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적 복지국가 실현하는 전륜왕
경전에는 ‘富 분배하는 리더’ 묘사
나눔·배려 체화된 후보 선출해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이제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에 나설 후보자 선출을 위한 소식이 연일 뉴스를 장식한다.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는 이들은 대개 정치적 신념에 따라 정치 신념 공동체인 정당에 가입하여 그곳의 대표로 선거에 나서거나 특정 소속 없이 선거에 나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정치를 한다. 


정당에서는 정당의 후보자들이 해당 정당의 신념과 일치하는지, 선거에 나섰을 때 당선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등을 검증해 선거에 나설 대표를 선출하다 보니 다양한 이슈가 뉴스를 장식한다.


전문가들은 보수나 진보의 신념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아닌 중도층이 대개 선거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고 한다. 캐스팅보트가 중요하다고 들린다.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의 정치 행위는 모두 옳고 상대방은 절대 악이라고 몰아가려는 경향을 보이는 이들이 양 진영에 적지 않은 현실에서 볼 때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공인의 자세와 선택에 관한 불교의 관점은 어떨까. 사회 성립이나 지도자 선출에 관한 불교의 견해는 <악간냐 숫따>에서 조금 확인이 된다. 경전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공동 소유의 토지가 개인 소유로 되어 사유 재산이라는 관념이 발생한 다음 도둑질이 발생하자 그릇된 행위를 하지 말자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그걸 어기는 이들이 늘어났다. 약속을 어기는 이들을 비난하고 때리는 처벌이 일어났고, 그 기준을 결정하고 도덕의 보호자로 활동할 사람을 선출하고 그들에게 약속을 어긴 이들을 징벌하게 했다. 이렇게 선출된 이는 ‘위대한 자’라고 불렸고, 초원의 왕이었으므로 ‘크샤트리야’로 불렸으며, 정의를 베풂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환대받아 ‘라자’(즐거워하는 자, 왕을 의미)로 불렸다. 이렇게 해서 통치라는 관념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선출된 주민의 대표 ‘라자’ 공인은 정의를 실현하도록 사회의 구성원이 선출한 자일 뿐이고, 국민이 왕(공인)에게 세금을 바치거나 내는 것은 사회 정의를 실현한 데 대한 보수할 뿐이다. 아주 이런 시기에 주장된 사회계약론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적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이상적인 왕을 전륜왕이라 하는데, <전륜왕사자후경>에 의하면, 전륜왕은 정신과 물질 또는 도덕과 경제라는 양면에서 사회의 정의, 평등, 화합을 실현하는 정신적 지도자인 동시에 부(富)의 분배자라고 한다. 분배의 공정은 왕이나 공인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선출된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서 국가의 정책을 실행할 법안을 만들고 고친다. 그 법안에 의해 국민의 일상생활은 영향을 받는다. 국민 대표들의 선택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바람직한 사회를 이루려면 우리나 우리의 대표들에게 바람직한 삶의 길로, 불교에서는 보살의 길을 제시한다. 보살은 깨달음을 추구하며 나보다 다른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다. 

 

종교의 유무나 피차를 떠나 화려한 언어의 성찬이 아닌 견해가 다른 이들을 배려하며 서로 돕고 나누는 삶이 체화된, 보살의 정신이 있는지 하는 것이, 불자가 선거에서 국민의 대표를 선택할 때 제일의 기준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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