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저희 식구들이 편안해졌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남편이랑 대화가 되기 시작했어요.”

“그동안은 어땠는데요?”

“결혼하고 처음에는 대화가 됐는데 언제부터인가 소통이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뒤로는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하고 시도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명상공부하면서 제가 남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나봐요.”

“그랬더니 어떤가요?”

“이제 남편과 대화가 되니 관계가 더 편해졌어요. 자녀들과도 대화가 편해졌어요.”

“어떤 면이 달라졌나요?”

“돌아보니 주로 제가 말을 거의 다 했던 것 같아요. 대화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나의 요구만 반복해서 늘어놓았던 거예요. 남편 입장에서는 제가 내 주장만하는 사람이었을 거예요. 그런데도 오히려 남편 탓을 했던 것 같아요. 엄마 아빠가 대화를 시작하니 집안 분위기도 편안해졌고요.”

한 달에 한 번 하루,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명상프로그램을 합니다. 긴 시간은 아니겠지만 참여자들은 <대념처경>을 기반으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붓다의 길을 함께 공부합니다. 이 공부를 하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내용 가운데 한 분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좋아서 결혼을 했는데 세월이 흘러서는 왜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으로 변했을까요? 사실은 그가 변한 것이 아니라 대화의 노력들이 좌절된 경험이 쌓여갔던 것입니다. 마음을 나누는 대화는 내가 불안하고 힘들어 할 때에 상대가 나의 관세음보살이 되어주고, 그가 근심과 탄식에 빠져있을 때에는 내가 자비로운 마음으로 그의 마음을 들어주는 관세음보살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소감을 들을 때에 힘이 나고 보람을 느낍니다. 번뇌 속에 빠져서 나오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부처님을 만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도반과 함께 공부하고 신행생활을 함으로써 자신이 겪는 괴로움을 벗어난다면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힘들어 할까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하는 마음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을 때엔 괴로워합니다. 이것을 알고 그 마음이 일어날 때에 고집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괴로움이 작아지고 상대도 편안해지게 됩니다.

부산 미타선원장 하림 스님
부산 미타선원장 하림 스님

원래 많이 밝은 분이라 집안에서 그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듣고 놀랐습니다. 곧, 밖에서는 자기주장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를 잘 배려하고 살피는 총무 역할을 너무나 잘하는데 남편에게는 다른 입장을 취했던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그 분은 표정이 너무 밝아지고 집안에서의 자신의 역할과 방향을 스스로 찾게 되었습니다. 붓다의 길로 가서 그 열매를 얻었습니다. 이런 신행생활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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