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2월 8일은 부처님이 깨달은 날을 기념하는 성도절이다. 올해 성도절은 양력 1월 18일이다. 예부터 전국 사찰에서는 일주일 전부터 신도들이 철야기도를 하고 참선하며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진리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명절답게 공연을 펼치고 부처님 제자인 수행자를 공양하며 함께 축하했다. 분위기가 차분해진 것은 코로나19 이후다. 함께 모여 법회를 보고 기도를 하던 행사가 전면 중지되면서 대소를 막론하고 모든 행사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올해부터 전국 사찰에서 철야기도와 다채로운 행사를 연다고 하지만 예년 같지 않은 분위기다. 정신없이 바쁜 신년 초이기도 하고 노령의 불자들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철야를 버거워하는 분위기도 있어 자연스럽게 축소하게 됐다는 게 사찰 측의 설명이다. 또 현장 법회가 재개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코로나19 3년 동안 앱과 온라인 법회에 익숙해지며 현장 참여율을 예전으로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그 이유다.

임은호 기자
임은호 기자

그렇다 해도 성도절의 의미를 새기고 실천하려는 의지마저 약해져서는 안 된다. 불교 가르침에 비춰보면 성도는 우리가 인간의 몸으로 태어난 것보다 더 중요하다. 탄생은 완벽한 인간을 구현하는 시작이지, 그 자체로 완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래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진리를 체득·체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것을 안내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 가르침이다. 삼보(三寶)는 부처님 성도를 통해 이뤄졌고 진리를 찾는 순례가 시작됐으니 이를 명절로 삼아 기리고 실천하는 것은 불자로서 당연한 도리다.

이번 성도절에는 인간이 스스로의 주인임을 실제 보여준 부처님 성도가 갖는 의미를 되새겨보고 인간이 인간으로서 첫발을 딛는 거룩하고 역사적 순간을 찬탄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부처님께서 인류에게 전한 가르침을 떠올리며 함께 발심과 화합의 장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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