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송현광장에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불교계 안팎에서는 “이승만기념관 건립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와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 태고종 중앙종회 등이 잇따라 성명을 발표해 “한국불교를 분열시키고 박해했던 이승만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 추진은 한국불교에 대한 큰 모욕”이라고 성토했다. 결국 박민식 국가보훈부 전 장관이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해 “입지와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고,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불과 세 달여 만에 오 시장은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서 “송현녹지광장 부지에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깃털처럼 가벼운 게 정치인의 말이라지만, 이것은 가벼워도 너무 가벼운 것 아닌가. 무엇보다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이라는 민간기구가 추진하는 기념관을 공공부지에 두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2월 28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승만기념관 건립이 강행될 경우, 오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와 관계 단절을 포함한 강력한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천명했다. 불교계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시민사회단체들이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종로의 얼굴을 바꾼 송현광장을 오롯이 시민의 곁에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의 소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을 오 시장은 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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