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계묘년(癸卯年)의 끝 12월이다. 시간의 빠름과 세월의 흐름이 바람 같다고나 할까? 아님 구름 같다고나 할까? 올 한 해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며 “수처작주 입처개진”이라는 글로 지나간 시간과 지금의 시간 그리고 다가올 시간들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고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는 우리 마음의 진정한 주인 이었을까?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 내 인생을 내가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수처작주 입처개진”,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고 지금 있는 그곳이 진리의 자리라는 뜻이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주인이 된다는 것.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수처(隨處)란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주체적으로 살라는 뜻일 것이다. 주인공으로 살아가면 그 자체가 행복한 세상일 것이다. 우리는 늘 변화의 흐름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 변화하는 인생의 흐름 속에 분명한 것은 나는 나에게서 달아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고통을 받고, 즐거움을 받는 주인은 바로 ‘나’이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 내는 주인도 역시 ‘나’이다.

그러므로 ‘나’야말로 가장 자랑스러운 존재다. 부처님께서도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랑하라고 하셨다. 우리는 어떤 일에서도 주인공답게 초연하며, 온화하며, 활기차게, 마음을 맑게, 담담하며 침착하게 마음의 진정한 주인이 될 때 아름다운 행복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계묘년(癸卯年) 한 해를 마무리 하며 지금까지 ‘나’라는 존재를 잊고 살았다면 지금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에게는 ‘나’라는 주인공이 당당해 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처님 제자로서의 당당함도 불법을 전하는 진정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나무 석가모니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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