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찰, 봉안 관음상 전시 취소
신앙 지켜온 현지 의견 수용키로

출전이 취소된 천수천족관음상. 사진출처=트위터
출전이 취소된 천수천족관음상. 사진출처=트위터

일본의 한 사찰이 도쿄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전시회에 출전하기로 한 불상을 더 이상 타 지역에 출진하지 않겠다고 결정해 화제다. 사찰 관계자 측은 “불상은 문화재 이전에 예경의 대상”이라고 결정을 번복한 이유를 밝혔다. 지난 2월 12일 일본의 ‘교토신문’은 불상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 보도했다.  

일본 시가현 나가하마시(長浜市)를 중심으로 지역에 전승되어온 관음신앙과 불교문화를 알리기 위해 2월부터 진행되는 전시 〈관음의 고장·기도와 생활의 문화와 전승〉에 출전하기로 결정됐던 쇼묘지(正妙寺)의 ‘천수천족관음관세음보살상’의 출진이 돌연 취소됐다. 

나가하마시는 일본 최대의 호수인 비와(琵琶)호 북쪽에 소재한 도시로 비와호 안의 섬인 치쿠부시마(竹生島)가 관음성지로 유명해지면서 10세기경부터 관음신앙이 성행했다. 현재 시내에만 130여 구의 문화재급 관세음보살상이 점재해 ‘관음의 고장’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이 중 시내 쇼묘지에 봉안된 천수천족관세음보살상은 17세기에 조성된 높이 약 42㎝의 목조입상이다. 이름은 천수천족이지만 실제로는 40족 40수의 손과 발이 묘사되어 있다. 일본에서도 매우 드문 도상으로 학계는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큰 관심을 끌어 나가하마시의 관음신앙과 관련된 전시회에 자주 출전돼왔다. 시 측은 사찰의 갑작스런 출전취소 통보에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쇼묘지 측은 “신도회의 임원들 사이에서 ‘관음상이 본래에 계셔야 할 곳이 아닌 타 지역에 너무 자주 나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이 나왔다”면서 “특히 관음신앙이 깊은 신도들을 중심으로 타 사찰이나 지구의 관음상에 비해 출전되는 횟수가 많고, 계속되는 분해와 운반 등에 불안이 많다”고 말했다.

쇼묘지 신도회의 한 관계자는 “본래 불상이 계셔야할 사찰에 봉안된 상태로 계시는 것이 옳다”면서 “문화재나 전시품 이전에 예경의 대상이란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은 “불상을 타지역에 모셔가서 전시하는 것 보다 타 지역의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이 오히려 지역발전에 좋지 않은가 하는 것이 지역의 주된 의견”이라고 전했다.

나가하마시 지역역사개발실의 모리오카 켄야 실장은 “지금까지 출전을 취소했던 적이 없었기에 유감이지만 실제 신앙을 지켜온 현지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 측은 이번을 계기로 장래에는 관람자들이 현지 사찰 등을 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중심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박영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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