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이든 구정이든 어떻게 설 쇨까
사찰의 설 쇠기 문화는 ‘통알 의식’
의식서 절의 대상 삼보, 신중, 영령
불자라면 근신·조신하게 설 쇠야

역법이나 문화의 차이로 나라나 지역마다 한 해 첫날이 다르다. 우리는 전통의 음력 정월 초하루를 설 명절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불과 30년 전에만 해도 설을 쇠는 문제로 시끄러웠다. 양력설을 쇠는 집, 음력설을 쇠는 집, 두 설을 다 쇠는 집이 있었다. 이것은 이중과세이고 낭비라고 해서 국가에서 단속도 하곤 한 것 같다. 

양력설을 쇠든 음력설을 쇠든, 불자라면 어떻게 설을 쇠는 것이 좋을까. 먼저 사찰의 설 쇠기 문화를 알아보자. 사찰의 설 쇠기 문화에 전통의 통알(通謁)이 있다. “통알은 새해에 연이어 올리는 전통의 세배 의식이다. 세배는 새해 첫날 첫인사인데 대중에서 예불을 마치고, 통알을 하는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것은 세배의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통알의 기원은 천자 나라에서 정초에 대신과 각국의 사신들이 천자를 알현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그때 고위 승직의 스님들도 참여하였다고 한다. 그것이 불교의 여러 불보살께 연이어 통으로 인사드리고 대중도 세배를 올리는 형식으로 정착됐다. 

통알은 대체로 이렇게 진행된다. 인도스님이 “통알 아뢰오”하며 이를 받는 대표스님이 “복청대중 일대교주 석가세존 전에 세알삼배(대중이여, 일대교주 석가세존 전에 새해에 삼배로 알현하시기를 바랍니다)”하며 절을 올린다. ‘삼배로 알현하라’고 하면서도 의례 책자나 실제를 보면 주로 1배를 한다. 통알 의식에서 절을 받는 분들은 누구일까.

‘첫째 일대교주 석가모니, 둘째 시방삼세 일체불보, 셋째 교리행과 일체법보, 넷째 대소선교 일체승보, 다섯째 천선지기 명부시왕, 여섯째 금강명왕 주집신기, 일곱째 용왕산신 토지제위, 여덟째 사사시주 백무단월, 아홉째 존망사진 원근친척, 열째 십류삼도 일체고혼, 열한째 동주도반 합원대중’ 전에 세알삼배를 올린다. 삼보님과 호법의 신중, 일체 혼령이다. 이것은 불교의 세계관과 관련이 있다.

궁전의 통알은 황제나 임금에게 영의정부터 아랫사람까지 통으로 죽 이어서 알현하는 것이라고 보이지만 불가의 통알은 석가세존부터 일체 고혼에게까지 세알 삼배를 하고 마지막으로 대중들에게 서로 맞절하는 형식이다. 사실 이것은 통알보다 통례(通禮)의 형식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재가의 불자들도 설날이 되면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거나 상호 간에 인사를 나눈다. 조상님께 올리는 설날의 제사를 ‘차례’라고 하는데, 이 차례를 ‘차를 올리는’ 다례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명절의 차례를 ‘다례(茶禮)’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차례는 통알에서 볼 수 있듯이 윗대 조상부터 낮은 조상으로 순차적으로 내려오면서, 차나 제수를 차례(次第의 음운변화)대로 올리는 것이므로 순서라는 차례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재가불자들이 설 쇨 때는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이어야 할까. 조상과 어른께 차례대로 세배를 올릴 때 ‘부처님 모시듯이 조심하며 정성을 다해’ 조상님과 윗사람들께 절을 올려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근신하고 조심하며 설을 쇠고 보내며 한 해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불자의 바람직한 설 쇠기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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