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한 구절 한 구절 읽으며 초발심 다잡길”

조계사 초하루법회 법사 나서
“비우다 보면 삼독심 녹아”
참된 불자라면 여기가 행복

“허공도 무상하고 세월도 무심인데 7만독이 무슨 상관인가. 본래 무일물(無一物)하여 탕탕 무가애(無罣礙)로다. 금강은 무소무지요 반야는 무소불능이로세. 눈 개인 밤 하늘에 달빛이 더욱 밝고 깊어가는 겨울 밤 시냇물 소리 더욱 차갑네.”

1월 11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아주 특별한 초하루 법회가 열렸다. 2001년 금강경 독송 10만독을 발원한 전 동국대 이사장이자 조계종 법계위원장 법산 스님의 금강경 7만독 성만을 기념하며 이를 찬탄하는 법석이 열린 것.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조계사 대웅전과 앞 마당에는 연화장 세계가 펼쳐졌다.

세수로 올해 80세인 법산 스님은 최근 금강경 7만독을 성만했다. 2001년 11월, 부처님 전에 금강경 10만독을 발원한 이래 긴 세월 하루도 빠짐없이 한결같은 정진으로 이룬 성과다. 스님은 매일 오전 3시 30분 일어나 예불을 드린 후 정구업진언과 함께 금강경을 독송해왔다.

법산 스님은 “하루는 한 제자가 하루에 1독씩 10만독 하면 300년 걸린다더라. 금생에 못하면 내생에 린포체가 돼서라도 정진을 마무리하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대학에서 강의하고 회의하다 보니 생각보다 속도가 나지 않았지만 퇴임 후 남원 실상사와 백장암 선방에 갔을 때 집중, 본격적으로 금강경을 독송하기 시작했다. 하루 8시간 정진하고 아침과 저녁 공양을 뒤로한 채 경전을 읽었다. 그렇게 백장암에서 6년간 수행하며 2만 독 이상을 읽었다. 코로나19 이후, 법회가 줄어들고 스님도 외부 활동을 줄이게 되면서 기도 시간이 늘어났고 매일매일 하루에 10~15회 금강경을 꾸준히 독송할 수 있었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기도뿐 아니다. 법산 스님은 동국대 정년퇴직 후 15년이 넘는 지금까지 매월 둘째 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사회복지법인 연화원(이사장 해성 스님)에 방문, 장애인 불자들과 함께 금강경을 읽으며 부처님법을 전한다. 시각장애인들 불자들을 위한 <점자 금강경>을 보시하기도 했다. 

이날 조계사 초하루 법회 법사로 법석에 오른 법산 스님은 ‘불취어상 여여부동(不取於相 如如不動)’을 언급하며 “어떤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여실히 동함이 없어야 한다. 초심을 잊지 않고 그 마음 그 정신으로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강경>에 대해 “간결하고 마음을 비우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한 스님은 “비우고 비우다 보면 은산철벽이 깨지는 것처럼 삼독심이 녹아내려지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산 스님은 자작시 ‘바로 여기’를 읊으며 수행정진하는 불자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행복은 지금 여기 기쁨도 바로 지금 / 석굴암 불상을 떠올리는 순간 천년의 미소를 짓고 염화미소를 떠올리는 찰나 영산회상의 법향에 젖어든다 / 연꽃을 연상하면 한마음 향기에 잠기며 매화를 그려보면 짜릿한 봄빛에 감싸인다 / 행복은 바로 지금 시공을 넘어 마음 그릇에 담긴 여기에서 피어나느니.”

법산 스님은 “참된 불자가 될 수 있다면 바로 여기가 행복의 순간이다. 여러분 가는 곳곳마다 바로 여기에서 행복한 삶이 함께하길 간절히 마음으로 기리겠다”며 이날 법문을 마무리했다.

한편 법산 스님은 금강경 7만독 회향 공덕을 연화원 가족들과 인도에서 나눈다. 법산 스님은 청각·시각장애인 10여 명과 함께 1월 20~28일 9일간 부처님 성지를 순례한다. 부처님께서 24안거를 보내며 금강경을 설법한 기원정사에서 <점자 금강경>을 활용해 기념 독성 법회도 봉행할 예정이다.

임은호 기자 imeunho@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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