추진본부가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 것.

이날 법회에는 조계종 총무부장 성화 스님과 사회부장 도심 스님, 문화부장 혜공 스님,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 스님, 불교문화사업단장 만당 스님을 비롯한 300여 명의 사부대중이 함께 해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성화 스님이 대독한 치사를 통해 “근래의 남북 관계는 봄이 아닌 겨울을 다시 맞았다. 군사적 위기가 심화하는 이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불교계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민추본의 남북평화기원법회가 이 땅의 평화 정착을 위한 불교계의 뜻과 노력이 대외적으로 천명되어 우리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총무부장 성화 스님이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치사를 대독하고 있다.
총무부장 성화 스님이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치사를 대독하고 있다.

본부장 태효 스님은 “우리는 분단과 전쟁을 겪은 이후에도 수없이 많은 격랑의 시간을 거친 끝에 평화를 이뤄냈지만, 그 평화가 다시 위협받고 있다”며 “불교는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상호 이해, 비폭력, 관용, 자비 등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법회는 부처님의 평화의 가르침을 우리 불자들이 앞장서 실천하자고 결의를 다지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반도 평화를 발원하는 각계의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김명동 조계종 포교사단 부단장은 “그동안 부처님의 자비 정신을 바탕으로 분단과 대결 시대의 남북 역사를 화합과 평화, 통일의 역사로 만들고자 노력한 민추본은 그 어떤 단체보다 남북통일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민추본이 남북의 평화와 화합의 디딤돌이 되주기를 바라며 발전을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장정화 대한불교청년회 회장은 “이번 기원법회가 남북 양 국민에게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우리가 평화를 지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모아줄 것”이라며 “평화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길에 청년불자들도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경목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중앙부회장은 “부처님의 제자인 불자들이 남북의 평화와 화합을 위해 힘쓰는 데 대학생 불자들도 동참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쟁반대 평화기원 다라니기도와 전쟁희생자 위령천도재는 진관사 수륙재보존회 어산스님들이 맡았다. 어산스님들과 함께 다라니기도를 독송한 사부대중들은 온 마음을 다해 남북의 화합과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고 전쟁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진관사 수륙재보존회 어산스님들이 전쟁희생자 위령천도재를 봉행하고 있다.
진관사 수륙재보존회 어산스님들이 전쟁희생자 위령천도재를 봉행하고 있다.
총무부장 성화 스님, 사회부장 도심 스님, 민추본 본부장 태효 스님이 전쟁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총무부장 성화 스님, 사회부장 도심 스님, 민추본 본부장 태효 스님이 전쟁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평화통일을 서원하는 발원문 낭독에는 총무원 사업국장 법진 스님과 김정원 불교문화재연구소 연구사가 대표로 나섰다. 이날 사부대중들은 부처님의 평화의 가르침을 받들어 합심하고 통일의 뜻을 모아 분단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되는 대비원력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법회의 마지막은 조계사 일주문에서 출발해 공평사거리를 거쳐 해탈문으로 되돌아오는 연등행렬로 진행됐다. 저마다 남북 평화와 화합, 통일을 기원하는 연등을 든 사부대중들은 조계사 일주문을 나서 평화를 기원하는 불교계의 뜻과 의지를 세상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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