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증후군 반려인 증가
봉은사 등 천도재 요청 늘어
‘축생법당’ 조성한 천룡정사
심곡암 첫 ‘동식물 천도재’
원경 스님 “정례화할 계획”
“시대적 니즈 반영 고민을”

서울 성북구 심곡암은 1월 28일 경내 대웅전서 ‘일체 동식물 합동 천도재’를 봉행했다. 사진은 주지 원경 스님의 집전으로 천도의식이 봉행되는 모습.
서울 성북구 심곡암은 1월 28일 경내 대웅전서 ‘일체 동식물 합동 천도재’를 봉행했다. 사진은 주지 원경 스님의 집전으로 천도의식이 봉행되는 모습.

“애견애묘 동식물등/ 유연무연 일체중생/ 지심소청 하옵나니/ 오늘법연 인연지어/ 이고득락 하옵기를/ 지심발원 하옵나니…”

서울 북한산 자락에 자리한 심곡암 대웅전에 반려동물과 인간의 탐욕에 의해 스러져간 동식물 영가의 천도 발원이 울려 퍼졌다. 서울 성북구 심곡암(주지 원경 스님)은 1월 28일 ‘일체 동식물 합동 천도재’를 봉행했다.

젊었을 적 취미로 사냥을 다녔던 김건화 심곡암 신도회장의 참회 발원에서 시작된 이날 동식물 합동 천도재에서 사부대중은 애견·애묘 등 반려동물과 일체 동식물 영가의 천도를 기원했다.

이날 심곡암 주지 원경 스님은 반려동물 천도재를 정례화할 계획을 밝혔다. 원경 스님은 “최근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해 상실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반려동물 영가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춰 이고득락하게 하는 천도재를 봉행함으로서 남은 사람에게는 위안을, 동물 영가에겐 왕생극락의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반려인들을 중심으로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상실감과 슬픔 등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펫로스증후군(Pet loss Syndrome)’을 겪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펫로스증후군’이 6개월 이상 지속될 시 정신과 진료를 받을 것을 조언한다. 자칫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심곡암 주지 원경 스님이 밝힌 ‘반려동물 천도재 정례화 계획’도 이 같은 사회적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현덕사 동식물 천도재에 참여한 아이들이 그린 그림. 사진=담앤북스
현덕사 동식물 천도재에 참여한 아이들이 그린 그림. 사진=담앤북스

동식물을 대상으로 한 천도재를 처음 지낸 곳은 강릉 현덕사(주지 현종 스님)다. 주지 현종 스님은 1999년 현덕사를 창건하고 첫 백중을 준비하던 중 어린 시절 장난을 치다가 빨랫줄에 앉은 새끼 제비를 죽인 것이 마음에 걸려 천도재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후 ‘사람으로 다친 영혼, 사람으로 위로하다’라는 주제의 동식물 천도재로 거듭났다. 불교의 천도재에는 “세상 만물에 불성이 있다”고 설하신 부처님의 ‘일체중생 개유불성’ 가르침을 따라 인간의 탐욕으로 목숨을 잃은 동물과 식물을 위로하고 그들이 육도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이 같은 불교 생명사상은 반려인들을 사찰로 불러 모으고 있다.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천도재를 지내주기 위해서다. 서울 강남 봉은사(주지 원명 스님)의 경우 자신의 반려동물의 천도재를 지내달라는 신도들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성북구 길상사(주지 덕일 스님)는 지난해 백중 5재 당시 ‘반려동물 천도 발원 기도’를 진행했고, 많은 호응을 얻었다.  

출가 전 수의사였던 봉은사 포교국장 공일 스님은 “반려동물 천도재를 지내달라는 신도들의 요구는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사람과 같이 천도재를 지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대중들의 요구들이 있는 만큼 도심 사찰 등에서는 반려동물 천도 전용 법당이나 공간도 고민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반려동물 천도 법당을 조성한 사찰도 있다. 영천 팔공산 천룡정사(주지 지덕 스님)는 지난 2019년 5월 경내에 ‘축생법당’을 조성하고 낙성식을 봉행했다. 천룡정사 주지 지덕 스님은 “동물과 인간은 둘이 아닌 하나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반려동물 천도재를 봉행했는데, 기존 신도들이 거부감을 표하는 사례가 있었다. 그래서 반려동물 전용 천도 법당인 ‘축생법당’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스님에 따르면 천룡정사에서 반려동물 천도재를 올리기 위해 서울, 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사찰을 찾는다. 인천에서 왕복 8시간이 소요됨에도 반려견을 위해 7재를 모두 참석한 견주도 있었다. 지난해만 천룡정사에서는 반려동물 25마리의 천도재를 봉행했고, 최근에는 반려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천도재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1월에만 4마리의 천도재를 올렸다.  

지덕 스님은 “반려인들에게 반려동물은 가족과 같다. 그러다보니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들의 사연을 듣고 함께 염불하며 애도를 표하면 나 역시 울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천도재를 비롯한 여러 ‘펫케어’ 사업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교 포교적 활용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최근 천도재 요구 증가 등은 대중들의 니즈라고 볼 수 있다”면서 “반려동물 천도재 등에 대해 부처님 가르침과 어떻게 연관되는 살피고, 이에 대해 포교적 방안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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