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면한 세상에 상대적 차별감은 커져
시기와 질투가 극단적인 현상으로 표출
희망을 만드는 말과 마음으로 살아가자

그림=최주현
그림=최주현

하루의 시작이 어떠하면 좋을까! 어떤 몸짓과 말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좋은 것일까! 매일매일 아침을 맞이하고 잠에서 깨어난다. 일상의 아침은 때로 나른하지만 평온하고, 여행지에서의 아침은 약간의 피로와 새로운 설렘으로 시작된다.

늘 가슴에 품고 있는 생각이 ‘여행’이다. 어디든 떠나고 새로움으로 날을 시작하는 것이 즐겁고 기쁘다. ‘한 나무 아래서 사흘 이상 머물지 말라’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은 정말 수행자들의 지침이 되는 말이다. 사람들이 물어볼 때 모토(motto)라고 하는 말이 ‘호기심과 도전’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깨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늘 가슴속에 호기심과 도전의 생각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깨달음과 수행은 출가자에게 호기심과 도전의 대상이다. 깨달음과 수행의 의지가 가슴에 남아있지 않다면 수행자로서의 생명은 이미 끝난 것이다. 세속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에 대한 사랑과 미래에 대한 믿음 그리고 가족과 직장 및 세상에 대한 사랑과 희망이 없다면 그 인생에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과 말이 그날의 자신을 이끌고 만들어간다. 바라보는 방향으로 가는 것과 같이 마음과 말이 그날의 방향과 운세를 이끄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이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가지고 말을 하도록 노력하고 길을 들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이나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고 살아간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타인이나 환경의 영향을 스스로 녹여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이 자기중심을 잃어버리고 타인과 세상의 영향에 휘둘리게 되면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게 된다.

세상이 점점 좋아지고 발전한다고 가졌던 생각은 이제 버렸다. 1980~90년대까지는 세상이 그런대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세상에 대한 그런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오랜 세월 쉼 없는 노력으로 얻어낸 민주주의는 충분히 발전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독재자들과 극단주의자들이 각국의 지도자로 떠오르며 세상은 점점 경직되어가고 있다.

2년간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이제 만성화되어 뉴스조차 다루지 않고 있으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뉴스의 전면을 장식하고 있다. 미국의 총기난사 사건은 꼬리를 물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테러와 폭력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끝을 보이며 자유로워진 세계여행도 테러나 폭력, 범죄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살펴야 하는 시절이 되었다.

물질적 풍요와 민주주의의 발달로 사람들의 삶이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세상은 더 평화롭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것 같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현대 한국인의 물질적 풍요는 조선시대 임금님의 10배가 넘는다고 한다. 현대 기술문명의 발전은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 바로 ‘상대적 차별감’이다. 흔히 ‘상대적 빈곤감’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하는 것은 절대적인 빈곤의 기준선을 넘어선 사회에서 더욱 심화되어 가는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삶에 있어서 절대적 빈곤이나 부족은 면했지만 나보다 나은 것으로 보이는 타인을 바라보며 빈곤감과 박탈감을 가지는 것이다. 인간의 성품이 이런 것인가? 부처님께서 일찍이 설파하셨던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제일 부자’라는 말에 대비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상대적 차별감이 세상을 점점 더 나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으로 보인다. 분규와 전쟁을 일으키는 국가 지도자들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극단적인 좌파나 우파들이 선거에서 이기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옛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상대적 차별감이 이웃과 타인에 대한 시기와 질투의 마음이 현대에는 극단적인 현상으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보인다. 

불교는 일체의 중생이 모두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모든 사람과 생명이 부처님의 성품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모두가 동등하다는 평등과 무차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마다 생김이 다르고, 성품이 다르며, 취향도 능력도 다르다. 이게 세상이다. 다르고 다양하기 때문에 아름답고 재미있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모두가 똑같다면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들과 다를 것이 없지 않겠는가. 너무도 당연하게 다름과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상대적 빈곤감이나 박탈감을 스스로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따라하지 못하는 어떤 재능이 있을 것이다.

세상은 각양각색(各樣各色)이다. 모든 존재가 각각 모양과 색깔이 다른 것이다. 쌍둥이조차도 비슷하지만 같지 않다. 다양하고 다름이 많은 세상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각각 자신의 철학과 인생관이 필요한 것이다.

산사에서는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말을 하지 않고 묵언(默言)한다. 묵언은 수행자의 일상이고 근본바탕이다. 매일 처음 입에서 나오는 음성은 불보살님을 찬탄하고 진리를 외는 염불소리이다. 수행자의 그날그날과 일생의 방향을 정립하고 확인하는 시간인 것이다. 삶에서 가장 많은 번뇌가 생기는 것이 말이다. 말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근심을 제거하기도 하지만 자신과 타인의 근심과 걱정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죽음보다도 심한 고통과 절망을 주기도 한다.

부처님께서는 <열반경>에 ‘세상은 쉼 없이 변한다. 게으르지 말고 노력하라’고 하셨다. 나의 마음과 신체도 쉼 없이 변하고 세상도 쉼 없이 변한다. 그 변화를 희망으로 만드는 것도 절망으로 만드는 것도 다 내 마음과 내가 하는 일이다. 서로 다른 각각의 나와 나가 모여서 사회가 되고 나라가 되며 세계가 된다. 세상의 흐름 속에서 희망으로 향하는 나를 굳게 잘 지키면 절망은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