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을 이겨야 행복 얻는다

수행, 묵은 습관 변화시키는 과정
뼈를 깎는 인내가 있어야 가능해
영산홍이 빨갛게 피어나기 위해선
겨울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한다

 

뼛속까지 사무친 뒤라야

번뇌를 끊는 수행 예삿일 아니니 (塵勞逈脫事非常)
소코뚜레를 고삐로 매어 길들이듯 하라 (緊把繩頭做一場)
한 번은 눈서리 찬 기운이 뼛속까지 사무친 뒤라야(不是一番寒徹骨)
코를 찌르는 매화 향기 맡을 수 있으리 (爭得梅花撲鼻香)
출전: 고문집(古文集)

‘깨달음의 노래’는 구도자의 오도송(悟道頌)을 뜻한다. 깨달음의 세계를 읊은 선시(禪詩)를 문자 사리(舍利) 또는 문자반야(般若, 지혜)라고도 한다. 선시란 깨달음을 주제로 읊은 불교시도 넓게 포함해서 말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오직 깨달음을 일차적 수행 목표로 삼는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을 종지로 삼는 선종(禪宗)의 시가를 말한다.

선시는 시와 선의 만남이다. 중국에서 선종이 성립되어 발전하면서 선사들이 본격적으로 시의 형식을 빌려서 자신이 경험한 깨달음의 경지를 게송(偈頌), 한시로 표현했다. 당나라 때는 재가불자인 시불(詩佛) 왕유(王維), 백낙천, 한산(寒山), 송나라 소동파는 선취(禪趣)가 절정에 이르러서 선시의 시론과 풍격이 일반 시에 영향을 주게 됐다.  

우리나라도 고려 무신정권 때 조계 선종이 성립되면서 〈선문염송〉을 지은 혜심(慧諶)의 〈무의자시집〉(우리나라 최초의 선시집) 이후 나옹, 휴정, 초의 등 선시승(禪詩僧)이 출현했다. 그리고 한용운의 〈님의 침묵〉(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불교시집) 이후 서정주, 조지훈, 조오현, 고은, 천양희, 오세영 등 기라성 같은 시걸이 나와 시단을 이끌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시단의 추세는 선시의 열풍이 지배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과 우리나라 시인들의 한시와 현대시 중에서 명품 선시만을 뽑아서 소개하기로 하겠다.

‘뼛속까지 사무친 뒤라야’의 칠언절구는 황벽(黃蘗)선사의 오도송이다. 인구(人口)에 회자(膾炙)하는 유명한 선시이다. 불교 수행의 목적은 번뇌 망상을 없애서 마음의 평안을 얻는 안심입명(安心立命)이고 이고득락(離苦得樂)이다. 

확암 선사의 〈십우도〉에 잃어버린 소를 찾은 후 네 번째 ‘득우(得牛)’ 단계에서  난폭한 소에게 고삐를 매어 자기 쪽으로 힘껏 끌어당겨 소를 길들이는 수행의 방법이 있는데, 황벽선사는 시의 도입부인 1구와 2구에서 이를 인용하여 번뇌를 없애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선어록에 나오는 선문답이나 공안 화두를 인용하여 쓰는 형식의 선시를 송고시(頌古詩)라고 한다.

수행은 자신의 고정관념과 오래 묵은 습관을 변화시키는 환골탈태의 고행이다. 한 번은 죽었다가 새로 살아나는 뼈를 깎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시인은 3구와 4구에서 “한 번은 눈서리 찬 기운이 뼛속까지 사무친 뒤라야 코를 찌르는 매화 향기 맡을 수 있으리”라고 읊었다. 절창이다.

영산홍이 봄에 곱고 빨갛게 피어나기 위해서는 겨울에 차가운 바람과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한다. 우리의 인생도 시련이 부딪칠 때 온 몸으로 싸워서 극복해야만 행복의 과실을 얻을 수 있다. 
 

구도자의 피나는 수행 과정을 고고한 품격과 지조를 지닌 매화에 비유했다. 깨달음을 매화 향기로 상징해 갈무리하면서 독자에게 투철한 수행과 깨달음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는 전쟁 중이고 우리나라도 정치와 경제가 위기다. 우리 교단도 사부대중이 화합과 인욕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할 때이다. 갑진년 용의 새해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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