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잃지 않고 사부대중과 정진

대한민국 수도 심장부의 보신각 종소리가 삼십삼천(三十三天)을 열고 하늘세계마다 새로운 해가 떠오르면서 만천하와 만중생에게 새로운 기운을 비추니 만물도 기쁨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그 사이로 푸른 용이 나르샤 국토와 백성을 보호하고 아울러 호법(護法)의 신장(神將)이 되길 자청하며 또 뜻을 세운 모든 이들로 하여금 용문(龍門)에 오르게 합니다. 갑진년(甲辰年)에도 몸과 마음이 평안하시고 뜻한 바를 이루는 푸른 용의 해가 되길 지극한 마음으로 축원 드립니다.

허나 환희로운 하늘 세계와는 달리 발 디딘 대지에서 만나야 하는 우리들의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습니다. 중동과 동유럽 지역은 전쟁의 화마가 가득하고 또 기후위기와 환경파괴로 인하여 바다와 땅 그리고 공중에서 살고 있는 모든 유정물(有情物)이 고통(苦痛)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작은 이익과 편리함을 위하여 대의(大義)는 가차 없이 버려지며, 경제의 저성장 속에서 저출산 고령화가 대세가 되어 사회구조의 근간마저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복잡다단한 세간사(世間事)로 인하여 갈등과 번뇌가 쌓이고 겹쳐지면서 국민전체의 정신건강까지 심대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는 국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그리고 사회단체는 사회단체대로 종교단체는 종교단체대로 또 개인은 개인대로 각자의 역할을 요구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한불교조계종은 제(諸)문제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고자 기존 조직의 전면적 개편을 통하여 종단에 부여된 사명완수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특히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과 청년세대의 번뇌 해결을 위하여 마음수행법을 대대적으로 보급하면서 동시에 불교적인 대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자 합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전체의 마음평화를 위하여 선(禪)명상법의 대중화에 필요한 갖가지 종책(宗策)들을 마련하고 세계 선명상 대회와 대한민국 불교도 대법회 봉행을 통해 널리 전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하여 교단의 모든 구성원들은 초심을 잃지 않고 사부대중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정진해 나가겠습니다. ‘신뢰받는 불교, 존중받는 불교, 함께 하는 불교’가 되기 위하여 시대변화에 따른 사회와 국민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또 기대에 부응하는 갑진년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신세격신고(新歲擊新鼓)하고 보시신법우(普施新法雨)하니 만물진종신(萬物盡從新)이요 일일취규구(一一就規矩)로다.

새해에 새로 만든 북을 두드리며 널리 새로운 법의 비를 베푸니 만물이 그것을 따라 새로워지고 하나하나가 법도를 따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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