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현 지음/담앤북스/1만7000원

치유 관점에서 바라본 인과 법칙
심리적 불안 낮추는 데 도움 돼

“이게 다 네 업(業)이야.”

불교에서 ‘업’은 교리적으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삶에 따른 인과를 비롯해 세상 모든 만물이 서로 작용을 주고받으며 생멸한다는 연기(緣起)를 설명하는 방편이 되기 때문이다. 산스크리트어로는 ‘카르마(karma)’라고 불리는 업. 다만 한국에서 업은 ‘업장’ 또는 ‘업보’라는 말과 함께 부정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잘 됐을 때보다는 좋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때 주로 사용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과학이 발달하며 이제는 양자역학에서도 불교의 ‘연기’와 ‘공(空)’ 사상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26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지금의 과학자보다도 앞선 진리를 설하신 것 자체가 경이로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 ‘업’이라는 개념을 상담심리학에서는 얼마나 쓸까? 아마도 조금은 생소한 개념일 것이다. <카르마 상담소>의 저자 이충현 소장은 ‘업’을 삶의 인과를 설명하는 진리의 개념으로 규정한다. 치유의 관점에서 바라본 ‘카르마 인과 법칙’이다.

고대 인도에서 기원한 카르마라는 개념은 본래 ‘행위’를 뜻한다. 내가 행한 바대로 그에 따른 과보를 나 자신이 어떻게든 받는다는 인과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인과는 단지 이번 한 생에 한정되지 않고 다른 생과도 연결된다고 전해진다. 카르마가 늘 윤회의 관념과 함께 이야기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번 생만이 아닌 과거와 미래의 생들에도 카르마의 인과가 엮여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개념으로 현재 삶의 고통을 다룰 수 있을까.

저자는 카르마 인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전생도 내생도 아닌 현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번 생은 과거 생의 카르마에 의해 야기됐고, 이번 생의 카르마는 다음 생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삶에 고통을 주는 많은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삶을 돌아보며 인과를 잘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책은 이 시대에 왜 카르마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결과중심적인 세상이 계속되면서 현대인은 삶을 인과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됐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만큼 자기 통제력은 빈약해지고 그 대가로 정신이 불안해져 고통스럽다는 말이다.

카르마의 본질 가운데 하나는 ‘의지’다. 의지에 따른 행위와 그렇지 않은 행위의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도 의도적으로 지은 카르마는 반드시 그에 해당하는 결과를 받는다고 하면서도 의도적이지 않은 카르마에는 다른 입장을 취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고의적 카르마가 언젠가 결과를 가져올 것임을 신뢰하면 내적으로 인과의 불확실성을 감소시킬 수 있게 된다고 조언한다. 결과를 걱정하는 데 쓰이는 심적 에너지를 비축하고, 이 여유분을 통제 가능한 영역에 돌려 사용할 수 있어서다.

이처럼 저자는 카르마의 인과 법칙에 따른 카르마 상담의 원리 7가지를 설명하고, 통찰과 치유로 이끈 카르마 상담 사례를 소개한다. △버림받음이 두려운 50대 수현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20대 정화 △대인기피를 겪는 30대 주은 △다른 별에서 온 영혼의 소유자라는 40대 은정 △아버지를 원망하는 취준생 20대 진우 △남편과 심각한 갈등을 빚은 40대 선미 △자신을 깨달은 존재라 여기는 50대 기태가 대상이다.

불안과 분열의 시대, 심리적 위기가 거듭되는 이때 삶의 인과 진리를 알아보고 고통을 덜어내는 길로 나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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