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캡쳐.

경북 경주의 석굴암 본존불상을 본떠 만든 일명 ‘부처빵’이 불교계 모욕 논란에 휩싸였다. 부처님 얼굴을 형상화한 빵의 모양도 모양이지만, 포장 가방에 적힌 성경 구절이 비판을 키웠다.

발단은 1월 18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불교를 도발하는 경주 부처빵’이라는 내용의 글이 다수 게재되면서부터다. 부처빵 판매자가 제품의 포장 가방에 ‘ACTS 19:26’이란 문구를 새겼는데, “불교계를 우상숭배 종교로 모욕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해당 문구는 성경의 사도행전 19장 26절을 의미한다. 이 구절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들은 신이 아니라 하니 이는 그대들도 보고 들은 것이라’라는 내용이다.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

주요 일간지는 이같은 논란을 앞다퉈 보도했고, 비판 여론도 들끓었다. “성경구절로 불교를 조롱하고 있다” “타인의 종교를 폄하하다 못해 저주하는 행태다” 등의 댓글이 잇따랐다.

논란이 확산되자 부처빵 판매자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저는 무교지만 부처님을 모욕할 마음은 없었다”며 “앞으로 구절은 삭제하고 판매하겠다”고 해명했다. 판매자는 “빵일 뿐 신이 아니다. 마침 사람이 만든 건 신이 아니라는 성경 구절이 있길래 포인트로 넣어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판매자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태다. 왜일까. 이는 국민 모두가 ‘종교 감수성’에 민감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다종교 사회 속 종교 간 평화 유지와 공존을 위해선 상호 배려가 필수라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미국 및 서구의 다문화·다민족 국가에서 타종교인을 배려해 ‘메리 크리스마스’를 ‘홀리데이’로 대체해 사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부처빵 판매자는 스스로 ‘종교 감수성’이 부족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의도가 어땠던 이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는 불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셈이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종교 감수성’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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