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섭 비서실장·황상무 수석
2월 1일, 조계종 총무원 찾아
“불교계에 결례…용서해달라”

윤석열 대통령이 불교계를 위해 마련한 설 선물을 기독교 상징물이 그려진 상자에 포장해 논란이 된 가운데 대통령실이 불교계에 공식사과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은 2월 1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을 찾아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관섭 비서실장은 “부주의했다.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며 “(불교계를 위해) 좋은 뜻으로 마련한 명절 선물에 이웃 종교 표식을 넣는 결례를 범했다. 용서해달라”고 사과했다.

이 비서실장은 재방 방지도 약속했다. 그는 “아직 발송되지 않은 선물은 바로 수거해 포장을 교체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 이미 받은 분들에게는 따로 죄송한 마음을 전하겠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놀래긴 했지만 대통령실에서 빠르게 해명해줘 다행”이라며 “이전 다른 정부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땐 대응이 부족해 섭섭한 마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스님은 그러면서 “(이번 선물 포장이) 의도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실에서) 성의를 보여줬으니 종도들에게 이해를 구하겠다”며 “다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비서실장은 “(불교계에서) 이해해줘 감사하다”고 답했다.

진우 스님 예방 이후 기자들과 만난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은 “특정 종교를 옹호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미처 사려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겠다. (불교계가) 사과와 조치를 흔쾌히 수용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설 명절을 앞두고 불교계를 비롯한 각계 원로, 제복 영웅, 사회적 배려계층 등 각계 인사들에게 명절선물을 발송했다. 선물은 차례용 백일주, 유자청, 잣, 소고기 육포 등으로 구성됐는데, 불교계를 위해선 특별히 아카시아꿀, 유자청, 잣, 표고채를 준비했다. 그러나 선물을 담은 상자에는 묵주를 들고 있는 여인, 십자가, 교회, 성당 등 기독교를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 논란이 됐다.

대통령실에서는 “한센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극복하고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국립소록도병원 입원 환자들의 미술작품을 소개한 것”이라고 했지만, 기도문 등이 적힌 엽서가 선물상자에 함께 담겨 있어 불교계를 조롱하기 위한 고의적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을 키웠다.

기도문에는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기도로 시작하여 기도로 잠드는 우리 소록도를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아멘”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김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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