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한국화의 정체성…채색문화의 위상 재정립

채색 전통의 단절이 한국 미술계의 현실이라 진단되고 있는 가운데 불교 화승이 한국 채색화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민화의 위상을 재고하고 ‘한국화’로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축총림 통도사(주지 현덕)는 12월 2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한국화의 정체성-채색문화의 위상 재정립’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기조발제를 한 윤범모 동국대 명예석좌교수는 “미술대학에서 채색화 전공은 소멸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미술대학에서 정통 채색화를 지도할 교수도 없고 또 배우고자 하는 학생도 없을 것이다. 채색 전통의 단절은 가슴 아프게 하는 미술계의 현실”이라 진단했다. 이어 윤 교수는 “민화의 작가는 화원계열과 민간 화가로 구분해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비중있게 봐야 할 화가 집단이 바로 사찰의 화승(畵僧)집단이다. 사찰은 채색 전통의 단절 없이 계속 전통을 이어왔고 소묘력 등 작가적 기본 소양을 갖춰 다루었다”고 설명했다. 또 윤 교수는 “조선말기 사찰의 경제는 피폐함의 절정으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했고 자연스럽게 화승들은 마을로 내려가 오늘날 민화로 불리는 그림을 그려 일용품을 해결했다. 사찰에서 볼 수 있는 불교와 무관한 사찰 벽화 내용은 민화의 직접적인 원류의 하나로 재평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민화’의 위상을 재조명하며 명칭에 대한 재고도 언급됐다. 윤 교수는 “민화라는 용어의 폐기를 본격적으로 실행해야 하고 한국 회화사의 주류가 채색화라면 한국화라 불려야 할 것”이라 말했다.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는 “민화가 한국화로 불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민화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특성이 담긴 그림인데도 불구하고 한국화로 부르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학술대회는 윤범모 동국대 명예석좌교수가 ‘한국 채색화의 현주소와 주체의식’이라는 주제로 기조발표했으며 이어 정병모 한국민화학교 교장이 ‘민화의 한국적 정체성’, 윤진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수석연구원이 ‘민화의 개념, 명칭, 장르의 문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정종미 전 고려대 교수가 ‘재료기법을 통해 본 한국화의 정체성’, 손영옥 국민일보 기자가 ‘채색화와 미술시장 – 채색화는 시장에서 홀대 받았는가?’ 베티나 조른 오스트리아 빈미술관 큐레이터가 ‘비엔나 벨트뮤지엄 소장품 19세기 한국민화’,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가 ‘중국 공필화의 정의 및 역사적 전개 – 채색화조화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또 최옥경 보르도몽테뉴대학 부교수가 ‘파리국립기메동양박물관 소장 이우환 컬렉션 – 민화라는 용어의 재고’,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 관장이 ‘한국화의 정체성과 민화박물관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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