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멋진 추억 만들어보자

우울증 환자 제주도 인구 넘어서
후회와 불안, 걱정이 우울 가져와
공교육서 학생 자존감 향상시켜야
좋은 추억 가진 사람이 진짜 부자

“어린 시절이 행복한 사람이 행복합니다.”

학교 옆 아동상담소에 한동안 붙어 있던 표어다. 출퇴근을 할 때마다 본의 아니게 몇 번씩이나 마음속으로 되뇌어본 문장이다. 마음이 불편하거나 우울할 때, 이젠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을 떠올려본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경험들은 다 어디에 숨어 사는 걸까. 조각보를 잇듯 몇 개의 사진으로 추측해보는 나의 어린 시절은 과연 맞는 기억일까. 십여 년이 넘게 정신분석과 무의식을 공부하고 있지만, 학자마다 자기만의 임상경험으로 내놓는 수많은 전문용어에 기가 질릴 뿐이다.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경험들은 우리 내면의 풍경을 이룹니다’라고 알기 쉽게 말해주면 안 될까.

요즘은 대학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하려고 해도 빈자리가 없어 예약을 하고도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어느 병원은 성인 조현병 환자들을 수용하던 폐쇄 병동 수십 개가 10대, 20대 청소년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그것도 우울증이 심해져 자해나 자살을 시도한 아이들이란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2018년부터 0점대로 떨어진 합계출산율은 2022년 기준 0.7명이 되었고, 2023년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제주도 인구를 훌쩍 뛰어넘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나로서는 아이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간 나는 희망 없는 세상에 희망을 노래하며 거짓 찬가를 부른 것인가.

과거의 후회와 분노, 미래의 불안, 걱정이 ‘우울(憂鬱)’을 만든다. 끊임없이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자책과 비난의 언어가 수풀을 이뤄 마음을 꽉 틀어막은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때, 자꾸만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고통스런 생각들이 수시로 떠올라 그걸 누르느라 진이 빠질 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누구나 우울의 숲에 갇힌다.

그럼 반대로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 아이들이 스스로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일, 그리고 생각날 때마다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멋진 기억을 선물하면 어떨까. 뻔한 이야기 같지만 현재 우리 공교육이 정말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교육의 세 가지 기준점이다.

새 학기 첫 수업마다 아이들에게 50년 후를 묻곤 한다. 나중에 예순 살이 훌쩍 넘어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문득 50년 전 이 순간들을 떠올리면 이때가 그리워 눈물이 날 거라고 말한다. 그러니 같은 반 친구들끼리 서로 마음을 잘 모아서 이 그리움의 시간을 멋진 추억으로 만들어보자고 말한다. 멋진 추억이 많은 사람이 진짜 부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의 문장을 함께 따라 하며 수업을 마무리한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깨닫기 위함이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 문제의 해결을 통해 삶의 중요한 진실을 배워가는 중이다.”

어떤 후회와 분노, 불안, 걱정이 와도, 어떤 지독한 우울이 끝 모를 심연에 우리를 던져 놔도, 마침내 그걸 다 부수고 새로 일어날 수 있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다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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