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명상, 넘어야 할 산 많다

효과 검증·디지털 기술 접목에
2024년 역시 명상산업 전망 밝아
한국의 전 세계시장 공략은 미비
정부 차원 지원·보급 선결과제

지난해 12월에 쓴 연재 제목은 ‘AI 시대의 명상’이었다. 당시 원고에서 세상의 기술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더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명상의 국가경쟁력은 기술과 접목해야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명상 콘텐츠 측면에서 최대 강국이기 때문에 기술만 접목하면 전 세계 K-Meditation을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2023년 12월 명상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 대비 산업적 측면에서 명상 경쟁력이 더 약화된 듯하다. 특히 챗GPT로 촉발된 AI 솔루션의 일반화는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명상 영역에서도 큰 변화와 혁신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명상 산업의 글로벌 트렌드를 살펴보고 우리나라가 나가야할 방향성을 독자들과 같이 고민해보고자 한다.

2022년 글로벌 조사기관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이 직면한 가장 큰 건강문제로 1위는 코로나19 47%, 2위는 멘탈 헬스 36%, 3위는 암 34%, 4위 스트레스 25%가 꼽혔다. 중복응답이기는 하지만 코로나19 변수를 제외하면 멘탈헬스와 스트레스가 61%로 마음의 문제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오랫동안 떠안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2027년까지 100만 명 정신상담 지원으로 자살률 50% 감축을 목표로 한 ‘정신건강 정책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다룰 때 과학기반의 마음챙김 명상을 의미 있게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마음챙김 명상은 제도권에 공식적으로 도입된 상황이 아니다. 당연히 명상서비스를 통한 의료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2024년에도 명상산업 전망은 매우 밝다. 글로벌 명상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요인들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 세계적으로 스트레스와 불안 관리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빠른 생활 속도와 높은 스트레스를 특징으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인 압박감과 불안을 경험하며, 이는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명상은 효과적인 스트레스 관리 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둘째, 명상의 효과가 과학적 연구로 검증되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명상과 관련된 과학적 연구가 급증했다. 특히 마음챙김과 관련한 논문은 한 해 약 3000편정도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명상이 뇌 구조와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마음챙김 명상의 대표적인 과학적 효과는 화와 분노 조절, 우울증 대처, 걱정과 불안 감소, ‘No’라고 말할 수 있는 힘, 체중감소, 일상의 스트레스 감소, 편안하고 빠른 수면, 집중력 증가, 경청태도 개선, 즐거운 성생활, 혈압 조절, 단호함 증가, 깊이 있는 영적 삶, 끈질긴 목표 추구, 더 바람직한 리더 등 다양하다. 과학적 기반이 명상을 더 신뢰할 수 있는 건강관리 방법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셋째, 디지털 기술의 혁신이다. 스마트폰 앱, 온라인 플랫폼, AI, VR 등의 기술 발전은 명상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유형의 명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또한 사용자의 개인적인 필요와 수준에 맞춰 맞춤형 명상 경험도 제공한다. 명상앱이 출시되면 전 세계 국가에서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 필자가 서비스 하고 있는 하루명상앱도 현재 175개국에 출시되었다.

넷째, 웰니스와 자기 관리에 대한 관심 증가다.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명상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며, 이 과정에서 명상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명상은 마음과 몸의 연결을 강화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기업과 조직에서의 명상 프로그램 도입 확산이다. 많은 기업과 조직이 직원의 복지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직원들의 집중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키며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인텔, 삼성 등이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명상산업에서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고 또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명확한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 경제 규모, 명상 전통 그리고 디지털 기반 등과 비교했을 때 명상산업의 경쟁력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고,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미미해 보인다. 지난 55년 동안 마음챙김 연구를 국가별로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분석한 한 연구에서 우리나라는 최근 5년 동안 1~2% 수준으로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미국과 영국이 10% 이상을 기여했고, 캐나다, 호주, 독일 그리고 중국이 5~10%다. 중국보다 기여도가 낮다는 점이 안타깝고 답답하기도 하다. 그만큼 명상관련 과학적 연구가 많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대니얼 골먼과 리처드 데이비슨이 쓴 〈명상하는 뇌〉라는 책에서 구분한 명상 수준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현실을 조금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저자들은 명상 수준을 5개로 구분했다. 제1수준은 종교에 기반한 순수한 형태의 명상 수행법으로 달라이 라마, 숭산 스님, 고엔카, 마티유 리카드 등과 같은 분들이 이에 해당한다. 제1수준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선불교는 물론 초기불교를 중심으로 한 수행자가 많고 깊이 있는 수행 전통이 있다.

제2수준은 잭 콘필드, 래리 로잰버그, 조셉 골드스타인, 새론 샐즈버그 등과 같이 동양의 불교 전통을 서구인들의 언어, 문화, 정서 등에 맞게 각색한 형태로 보급하는 단계다. 제2수준에서도 불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제2수준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오래전부터 재가 수행자들이 많았고 지금도 그렇다. 출가는 하지 않았지만 명상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아 법을 전하는 전문수행자들이 많고 경쟁력도 높다.

제3수준은 MBSR(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 MSC(마음챙김-자기연민 프로그램), MBCT(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와 같이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심리치료 형태로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확산하는 단계다. 제3수준에서 우리나라는 글로벌 수준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3수준은 종교색을 벗어버리고 과학적 검증을 거친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하는 단계다. 우리나라는 오랜 명상전통을 가지고는 있지만 종교를 넘어 일반화된 프로그램으로 글로벌화 한 사례는 명상과학연구소 소장 미산 스님이 개발한 HST(하트스마일명상)이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서구와 비교하여 가장 뒤떨어진 영역이다.

제4수준은 엄격한 과학적 검증은 거치지 않았지만 명상앱, 기업명상, 학교명상 등으로 널리 확산되는 단계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이나 학교에서 명상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추세이나 아직은 사회 전반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단계는 아니다. 제4수준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3수준에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프로그램이 많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된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때문에 해외에서 수입된 프로그램들이 도입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5수준은 아직 미완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과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얻는 성과를 바탕으로 혁신과 변형이 이루어진 형태로 AI 명상앱 등을 들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AI와 명상은 별로 관계가 없는 듯 보였지만 챗GPT가 고도화되면서 조만간 AI 명상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제1수준과 제2수준에서 경쟁력이 높은 반변 제3수준에선 매우 낮고 제4수준에서는 이제 막 활성화되려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아마 5~10년 내 우리나라는 명상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아직 미완의 단계인 제5수준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명상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사항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최우선적인 과제는 정부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명상 및 마음챙김 관련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 및 개발 자금 지원, 규제 완화, 그리고 교육 및 인식 제고 프로그램을 포함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명상 프로그램을 공공 보건 시스템과 학교 교육 과정에 통합하여 국민의 정신 건강과 웰빙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디지털 기술과의 접목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IT 및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명상 산업에 통합하여 사용자에게 맞춤형 명상 경험을 제공하는 혁신적인 명상 앱과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 AI, VR, AR과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을 통한 사용자 경험을 통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국제 협력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탐색해야 한다. 국제적인 연구, 명상 이벤트, 컨퍼런스 참가, 그리고 해외 명상 산업과의 파트너십 형상 등의 활동이 포함할 수 있다. K-Culture와 연계한 K-Meditation 전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명상관련 교육 콘텐츠 및 전문가가 양성되어야 한다. 대학과 전문 교육 기관에서 명상 및 마음챙김 관련 과정을 개설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다각적 접근을 통해 대한민국이 명상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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