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망상의 원인

〈원문〉
부처님이 아난에게 고하셨다.

“알차고 진실하고 미묘하고 밝은 본래의 깨달음(本覺)은 원만하고 청정하여 죽고 태어나는 생사나 티끌의 때(塵垢)나 나아가 허공 따위를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지만 모두 망상으로 인하여 생겨난 것들이니라. 이는 원래 본래의 깨달음이 허망하게 기세간(器世間)을 발생하게 한 것이니 연야달다가 거울 속의 머리를 오인하여 광기(狂氣)가 발동한 것과 같아서 망(妄)은 원래 원인이 없거늘 망상 속에서 인연이라 하고 자연이라 하거니 저 허공의 성품도 실로 환(幻)으로 생긴 것이므로 인연이다 자연이다 하는 것은 망심(妄心)으로 계탁(計度)하는 것일 뿐이니라.

아난아, 망(妄)이 일어난 곳을 알면 망의 인연을 말할 수 있지만 망은 원래 없는 것이라 망의 인연을 말한다 해도 원래 있는 것이 아니니 어찌 하물며 자연이라 추측하겠는가. 이렇기 때문에 여래가 너희에게 오음의 근본 원인이 다 같이 망상(妄想)이라 하느니라. 너의 몸도 애초에 부모의 망상으로 인하여 태어났으니 너의 마음이 망상이 아니었으면 망상 속으로 와서 목숨을 전하지 못했으리라”

〈강해〉
오음이 다하는 과정을 차례로 설명하고 난 부처님이 아난에게 오음의 근본 원인이 망상(妄想)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본래 깨달음(本覺)은 원만하고 청정하여 생사도 없고 외부 경계에서 묻혀오는 때(塵垢)도 없으며 모든 존재의 아웃라인(out-line)이라 할 수 있는 허공마저도 없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아무것도 없는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의 상태에서 망상이 일어나 현상의 경계가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삼라만상 두두물물(頭頭物物)의 차별 경계가 망상경계(妄想境界)라는 말이다. 망상이란 원래 허망한 생각이라는 말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상정하고 집착하는 의식작용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 망상적 존재라는 것이다. 이 망상은 전도된 생각이다. 이 망상을 여읜 것이 무분별지(無分別智)이고 반야(般若)라 한다.

그런데 이 망상이 일어나도 일어난 원인이 없다는 것이 중요한 말이다. 4권에 설해졌던 연야달다의 비유를 또 설했다. 실라벌성에 살던 연야달다가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도깨비로 보고 광기(狂氣)가 발동해 미쳐서 거리로 뛰쳐나간 이야기가 있었는데 연야달다의 광기가 까닭 없이 일어난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망상의 원인이 없다고 했다. 이 원인이 없는 망상을 가지고 그릇된 주장을 내세우는 것이 중생이다. 인연도 아니고 자연도 아니라는 말은 〈능엄경〉 초반부에 여러 차례 나왔다. 모두 외도의 사견을 배척하는 말로 여래장묘진여성은 인연, 자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연(因緣)도 망상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이다. 원인이 없으면 인연이 아니고 자연도 아니라는 것. 인연이라는 것은 시간과 공간이 때를 맞추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자연이라는 것은 인연이 아니면서 어떤 상황이 저절로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부모에게서 몸 받아 태어나는 것도 망상 때문이라 하여 목숨이 망상과 연계되었다는 말도 묘한 말이다. 인연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모든 법을 유위법이라 하며, 이 유위법은 모두 생멸현상이다. 중생의 목숨도 생멸현상이므로 망상으로 인해 목숨이 전해진다고 하였다. ‘망상이 아니면 목숨이 전해지지 못했으리라’고 한 말은 중생의 생사가 망상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연기설에 있어서 최초의 생멸이 일어나는 출발을 아뢰야식에 두고 말하는 것이 아뢰야연기설(阿賴耶緣起說)이다. 이 연기설 다음에 나온 것이 진여연기설(眞如緣起說)이다. 연기의 시작이 진여에 의해서라는 것이다. 이는 생멸이 일어나지 않은 불생멸을 연기의 주체로 본 것이다. 불생멸과 생멸을 두고 불생멸이 생멸로 전환되는 것이 물이 있어서 파도가 일어난다는 논리다. 그러나 파도가 일어나기 이전의 물은 생멸이 아니다. 연기된 상황은 파도가 일어난 상태이지만 고요한 물에서 일어났으므로 물이 없으면 파도가 일어날 수 없다는 논리로 진여에서 연기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진여연기설이다. 진여연기설을 여래장연기설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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